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 (23): 노부나가의 확장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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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다케다 신겐이 죽은 시점에서 노부나가의 천하재패는 끝이 났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아직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이제 노부나가의 뿌리를 흔들 세력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싸움은 크든 작든 본질적으로는 반항을 진압하는 과정일 뿐입니다.
이제 노부나가와 천하를 다툴 세력은 더 이상 없습니다. 적들의 목표는 그저 살아남기가 다입니다.
처음 대망을 읽었던 때에는 누가 얼마나 많이 죽였는지, 누가 출세를 했는지 등이 관심사였는데,
나중 읽으면서는 왜 그런 상황이 벌어진것인지, 그 당시 사람들의 관념은 어떤 것인지 등이 궁금합니다.
이 시점에서 노부나가와 다께다의 인물 비교를 한번쯤 해보면 좋을거같습니다.
다께다는 뛰어난 무장입니다. 전국시대 전체를 뒤져보아도 그만큼 냉철한 카리스마를 찾기 힘듭니다.
그러나 노부나가와 그를 비교해보면 신겐은 어딘지 모르게 범생이같은 부자연스러움이 엿보입니다.
다락논을 조성한 것도, 금은을 개발한 것도 기마군단을 편성한 것도 번득이는 상상력의 결과물은 아닙니다.
신겐을 보면 한걸음 한걸음 정해진 목표를 향해 기를 쓰고 걸어가는 모범생같은 느낌이 듭니다.
한번만 실수하면 공든 탑이 무너질거같은, 몸짓 하나마저 연출로 유지해나가는 카리스마가 신겐이라면
노부나가는 타고난 카리스마입니다. 있는 그대로, 성질 그대로 살아도 주변에서 저절로 알아주는 카리스마..
신겐 이후 노부나가의 행보는 살짝 지루합니다.
왠지 절박함이 사라진 듯한, 무대포가 없어진, 결정적인 변수가 배제된 지루한 정국이 펼쳐집니다.
전쟁의 규모가 커지고 사상자도 더 많아지고 적들의 덩치도 더 커지지만 결국은 노부나가란걸 알만한 사람은 압니다.
그렇지만 적들의 저항이 쉽사리 꺼지지는 않습니다. 다들 쌓아온 역사가 오래기 때문입니다.
첫번째 저항은 이시야마 혼간사입니다.
당시 이시야마 혼간사는 일본최대의 불교세력이었습니다.
이시야마 혼간사는 일본 전국에 수많은 신도들을 거느리고 있었는데 당시의 신도들은 거의 군대였다고 합니다.
주지스님은 대대장 중대장급이고 스님들은 소대장 분대장 신도들은 병사들입니다.
이시야마 혼간지, 오늘날의 오사카성 자리에 있었습니다.
난세에 절간이라고 한가하게 목탁이나 두드릴수는 없었는데다 수백년 동안 종교와 세속이 어울리면서
사원세력도 다이묘나 호족과 동일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었답니다. 사원이 거대한 토지를 소유한 때문입니다.
이 이시야마 혼간사의 신도들이 에치젠 지역무사들과 함께 옛 아사쿠라영지에서 반란을 일으킵니다.
이 반란이 성공한 것은 다께다 신겐의 아들 가쓰요리가 군세를 이끌고 노부나가령의 북서쪽을 공격했기 때문입니다.
무용으로는 아버지 신겐보다 훨씬 뛰어났다는 여포형 대장 가쓰요리는 맹공을 퍼부어 노부나가의 성 18개를 함락시킵니다.
다께다군의 기세에 눌린 노부나가는 충돌을 피해 본거지인 기후성으로 후퇴합니다.
새로 노부나가 영토가 된 옛 아사쿠라의 땅도 도로 잃어버리고 근거지인 미노의 일부도 빼앗겼지만 순간에 불과합니다.
이제 대세가 된 노부나가는 역풍을 피해 잠시 숨을 고른 것에 불과한 손실을 곧바로 만회합니다.
몇달 지나지 않아 노부나가는 다시 공세로 전환합니다.
북쪽인 에치젠은 반도들에게 빼앗겼지만, 남쪽의 요충인 이세 나가시마에서도 혼간사 신도들이 봉기했는데
이 곳을 공격해 우여곡절 끝에 우세를 차지합니다. 또 다시 대 살육전을 펼쳐서 남쪽의 반란을 잠재우게 됩니다.
