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부나가가 소수의 병력을 남기고 새로운 근거지 미노로 돌아간 것은 본토를 장시간 비워둘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서울도 좋고 정치도 좋지만, 난세에 잠깐성공에 취해서 객지를 떠돌다가는 곧바로 홈리스가 될수도 있습니다.

노부나가가 수도를 비우자, 시코쿠의 아와로 도주했던 미요시 삼당이 교토로 쳐들어옵니다.
이 때, 미노에서 도주했던 사이토 다츠오키의 낭인무리도 미요시들과 합당해서 교토를 공격합니다.
 
목표는 쇼오군의 어소, 쇼오군을 참살하고 자신들과 함께 도주했던 전직 쇼오군을 다시 원위치시키는 것입니다.
소수의 병력으로 교토를 경비하던 노부나가의 수하들이 목숨을 걸고 쇼오군을 사수합니다.
 
노부나가는 폭설이 쏟아지는 교토-미노 가도를 밤을 낮삼아 이틀만에 주파합니다. 폭설중에 엄청난 속도입니다.
그러나 노부나가가 도착하기도 전에 교토는 이미 안전해져 있었다고 합니다.
노부나가의 소수 부하들과 급보를 받고 도착한 인근 영주들의 군세가 역적 일당을 물리친 것입니다.
 
역적을 토벌하는 것은 정의로운 일이기도 하지만, 영토와 세력을 늘릴 절호의 챤스이기도 합니다. 
역적 미요시들과 같이 궐기한 몇 몇 성주들이 철퇴를 맞고 그 영토는 노부나가에게로 귀속됩니다.
 
이 과정에서 오늘날의 오사카부 일대인 셋슈지방의 지배권이 노부나가의 손에 들어가게 됩니다.
셋슈에는 당대 최대의 무역항이었던 자유도시 사카이가 있었습니다. 오늘날의 오사카입니다.
 
노부나가는 자유도시 사카이의 복속을 요구하지만, 돈많은 사카이는 미요시일당을 돈으로 사서
노부나가에게 대항하게 합니다. 돈을 얻은 미요시들이지만 노부나가에게는 역부족, 형편없이 깨집니다.
 
미요시가 도주하자 사카이는 노부나가에게 납작 엎드립니다.
사카이를 획득함으로써 노부나가는 군사적 경제적으로 커다란 이익을 얻게됩니다.
 
당시 막  일본에 소개되기 시작한 총포의 수입도 사카이를 손에 넣으므로써 원활해졌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노부나가의 시야를 일본을 넘어서 해외로까지 넓혀준 곳도 정보의 고향 사카이였습니다.
자유무역을 신봉하는 노부나가와 시장경제 사카이와는 오랫동안 죽이 잘 맞았다고 합니다.  
 
교토의 서쪽인 셋슈 사카이를 손에 넣은 노부나가는 곧바로 교토의 남쪽인 이세지방에도 손을 뻗어서
반항하던 이세의 영주들을 장악합니다. 노부나가의 두 아들이 항복한 이세의 영주가문에 양자로 들어갑니다.
 
노부나가의 아들이 양자로 입적해서 가문을 이어받은 곳은 간베집안과 기타바다케집안입니다.
특히 기타바다케 집안은 유서깊은 가문으로 대대로 내려오는 이세의 국사가문이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혈통주의 한국인들로서는 의아한 일이 있습니다.
대체로 왕좌도 재산도 장자에게 넘어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우리로서는 궁금합니다.
도대체 항복한 기타바다케 집안에 왜 아들을 양자로 보내는지 그리고 패배한 가문은 어째서 양자를 받아들이는지??
 
일본의 지방영주인 다이묘집안은 쉽게 말하자면 오늘날의 대기업과 비슷합니다.
기업전쟁에서 패배한 어느 대기업을 인수합병한 승자기업이 반발과 혼란이 두려우면 당근을 준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항복하기만 하면 정리해고는 없다. 생산직은 말할것도 없고 사무직 관리직 모두 고용승계해주는 겁니다.
거기에 현재 회장님의 신분도 보장해줍니다. 회장이 명예회장님으로 높아지고 실세인 회장직만 인수하는 셈입니다.
사방이 지뢰밭인 노부나가로서는 이세지방 영주들의 결사항전을 피하기 위해서 일단 미봉책을 선택합니다.
 
