대망 (6): 오케하자마, 오다 노부나가 일어서다. [펌]

by 지다 posted Dec 26, 2011 Views 5332 Replies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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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shimoto.JPG
                       이마가와 요시모토의 마지막 싸움                                                           이마가와 요시모토 초상화

이마가와 요시모토의 대군이 오와리로 밀고 들어온다는 첩보는 요시모토군의 편성시점부터 이미 오와리에 닿아있었습니다.

당연히 밤새워 대책회의를 열어야할 주군 노부나가는 가타부타 아무 말이 없습니다.
옥쇄냐 굴복이냐 회의를 하고싶은 가로 중신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노부나가를 기웃거리지만
노부나가는 가신들의 건의나 주청에 대답 대신 노부나가가 평생 사랑했다는 아쯔모리 한 수를 읊습니다.

가부끼와 노의 원형이라는 아쯔모리의 핵심은 아래와 같습니다.
인간 오십년, 돌고 도는 인간세상에 비한다면 덧 없는 꿈과 같구나. 한 번 태어나 죽지 않을자 그 누구인가?

죽을 상을 한 것은 중신들이지만, 사실 가장 번뇌하는 것은 태평해보이는 노부나가였습니다.
아무리 따져보아도 승산이 보이지않습니다.
현실적으로는 일단 항복하자는 일부 중신들의 주장이 합리적이라는 것을 노부나가도 알고있습니다.

그러나 노부나가는 평생을 통해서 굽히는 법을 배우지 못 했습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불구덩이에 몸을 던져 옥쇄하는 것은 오와리 오다 3대 당주의 책임을 망각한 경거망동입니다.

노부나가는 건곤일척 일생일대의 모험을 준비합니다.
적을 방심시켜 만에 하나라도 요시모토에게 바늘끝만한 틈이라도 생긴다면 한번 찔러볼 작정입니다.
남의 아랫자리에 서는 법을 배우지 못 한 노부나가의 본성에 걸맞게 승패를 도외시하고 장렬하게 싸워다 죽을 각오입니다.

노부나가가 가신들의 사기를 떨어뜨려가면서까지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인것은 자신이 떨고있다는 적을 향한 광고였습니다.
적을 속이려면 내 편부터 속여야한다고 합니다. 물론 요시모토가 이 정도 가지고 방심할 풋내기 대장은 아닙니다.

이 때 노부나가에게 발탁된지 얼마 안 된 신참내기무사로 하시바 히데요시가 있었습니다.
후일 성을 도요토미로 바꾸어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되는 바로 그 사람입니다.

소설 속에서 히데요시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노부나가의 명확한 지시가 있는것이 아닌데도
히데요시는 몇 명의 부하를 시켜서 성 밖의 촌락을 돌면서 된장을 사 모으게 합니다.
된장을 모은다는 것은 농성을 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오다군이 된장을 사모은다는 첩보는 요시모토에게 즉시 보고됩니다.

엄청난 실력의 격차는 방심을 유도합니다.
요시모토의 참모들이 생각해도 오다에게 남은 길은 항복하거나 농성하거나 둘 중의 하나입니다.
5분의 1도 안되는 전력으로 야전을 한다는 것은 자살하겠다는 말과 같습니다. 항복이 아니면 당연히 농성하겠지 생각했는데
실제로 된장을 사 모으고 있답니다. 요시모토군의 모든 작전은 공성전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야전의 가능성을 염두에서 지워버리면서 요시모토를 포함한 이마가와군 전체의 분위기가 느슨해집니다.
공성전이 며칠이나 걸릴 것인지가 주된 관심사이고 사주경계나 첩보 수집같은건 느슨해져 버렸습니다.

더 결정적인 것은 꼬리에 꼬리를 잇는 승전보입니다.
동쪽에서 무슨 성채를 서쪽에서 무슨 성채를 함락시켰다는 보고가 줄을 잇습니다.
벌써 잘라서 바친 적군의 수급만 수백을 헤아립니다. 오다의 이름있는 장수도 다수 목을 바쳤습니다.

이만오천이라는 대병을 전국시대의 조잡한 도로로 진군시키는 것은 큰 일입니다. 길이란게 현대의 농로 수준입니다.
요시모토대병을 여러 부대로 나누어 오다의 각 성채들을 공략시키면서 자신의 본대로 5천의 병력을 거느리고
최후방에서 차곡차곡 오다의 본 성을 향하여 진군해나갑니다. 여전히 노부나가에게 기회는 없어 보입니다.

