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 (19): 노부나가 사면초가 [펌]

by 지다 posted Jan 08, 2012 Views 6221 Replies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엔략쿠지를 불태운 노부나가는 아케치의 예상대로 천하의 공적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전국시대 일본종교의 대세는 불교였습니다. 
문맹인 민초들 절대다수가 불당과 부처를 신봉했고 지식인 무장중에서도 독실한 신자가 많았습니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않은 난세에서 사후에 다음세상이 있다는 믿음은 한 줄기 희망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름있는 무장들중에서는 생전에 법명을 받은 사람들이 수두룩합니다.
다께다 신겐의 속명은 하루노부였는데, 그가 장년에 들어 받은 법명이 신겐(信玄)입니다.
 
정치력이 뛰어났던 신겐이니만큼, 출가하여 법명을 받은 것이 민중의 지지를 위한 책략일수 있습니다만,
그의 일대기를 읽어보면 실제로 불가의 가르침에 심취해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이 신겐이야말로 전국시대 가장 뛰어난 무장중의 무장이었습니다.
노부나가가 가장 두려워했던 두 호랑이는 우에스기 겐신과 다께다 신겐입니다. 다만 우에스기는 멀리 있는 호랑이... 
노부나가가 마지막까지 회피하려 했던 장수가 가까운 호랑이 다께다 신겐입니다.
신겐생전에 노부나가는 공손했다고합니다.


우에스기겐신-다케다신겐.png  
       여성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에스기 겐신(謙信)                                       풍림화산의 다케다 신겐((信玄))
 
이 다케다 신겐이 움직입니다.
노부나가의 멸망을 바라는 쇼오군의 밀지가 신겐에게 도착했기 때문입니다. 명분은 무섭습니다.
물론 명분이 다는 아닙니다. 마침 밀지가 도착한 타이밍이 좋았습니다.
 
다케다 신겐은 우에스기 겐신과 항상 싸웠지만, 적은 우에스기만이 아니었습니다.
우에스기가 서쪽의 강적이라면 호오죠는 동쪽의 강적이었습니다.
 
우에스기 다께다 호오죠 이 셋은 이합집산을 거듭하면서 물고 물리는 관계였는데,
쇼오군의 밀지가 도착하기 얼마 전까지 다께다는 우에스기와도 싸우고 호오죠하고 싸우는 불리한 입장이었습니다.
 
그런데 호오죠에 정권교체가 일어납니다. 당주가 사망하면서 그 아들이 새로운 당주가 된 것입니다.
이 때 믿기 힘든 일이 벌어집니다. 사망한 당주가 다께다와 화친하라는 유언을 남기고 죽은 것입니다.
 
유훈통치는 언제나 정권교체기의 새 영주에게 든든한 보호막이 되어줍니다. 정통성을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다께다는 호오죠라는 든든한 동맹을 얻고 우에스기는 다께다와 호오죠 양가의 동맹에 위축됩니다.
 
우에스기와 호오죠는 절대로 양립할 수 없는 앙숙이었다고 합니다.
우에스기가 호오죠의 영지가 자리한 간또오의 명목상 총독 자리를 양도받았기 때문입니다.
 
우에스기가 강력해지면 호오죠는 존립기반이 흔들리게 됩니다.
실제로 우에스기는 해마다 호오죠가 위치한 간또오 지방을 공략했습니다. 실속은 없었다고 합니다.


가와나카지마.png  
일본 4대 전투의 하나라는 가와나카지마 전투 상상도    우에스기 겐신과 다께다 신겐의 세력교차점이었던 가와나카지마
 
 이제 다께다 신겐은 배후의 걱정을 덜었습니다. 약간의 수비병만 남기고 상경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입니다.
타이밍좋게 쇼오군의 노부나가 토벌 명령도 내려왔습니다.  신겐의 나이 51세, 사나이로서는 절정기입니다.
 
신겐은 3만군세를 동원해 상경을 개시합니다. 노부나가에게 그토록 회피하려던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노부나가는 완벽히 포위당합니다. 일본 중부를 완전히 둘러싸는 사상 초유의 거대한 포위망입니다.
 
교토 인근을 차지한 노부나가를 둘러싼 포위망을 차례대로 꼽아보면
동쪽은 원한에 사무친 미요시3당이 이를 갈고 있고, 남쪽은 이시야마 혼간지의 문도들이 궐기해 있습니다.
 
북쪽의 강적 아자이 아사쿠라가 노부나가와 누가 멸망할지를 놓고 생사결로 대치하고 있습니다.
착실한 동맹 이에야스가 막고 있던 동쪽이 이제 위험해졌습니다. 그냥 위험한 정도가 아니라 핵공격입니다.
 
당시 일본의 군사들 중에서 가장 강한 군사를 꼽으라면 한결같이 다께다 신겐의 군사를 꼽았답니다.
군사의 강약을 논하는 조건으로 여러가지가 있겠습니다만, 지휘관의 지휘능력을 제외하고 말한다면
요점은 병사 개개인의 훈련의 정도와 전투경험, 장비의 우열과 충성심 사기같은 멘탈의 강약 정도입니다.
 
이 모든 것을 다 종합해서, 다께다의 병사들은 자타공인 당대 최강이었다고 합니다.
다께다의 근거지인 가히 시나노 지방은 오늘날 일본알프스로 불리는 산악지대 중의 산악지대입니다.
 
건각이라는건 바로 이 산골군사들에게 딱 맞는 표현입니다.
이 우직한 군사들이 강적인 우에스기와 호오죠들과 끊임없이 싸우면서 단련되어진 것입니다. 
 