Domonori_Bokuden.jpg 
츠키하라 보쿠텐에게 면허를 받았다는 검호 기타바다케 도모노리,     200명 넘게 베어넘겼다는 달인 츠키하라 보쿠텐
 
여담이지만 나중에 노부나가의 세력이 안정되자, 중요지역인 이세를 불안한 상태로 내버려둘 수 없었던 노부나가는
유서깊은 가명을 자기 대에 지우지 않은걸로 만족하며 은거하던 기타바다케 도모노리를 기어이 암살하였다고 합니다.
 
무릇 권력이란 방심을 허용하지않는 것, 순수한 마음은 상관없이 존재 자체가 부담이 되는 것이 전직영주인가봅니다.
기타바다케가 암살될 때, 그의 무릎에는 3살난 아들이 앉아있었다는데, 아버지와 같이 참살당합니다.
 
시대의 흐름과는 관계없이 한줄기 희미한 바람같은 이야기지만, 선군이었던 기타바다케의 억울한 죽음은
유서깊은 기타바다케 집안의 녹을 먹던 4백명의 충신들이 키리야마성에서 오다의 대군과 싸움을 벌이게 합니다.
 
열심히 싸웠지만, 결국 한 사람 남김없이 목숨을 바칩니다. 공격하는 측도 항전하는 측도 결과를 이미 아는 싸움이었습니다.
400명의 충신장을 마지막으로 240여년 이세를 영위하던 유서깊은 기타바다케(北畠)집안도 명운을 다 합니다.
 
노부나가가 특히 인간성이 나빠서 기타바다케를 암살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노부나가가 가장 두려워했던 전국의 영웅 다케다 신겐이 드디어 노부나가를 노리고 상경하려한다는 첩보가
키타바다케의 운명을 결정한 것이었습니다. 강적에게 공격당할때 배후에 혼란이 일어난다면 끝장이기 때문입니다.
 
노부나가의 암살지령은 인정으로는 천인공노할 짓이지만, 난세의 무장으로 회피할수 없는 업보가 아니었을까요?
노부나가가 연출하는 피바다는 이세를 제압하고 아들들을 양자로 입적시키는 시점에서부터 서서히 막이 오르고있습니다.
 
다음은 노부나가의 피바다가 본격적으로 연출되는 계기에 대해서 정리해보겠습니다.

[펌 끝]

  • ?
    Sunbee 2012.01.05 00:52

    '노부나가의 암살지령은 인정으로는 천인공노할 짓이지만, 난세의 무장으로 회피할수 없는 업보가 아니었을까요?'

    난세의 무장으로 피할수 없는 업보였다며, 그 과보도 반드시 받겠지요
    당대가 아니면 그 다음, 그 다음 그 다음이라도...반드시 천인공노한 만큼.

    에너지 보존의 법칙처럼...
  • profile
    지다 2012.01.05 01:57
    그 과보를 당대에서 받지요.  불구덩이 속 에서...
    '노부나가의 최후' 편을 기대하시라...
  • ?
    말뚝이 2012.01.06 16:20
    제 기억으로는 노부나가도 부하에게 배반을 당해서 자결하지 않나요? 인과응보.  씨를 뿌린대로 거둔다...

  1. 대망 (24): 노부나가의 나가시노 전투 [펌]

    나가시노 전투는 노부나가천하의 개막을 알리는 마침표같은 전투였습니다. 전투의 전개는 우연과 필연이 겹치면서 젊은 가쓰요리의 피눈물을 부르게 됩니다. 다께...
    By지다 Reply1 Views6251 file
    Read More
  2. 대망 (23): 노부나가의 확장 [펌]

    사실 다케다 신겐이 죽은 시점에서 노부나가의 천하재패는 끝이 났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아직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이제 노부나가의 뿌리를 흔들 세력은 ...
    By지다 Reply3 Views4907 file
    Read More
  3. No Image

    가입인사

    안녕하십니까? 친구 소개로 새로 가입한 '사깟'입니다. 산에 대한 경헙은, 아주 어릴 적에 엉겁결에 앞의 사람 엉덩이만 쳐다보면서, 힘들게 대청봉에 올라본게 ...
    Category인사 By사깟 Reply5 Views5205
    Read More
  4. 대망 (22): 절세가인 오이치 [펌]