오다 본 성에서 좀 쎄게 뛰면 불과 몇 시간거리인 오케하자마분지에 도달한 요시모토는 더위때문에 곤란을 겪습니다.
체중이 100키로에 육박했다는 비만장군 요시모토는 너무 비대해서 말을 탈수가 없었답니다.
가마 속에 앉아서 이동했는데 가마 속은 더 덥습니다. 안 그래도 땀이 많은 요시모토는 땀에 빠져 익사할 지경입니다.

원래는 벌써 안전한 마루미성채로 들어가 있어야 할 요시모토본진 5천은 더위와 방심에 지쳐
협소한 오케하자마 분지에서 잠시 달콤한 휴식시간을 가집니다. 용의주도한 요시모토로서는 이례적입니다.

방심한 요시모토의 무장들은 부하들이 갑옷과 투구를 벗고 널브러져도 나무라지 않습니다.
자기들도 살인적인 더위에 갑옷이고 뭐고 홀딱 벗고 드러눕고싶은 심정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방심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요인은 본진 앞에 선봉대 5천이 불과 몇키로 간격으로 전진배치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에 하나 오다군이 기습을 하더라도 전방의 와와리가도에 배치된 선봉대에서 저지될 것이 분명합니다.

이러한 때에 오케하자마의 농민들이 진지 위문을 옵니다. 약탈이 무서워서라도 주민들은 성의를 보여야 합니다.
주먹밥과 떡, 안주와 술단지를 짊어지고 주민대표 20여명이 요시모토에게 납작 엎드립니다. 무례하면 목이 떨어집니다.

다행히 요시모토는 기분이 좋습니다. 시원한 나무그늘에 자리를 펴고 부하들이 부채로 땀을 식혀주었기 때문입니다.
기분좋은 요시모토가 며칠후면 자신의 영민이 될 주민들에게 치하의 말씀을 내리는데 부하장수가 건의합니다.

 주군, 백성들이 바친 공물로 병사들을 먹여도 되겠습니까?
방심한 요시모토는 흔쾌히 허락합니다. 이제 대세를 정해졌고 아무런 변수도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요시모토 부대가 오케하자마에 다다를 무렵부터 노부나가는 요시모토의 동정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
된장을 사모은다고 광고하고 다니던 히데요시의 5인조가 마라톤으로 요시모토의 동정을 속속 전했기 때문입니다.

국경의 성채들이 함락되는 시점까지도 방에서 뒹굴던 노부나가는 요시모토가 오케하자마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는
첩보를 듣자, 벌떡 일어나 부인 노히메를 부릅니다.

물에 만 공기밥 2그릇을 비운 노부나가는 '인생 오십년 돌도고는 인간세상에 비하면 꿈과 같구나, 한번 죽지않는자 누구냐"
부채춤과 함께 아쯔모리 한 구절을 읊고나서 출전을 앞둔 전통인 바가지를 밟아 깨뜨리고 바람같이 출전합니다.

따르는 자는 불과 두 사람, 어떻게 알았는지 히데요시가 노부나가의 애마를 끌고 나타나서 노부나가와 함께 적진으로 달립니다.
무장한 노부나가가 질풍처럼 성문밖으로 튀어나가자 깜짝 놀란 가신들이 허둥지둥 따라나섭니다.
성문 밖 십리쯤까지 달렸을 때 인원을 점고해보니 불과 2백명, 이 때부터 노부나가는 속도를 늦춰 요시모토를 향해 나아갑니다.

요시모토와 중간 쯤에 있는 아쓰다신궁은 오다집안의 전통신사입니다.
이곳에 도착해서 인원을 점고하니 천여명이 모였습니다. 제사같은건 미신이라고 거들떠보지도 않던 노부나가가
신궁안으로 들어가 절하고 나옵니다. 손에는 빨간 화살이 들려있습니다.
오와리를 지키는 아쓰노가미 신령이 이 화살을 주었다. 오늘의 승리는 우리것이다!!

부하들은 함성을 올리고 사기는 충천합니다. 달리다보면 아드레날린이 많이 분비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노부나가도 부하들도 싸움에 굶주린 사자가 되었습니다.

이 때 히데요시의 된장 5인조 마지막 선수가 오케하자마에서 요시모토 휴식중이라는 첩보를 가져옵니다.
이 때서야 비로소 노부나가는 한 가닥 승리의 예감을 가집니다. 그 전에는 '쉽게 죽지는 않겠다'가 전부였다고 합니다.

요시모토의 선봉대가 점령한 큰 길을 버리고 산길을 돌아서 오케하자마가 내려다보이는 능선에 도달한 즈음
요시모토에게는 또 다른 불운이 있었습니다. 두어 시간의 휴식을 마치려는 즈음에 하늘에 먹장구름이 깔립니다.

