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 (17): 노부나가와 쇼오군 [펌]

by 지다 posted Jan 05, 2012 Views 4903 Replies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노부나가와 쇼오군의 밀월은 곧 끝이 납니다. 원인제공자는 일단은 노부나가입니다.
머리깎고 스님을 하다가 형 요시테루가 암살당한 덕분에 우여곡절 쇼오군이 된 요시아키는 아직도 젊습니다.
 
천재일우 천하인이 되었는데, 실상은 허울뿐이었습니다, 젊은 쇼오군은 예전의 권위와 위엄을 되찾으려 노력합니다.
노부나가는 얌전한 새색시같은 쇼오군을 원합니다. 호강은 시켜줄테니 꼭두각시 노릇을 해주기를 원하는바입니다.
 
노부나가는 막내동생같기도하고 아들내미같기도 한 쇼오군의 경거망동을 제한하기 위해서
쇼오군 행동수칙 9개조를 만들어서 쇼오군에게 서명을 시킵니다. 조금 있다가 7개조를 더 추가합니다.
 
일본판 마그나카르타에 두번이나 서명을 강요당한 쇼오군은 노부나가에게 반감을 가지게 됩니다.
당장은 참을 수 밖에 없지만, 쇼오군이 심중에 품은 굴욕감은 이후 노부나가를 피바다에서 헤엄치게 만듭니다.
 
쇼오군 행동수칙(殿中御掟)의 내용은 찾아보지 않았지만, 나중에 이에야스가 만든 천황 행동수칙으로 미루어
매우 굴욕적이었을거 같습니다. 에도막부의 규정에 의하면 천황과 친왕은 바다를 보면 안 되었다고 합니다.
 
나중 에도막부 말기 명치유신 직전에 친왕중에 하나가 관군의 명목상 대장이 되어 에도로 진군했을 때,
행로에 바다에 면한 길이 있었는데, 친왕이 생애 처음으로 바다를 보고 입을 크게 벌려 감탄하였다고 합니다.
 
에도막부 260여년간 역대 천황과 그 피붙이중에서 바다를 처음으로 본 사람이 그 사람이었다고 하니
천황이란게 교토의 찌그러진 궁전에 갇혀살던 수인이었던 셈입니다. 알고보면 불쌍한게 천황이었습니다. 
 
심중에 칼을 품은 젊은 쇼오군이 칼을 뽑게 된 계기는 북쪽의 패자 아사쿠라였습니다.
교토의 동쪽 관문인 미노에 웅거한 노부나가가 교토의 서쪽 셋슈를 장악하고 또 남쪽인 이세를 장악했습니다.
 
교토의 동서남북을 모두 장악하면 일단 천하를 장악한 것이 됩니다.
네 방면중에서 아직 북쪽이 미완입니다. 노부나가는 쇼오군의 어몀으로 북쪽의 아사쿠라에게 상경을 명령합니다.
 
당주가 직접 상경해서 새 쇼오군의 면전에 엎드려 순종하라는 명령을 아사쿠라가 무시합니다.
아사쿠라가 순종하지 않으면 쇼오군을 소유한 노부나가의 천하도 아직 완성되지 않습니다.
 
몇번의 어명에도 따르지 않았으므로 아사쿠라는 역적이 되었습니다. 노부나가는 역적토벌을 떠납니다.
그런데 노부나가와 아사쿠라 사이에는 아사이가문이라는 비수가 비스듬히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노부나가가 아사쿠라를 공략하러 들어갔을 때, 아사이 군세가 배반하면 퇴로를 차단당하게 됩니다.
노부나가는 아사이의 젊은 당주 나가마사와의 동맹을 거듭 거듭 확인하고 아사쿠라를 향해 출전합니다. 
 
쇼오군의 명을 받아 역적 아사쿠라를 치러가는 노부나가의 군세는 3만여, 물밀듯한 대군입니다.
이에야스의 군세까지 더한 대군은 아사쿠라의 최전선 테즈츠야마성을 하루만에 함락 성병 1400명을 살해합니다.
 
역적인 아사쿠라의 명운은 풍전등화, 노부나가의 시퍼런 칼날이 아사쿠라 당주 요시카게의 목 위에 떨어지기 직전입니다. 
이 때 노부나가의 욱일승천을 무너뜨리는 느닷없는 변수가 등장합니다. 철석같이 맹약했던 아사이가 배반한 것입니다.
 
원래 아사이집안은 아사쿠라집안과 오랜 혈맹이었습니다. 동해의 대영주인 아사쿠라가 아사이와 오래 화친한 것은
아사이의 영토가 전략적으로 아사쿠라의 관문과 같은 위치였기 때문입니다. 일본 중부의 세력이 아사쿠라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아사이와 화친하든 정복하든지 해서 후환을 없이 한 후에야 공략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아사쿠라의 전초기지같은 치명적인 위치를 차지한 덕분에 아사이는 대국 아사쿠라의 후원을 받아 지역패자가 되었습니다.
규모는 천하를 노릴만큼 크지않지만 강적들과 숱한 전루를 치러낸 아사이의 정병들이 노부나가의 퇴로를 차단했습니다.
 
아사이가 노부나가를 배반한 것은 젊은 당주 나가마사의 뜻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아들에게 당주를 물려주고 명예회장으로 물러앉았던 아버지가 아사쿠라의 간청과 오랜 의리에 배반을 결정한 것입니다.
 
Nagamasa_Oiichi.jpg 
 노부나가의 처남 아사이 나가마사, 인정많은 훈남이었답니다.             노부나가의 동생이자 나가마사의 부인인 오이치
 
효자 아들 아사이 나가마사는 아버지의 뜻을 따릅니다. 그 아버지는 노부나가를 뱀을 보는것처럼 싫어했다고 합니다.
아들인 나가마사는 심정적으로 노부나가의 편이었지만, 아버지의 명을 거역할만큼의 기량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아사이에 의해 퇴로가 차단되었다는 것은 자동적으로 보급로도 끊겼다는 의미입니다.
군대는 보급입니다. 군량, 군수물자, 병력의 보충이 이루어지지않으면 전쟁을 수행할 수 없게 됩니다.
전쟁은 고사하고 후방이 차단되었다는 소식만으로도 군의 사기는 땅에 떨어져 더 이상의 전투조차 불가능해집니다.
 
노부나가가 아사이 나가마사를 믿었던 것은 절세미인이었다는 여동생 오이치가 시집가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오이치의 남편인 나가마사가 설마 매형을 배반하랴 믿었던 노부나가는 오케하자마 이래 최대의 난국에 봉착합니다.
 
앞에는 아직 쌩쌩한 아사쿠라의 군세가 기치를 나란히 하고 결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뒤에는 험준한 산길을 차단한 아사이의 군세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잠깐만이라도 망설이면 독안의 든 쥐가 됩니다.
 
아사이의 군세가 아직 완전히 천라지망을 펼치기 전에 재빨리 후퇴하는 것만이 노부나가에게 남겨진 유일한 길입니다.
전광석화, 노부나가는 즉시 삼십육계를 결정합니다.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후퇴는 어렵습니다. 자칫하면 전멸입니다. 
 
틀립없이 추격해 올 아사쿠라군세를 맞아 싸워 본대의 후퇴를 도울 희생양이 필요합니다. 이른반 후군입니다.
모두들 눈치를 보는데 후군에 자원하는 한 장수가 있습니다. 십중팔구 전멸인 후군을 자원하는 바보는 과연 누구일까요?
 
 [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