우직하고 강인한 병사들이 희대의 명장 신겐에게 조련된지 30년, 신겐은 우수한 무장인 동시에 우수한 통치자였습니다.
험악한 산골에 경작지를 늘리기 위해서 무수한 다락논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쌀은 인구가 되고 병력이 되는 시절이었습니다.
 
산골짜기에 다락논을 만들기 위해서는 개간비용이 많이 듭니다.
우수한 경영자 다께다는 금광 은광을 개발합니다. 전국시대 최대의 광산에서 산출된 금은은 신겐의 비용이 됩니다.
 
쌀은 병사를 늘리고 금은은 군비까지 늘립니다.
다께다가 당대 최강의 기마군단을 거느리게 된 것은 3박자 4박자가 모두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기마군단이 다수를 차지하는 신겐의 군세 3만이 무쇠로 만든 파도처럼 이에야스를 덮쳐옵니다.
이 군세 3만중에 2천은 얼마전까지 이마가와의 땅을 노리고 서로 치고받던 호오죠의 군세였다니 후방도 만만세...
 
같은 3만이라도 지휘자가 누구냐에 따라서 강약이 달라집니다. 
풍림화산 다께다 신겐은 그간 쌓아 온 경험과 지혜가 일생 최고조에 달한 노련한 호랑이입니다.
 
이제 겨우 전국구로 벼락출세한 노부나가의 군사는 수는 많아도 단련이 부족한 신병이 대부분이고
이들을 지휘하는 중간장교들도 지휘경험이 태부족입니다. 대장도 벼락출세 장교도 벼락출세 잡병은 오합지졸...
 
질이 떨어지는 노부나가가 이기는 방법은 양으로 밀어붙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양에서도 부족해졌습니다. 대 노부나가 포위망이 완성되어서 동서남북 모든 방면에 군세를 나눠야하기 때문입니다.
 
아자이 아사쿠라와 비교할 수 없는 강적 노련한 다께다가 동쪽의 제방 이에야스를 덮쳐오는데
노부나가가 파견한 원병은 겨우 3천명, 이에야스의 군세 8천과 합해도 총군세는 1만 남짓..
 
다께다 신겐의 위력은 이에야스의 영토에 진입한지 단 하루만에 여섯개의 성채를 함락시켜 그 강대함을 입증합니다.
다께다 본대의 강함과는 별도로 신겐의  소규모 별동대가 노부나가의 본거지인 오와리에서 성 하나를 떨어뜨립니다.
 
이와무라댁은 노부나가의 아버지 노부히데가 생전에 가장 사랑했었다는 나이어린 애첩이었는데
17살의 나이로 40대의 노부히데와 이와무라성에서 살림을 살았었습니다. 결과는 노부히데의 복상사...
 
이와무라댁의 배 위에서 이상을 감지한 노부히데는 어린 애첩에게 '내가 죽거든 노부나가에게 의지하라'는 말을 남깁니다.
이 말을 듣기 전까지 댄디보이 노부유키(노부나가의 동생)를 심정적으로 지지하던 이와무라댁은 노부나가를 편듭니다.
 
노부히데의 마지막 순간에 노부나가가 아닌 노부유키에게 가문상속의 유언을 내렸다는 증언을 하라고 요구하는
노부나가 반대파의 압력을 이와무라댁은 거부합니다. 자신을 아껴주던 노부히데의 유언을 기억했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이 덕분에 이와무라댁은 이와무라성을 상속하는데, 당연히 청상과부로 살고 있었습니다.
이 이와무라댁을 신겐의 별동대장 아키야마가 미남계로 공략합니다. 성문을 열면 다께다의 장수와 재혼시켜주기로 하였답니다.
뭐 이와무라댁이 사내가 그리워서 성문을 연 것은 아니었답니다. 성내의 중신들이 형세를 보고 다께다에게 붙은것이었습니다. 


이와무라-사무라이.png 
                      요염한 이와무라댁                                                                                                미남계 사무라이

노부나가는 한참 아자이 아사쿠라와 피튀기는 싸움을 벌이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이 쪽은 마음 내키는데로 철수할 수 있는 물렁한 상대가 아닙니다. 한번 물러서면 본국까지 추격해 올게 분명합니다.
 
부하장수가 막아내고 있는 서쪽도 남쪽도 고전 중인데, 동쪽에서 대호 다케다가 큰 입을 벌리고 이미 도약했습니다.
아자이들한테 붙잡힌 노부나가의 형세는 풍전등화, 예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원군을 요청한 이에야스에게 노부나가가 보낸 원군은 겨우 3천, 중신들중에는 노부나가는 성의가 없으니 관계를 재고해
보자는 말까지 나옵니다. 쓰나미같은 다케다에게 일단 타협하자는 의견까지 나오는 와중에 이에야스는 갈 길을 찾지 못 합니다.
 
이제 국면은 가히의 호랑이 다께다의 상경을 저지하느냐 못 하느냐로 압축되었습니다.
객관적으로 평가하자면 다께다를 도저히 이길수 없습니다. 이에야스는 무슨 배짱으로 호랑이에게 대항할까요?
 
때는 바야흐로 노부나가 액년의 해, 사면초가 사방이 모두 적인데, 쇼오군까지 적대하니 명분조차 잃었습니다.
10년 가까운 대운을 마감하고 대운 이후에 반드시 찾아온다는 2년의 액년중의 절정을 맞이한 노부나가, 위급합니다..
 
 
다음은 이에야스와 다께다의 싸움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