잠시간에 한치 앞이 간신히 보이는 폭우가 쏟아집니다.
날이 너무 더우면 수증기가 증발해서 성층권까지 올라갑니다. 성층권에서 차가워진 수증기는 비가 되어 쏟아집니다.
열대 지방에 하루 한번씩 쏟아지는 스콜성 소나기는 과학입니다.

과학조차도 노부나가를 응원해서 요시모토의 파멸을 부르게됩니다.
퍼붓는 소나기와 돌풍은 능선에 도달한 오다군의 동정을 가려주었습니다. 더불어 이제 군장을 추스리려는 이마가와병사들을
허둥지둥하게 만들었습니다. 갑옷을 추스리기는커녕 칼조차 팽개치고 날라가는 물건을 붙잡으려고 야단이 났습니다.

이 때 노부나가를 따르는 2천 남짓이었다는 오다군이 능선을 따라 쏟아지듯 공격해 나갑니다.
처음 요시모토는 시끄러운 소란을 술취한 부하병사들의 다툼으로 알았답니다.
단순한 소란으로 알았던 소음이 오다의 기습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요시모토의 주변까지 오다군 일색이었습니다.

허를 찔린 요시모토정예병은 공황상태에 빠져 마치 염소새끼처럼 오다군에게 쫒기다가 도륙됩니다.
요시모토는 장렬히 싸우다 전사합니다. 한번 실수하기는 했지만 그 역시 평범한 장수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어쨌든 5천 병력 중에서 요시모토 이하 3천명 가량이 살해당했습니다.
오다의 피해는 경미했다고 하니, 전투라고 할수도 없는 일방적인 학살이었습니다.

이마가와집안의 최정예병들인 요시모토 본진이 힘 한번 쓰지못하고 학살당한 것을 보면 전쟁은 역시 허허실실입니다.
노부나가의 뒹글뒹글과 히데요시의 된장수집  절대적인 힘의 우위가 가져온 요시모토의 방심 요시모토의 비만 악천후 등등....
전쟁이든 사업이든 정량적인 것에 너무 의존하게되면 어느 순간 자만에 빠져 장님이 될수도 있다는 것이 교훈입니다.

바둑은 내가 잘 해서 이기는 판은 백에 한 판이고 상대방이 나보다 실수를 더 많이 해서 이김을 당하는게 아흔아홉판이랍니다.
요시모토질수없는 싸움을 지고 노부나가는 이길수 없는 싸움을 이겼습니다.

노부나가의 인생은 오케하자마 이전과 이후로 나뉩니다.
그 전에는 지역구 중진 정도였다면 오케하자마 이후로는 전국구 대가리가 되었습니다.
일본 전국 구석 구석까지 노부나가가 무서운 대장으로 소문납니다.

내적으로는 가신들의 절대적인 충성을 확보하고 외적으로는 함부로 건들면 뼈도 못 추린다는 공포심을 심어줍니다.
이전에는 영지방어에도 급급하던 군사행동이 이제 외부를 향한 공세로 전환됩니다.
게다가 요시모토의 전사로 혼란에 빠진 이마가와에서 독립하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공수동맹을 맺게됩니다.

노부나가와 이에야스의 동맹은 말하자면 싸움에서 서로 등을 맏길수 있는 동지를 만난 셈입니다.
동쪽에서 오는 모든 파도는 일단 이에야스가 막아내게 됩니다. 노부나가는 기름진 서쪽을 향합니다.

오케하자마에서  노부나가는 영웅본색으로 거듭납니다.

다음 편은 노부나가의 천하포무 편입니다.
좀 길게 쓰려니 빨리 쓰게되고 당연히 오류도 많을듯합니다.
대강의 흐름이 더 중요할거같아 사소한 부분은 신경쓰지않기로 했습니다.

아쓰모리 원문이 아래에 있습니다.

아쯔모리


생각해보면 이 세상은
영원히 살 집이 못 되는 것.
풀잎에 내린 흰 이슬,
물에 비치는 달 보다 허무하네.
황금빛 골짜기에서 꽃을 노래하던
영화는 먼저
무상한 바람에 흩날리고
남쪽 망루의 달과 노닐던 이들도
달보다 먼저 가버려,
무상한 이세상의 구름에 가리우고

인간 오십년
돌고 도는 인간세상에 비한다면
덧 없는 꿈과 같구나.
한 번 태어나
죽지 않을자 그 누구인가,

죽지 않을자 그 누구인가,
인간 오십년
돌고 도는 인간세상에 비한다면
덧 없는 꿈과 같구나.
한 번 태어나
죽지 않을자 그 누구인가,

죽지 않을자 그 누구인가 

[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