일진일퇴를 거듭하는것 같아보이지만, 전쟁의 양상은 그저 부나가에 대한 반항일뿐 더 이상 생사결은 아닙니다.
남쪽의 나가시마를 평정한 다음 해는 신겐이 사망한지 3년째 되는 해였습니다.
신겐의 아들 가쓰요리는 드디어 아버지의 후광을 벗어버리고 후계를 명확히 합니다.
그 3년 동안 아들 가쓰요리는 위대한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기 위해서 몸부림을 쳤다고 합니다.
군신인 아버지 신겐을 그리워하는 가신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해서 젊은 가쓰요리는 최선을 다 합니다.
그런데 그 최선이 그를 구렁텅이로 몰아넣게 됩니다. 너무 열심히 하다보니 부하들이 힘들어 죽을 지경이 된 것입니다.
아버지 신겐이 군신으로 불리운 것은 많이 이겼기 때문이 아닙니다.
이길 싸움을 고르고 지는 싸움을 피하는 것이 군신의 요령인데 아들 가쓰요리에게 요령은 보이지 않고 외면만 보입니다.
많이 이기는 것이 때론 멸망의 지름길이 되는 것은 피로 때문입니다.
자신의 세력을 온존하면서 이기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승리라고 합니다.
아들 가쓰요리는 생전의 신겐보다 더 많이 이깁니다.
그런데 더 많이 이겼다는건 더 많이 싸웠다는 뜻입니다.
승리를 쌓을 때마나, 성을 함락시킬 때마다 가신들은 피폐해집니다.
사실 척박한 다께다의 영지가 부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생전의 신겐이 저렴한 전쟁을 선호했기 때문입니다.
가쓰요리처럼 마구잡이로 싸우다 보니, 가신도 백성도 과중한 부담으로 허리가 휘어지고 있는 가운데
후에 태풍으로 발전하는 사소한 사건이 한건 터집니다. 이에야스와 다께다의 접경지대 성 하나를 가쓰요리가 공격합니다.
무용이 뛰어났었다는 다께다 가쓰요리, 군신 신겐의 아들입니다.
신겐 사후 다께다와 이에야스 국경 일대의 작은 성들은 어느 쪽에 붙을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합니다.
나가시노성도 그 중의 하나였는데, 성주와 중신들은 어는쪽이 전망있을지 회의를 거듭하다가 이에야스에게 붙기로 합니다.
난세에 대국 사이에 끼인 작은 성주들에게는 풍향을 잘 감지해서 승자 편에 붙는 것이야말로 생사의 갈림입니다.
나가시노 성주가 배반한 것을 안 가쓰요리는 불같이 화를 냅니다.
이제 공식적으로 아버지 신겐을 이어받은지 얼마 되지않은 가쓰요리에게 나가시노의 배반은 뼈아픕니다.
신겐의 사망을 발표하자마자 변방의 속령이 배반을 하는 것이 자신에 대한 불신으로 비친 것입니다.
대노한 아들 가쓰요리가 소집령을 내립니다. 군사회의에서 가신들의 반대가 분분합니다.
겨우내 싸우고 이제 겨우 영지로 돌아간 부하들을 다시 소집하면 부담이 과하니 잠깐 쉬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회의에서 가쓰요리가 배반자에게 본때를 보여주자는 젊은 소장파의 손을 들어주는 형식으로 공성전이 결정됩니다.
기실 가쓰요리 자신이 본때를 보요주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컷었기 때문에 싸움이 벌어질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고 합니다.
새 당주 가쓰요리는 1만5천의 정예를 거느리고 작은 성 나가시노를 포위합니다.
이에야스의 총 군세는 아직도 8천, 이에야스는 싸울 때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에야스가 기다리는 것은 오다의 원군입니다. 가신들은 딸랑 3천뿐이었던 3년전의 원군을 기억하기에 미심쩍어합니다.
이에야스의 장남 노부야스는 젊은 혈기에 원군을 배제하고 가쓰요리와 정면 대결을 주장하지만 이에야스는 웃고 맙니다.
원군을 기다리지 말고 바로 출동하자는 의견은
노부나가측 원군의 도착이 차일피일 늦어지는 것과 나가시노성의 형편이 점점 더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이에야스에게 귀부한 댓가로 이에야스의 딸과 혼인한 나가시노성의 성주 오쿠다이라가 선전한 덕분에
나가시노성을 포위한 다께다군은 급전을 피하고 포위망을 굳혀 말려죽이기를 시도하는 중입니다.