    당대 최고미인이었다는 오이치는 딸 셋을 낳았는데도 미모가 여전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미모보다 최강 노부나가가 사랑하는 친동생이라는 빛나는 신분이 더 매력...
    By지다 Reply1 Views6712 file
    Read More
  5. No Image

    인디언식 이름 짓기 방법이랍니다

    ◇ 태어난 년도 뒷자리 ***0년생:시끄러운, 말 많은 ***1년생:푸른 ***2년생:어두운 →적색 ***3년생:조용한 ***4년생:웅크린 ***5년생:백색 ***6년생:지혜로운 ***...
    Category웃기 By말뚝이 Reply9 Views4189
    Read More
  6. 대망 (21): 이에야스의 기사회생 [펌]

    도스토예프스키는 역적죄로 총살대에 섰다가 아슬아슬 황제의 사면이 도착해서 집행을 면제받았습니다. 한 번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도스토옢스키는 이전과는 전...
    By지다 Reply1 Views3773 file
    Read More
  7. 대망 (20): 이에야스, 마상에서 변을... [펌]

    명장이란 무엇일까요? 전국시대의 다이묘는 현대의 경영자하고 비슷하다고 합니다. 대망이 경영전략서로 분류되는 이유입니다. 영지를 경영하는 다이묘나 회사를 ...
    By지다 Reply1 Views4863 file
    Read More
  8. 대망 (19): 노부나가 사면초가 [펌]

    엔략쿠지를 불태운 노부나가는 아케치의 예상대로 천하의 공적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전국시대 일본종교의 대세는 불교였습니다. 문맹인 민초들 절대다...
    By지다 Reply1 Views6221 file
    Read More
  9. No Image

    새벽소리님, 나무꾼 & 선녀님이 정회원이 되었습니다.

    새벽소리님은 오늘 노래 신고를 함으로써 명실상무한 정회원 자격을 오늘 재취득하셨습니다. 그리고, 확인해 보니 나무꾼님과 선녀님이 정기 산행 3번을 포함해서...
    Category알림 By지다 Reply8 Views3929
    Read More
  10. No Image

    닉 네임을 "wildflower"에서 "계수나무"로 바꾸었습니다.

    오늘 산행 아주 좋았습니다. 제법 울창한 redwood 덕분에 한결 건강해진 느낌입니다. 그리고, 여러 회원님들의 열화같은 성화에 밀려서 드디어 닉네임을 바꾸었습...
    Category알림 By계수나무 Reply2 Views4475
    Read More
  11. 대망 (18): 노부나가 삼십육계 [펌]

    교토의 동서남북을 온전히 틀어막을수 있는 절호의 챤스를 놓친 노부나가는 이를 갑니다. 만약 이 때 노부나가가 무사히 아사쿠라를 토벌할 수 있었다면, 전국시...
    By지다 Reply1 Views4316 file
    Read More
  12. 대망 (17): 노부나가와 쇼오군 [펌]

    노부나가와 쇼오군의 밀월은 곧 끝이 납니다. 원인제공자는 일단은 노부나가입니다. 머리깎고 스님을 하다가 형 요시테루가 암살당한 덕분에 우여곡절 쇼오군이 ...
    By지다 Reply2 Views4931 file
    Read More
  13. 대망 (16): 노부나가의 피바다 [펌]

    노부나가가 소수의 병력을 남기고 새로운 근거지 미노로 돌아간 것은 본토를 장시간 비워둘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서울도 좋고 정치도 좋지만, 난세에 잠깐성...
    By지다 Reply3 Views4423 file
    Read More
  14. No Image

    즈체반이 무엇입니까?

    안녕하십니까. 새해에는 자주 뵙게 될것 같습니다. 이번 정기 산행에 참석하려고 하는데. "즈체반"에 대해서 좀더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Category웃기 Bywildflower Reply9 Views3990
    Read More
  15. No Image

    7일 정기산행

    이번주 7일 정기 산행 없이유~~~ 기다리다 목 빠져유~~~
    Category제안 By한솔 Reply1 Views336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15 116 117 118 119 120 121 122 123 124 ... 187 Next
/ 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