나가시노성터, 급류로 보호되는 절벽위에 단단한 돌성이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작은 성 나가시노에는 오쿠다이라의 성병이 250, 이에야스의 원병이 250 총인원 500뿐이었다고 합니다.
이에 맞서 다께다군은 1만5천, 좁은 산골 작은 성의 주변을 가득 메운 대군입니다.
코딱지만한 성을 만만히 보고 공세를 퍼부었던 다께다군은 큰 손해를 봅니다.
공성전의 기본은 뭐니 뭐니해도 포위해서 굶겨죽이기입니다.
다께다군은 식량이 있던 서쪽성곽의 약점을 파악해서 식량창고를 불태워버립니다.
이제 식량이 불과 3일치가 남은 시점에서 노부나가의 원병 3만이 노부나가와 함께 이에야스에게 도착합니다.
때맞춰 나가시노성을 목숨을 걸고 탈출한 사자가 이에야스와 노부나가 앞에 도착하는데
이에야스와 노부나가에게 직접 말할 것을 허락받은 사자는 단 한 마디만 하고 입을 다뭅니다.
'이제 성내에 남은 식량은 3일분입니다.' 라고 말하고 입을 다문 사자에게 노부나가가 묻습니다.
'그 말뿐이냐?' 사자가 답합니다. '예 성주님의 전갈은 그뿐입니다.'
노부나가는 무뚝뚝한 사자가 마음에 들어 칭찬을 내립니다.
'도깨비같은 녀석을 부하로 가진 오쿠다이라가 부럽구나. 너는 여기서 쉬면서 싸움을 구경하거라'
사자는 무뚝뚝한 말투로 노부나가에게 청원합니다.
그 명은 거두어주십시오. 저는 돌아가서 오다공께서 대군을 이끌고 원병으로 오신걸 전하고싶습니다.
노부나가에게 칭찬받은 사자는 나가시노성으로 돌아가다가 불운하게 다께다군에게 붙잡힙니다.
가쓰요리에게 끌려간 사자는 회유를 당합니다. ''만약 나가시노 성앞에서 원병은 가망없다고 말한다면 살려주겠다.''
멍청해보이는 외모를 가진 사자는 다께다의 회유를 순순히 승낙합니다.
성문앞에 선 사자가 큰 소리로 알립니다. '여러분 나는 붙잡혔오, 그러나 이에야스 노부나가 연합군 4만이 곧 도착합니다.'
붙잡힌 사자로 낙담했던 성병들은 원군의 소식에 환호합니다. 낙성은 물 건너 갔습니다.
사자는 얻어맞고 포박당합니다. 가쓰요리는 십자가형을 명했다고 합니다. 나무에 매달아서 옆구리를 찌르는 형입니다.
이제 국면은 작은 성 나가시노가 문제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노부나가의 대군을 맞아 결전을 벌일 것이냐? 아니면 후일을 기약하고 본국으로 후퇴할 것이냐?
다께다의 이름있는 장수들이 모두 모여 군사회의를 엽니다.
의제는 말할 것도 없이 결전이냐 퇴각이냐 입니다.
회의가 늘 그렇듯이, 결전파와 퇴각파로 패가 갈립니다. 둘 모두 그럴듯한 주장을 폅니다.
결전파는 노부나가의 군세가 오합지졸이라는 주장이고
후퇴파는 오랜 싸움으로 아군이 피곤한데, 싱싱한 대군과 맞싸우는 것은 승산이 적다는 주장입니다.
이렇게 팽팽하게 패가 갈리면 캐스팅보트를 가진 대장의 결단이 중요해집니다.
고심하던 가쓰요리가 마침내 결단을 내립니다. 다들 짐작이 가시는 결단입니다.
다음은 노부나가천하의 인증샷이라는 나가시노회전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소소한 부분은 대강의 상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디테일을 확인할 시간이 좀 부족해서입니다.
큰 그림에서의 흐름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진도를 위해서이니 엉터리가 좀 있어도 양해해주세요.. ^^
승천하는 흑룡
[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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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씨! 낚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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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분명히 예고라고 썼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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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신겐과 노부나가의 비교는모짜르트와 살리에르의 애증을 그린영화 <아메데우스>를 연상케 하네요.아무리 아무리 노력을 해도 결코 따를수없는 선천적 천재성.천재성! 존경의 대상일순있어도, 부러움의 대상일 필요는 없다.오히려 '평범이 곧 비범'을 느끼며 사는것이 더 행복할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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