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 (24): 노부나가의 나가시노 전투 [펌]
나가시노 전투는 노부나가천하의 개막을 알리는 마침표같은 전투였습니다.
전투의 전개는 우연과 필연이 겹치면서 젊은 가쓰요리의 피눈물을 부르게 됩니다.
다께다군의 군사회의는 사실 후퇴론이 대세였다고 합니다.
신겐이래의 다께다 사천왕이 모두 후퇴를 주장하였는데 젊은 가쓰요리는 발끈하였답니다.
아버지 때는 순순히 명을 받들던 노신들이 자기한테는 사사건건 가르치려하는것같은 기분이 들어서였습니다.
가신들의 신임을 받지 못 하는 것이 젊은 가쓰요리의 호승심을 불태웁니다. 실력을 보여주고싶은 것입니다.
혼자 두는 바둑은 반드시 진다고 합니다.
상대를 고려하지않는 바둑이 혼자 두는 바둑입니다. 지피지기에서 지피를 전혀 외면하는겁니다.
가쓰요리는 일부 소장파의 결전하자는 주장을 선택합니다.
쉽사리 수긍하지않는 노신들에게 전가의 보도를 들어 이의를 허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께다 가문 전가의 보도는 회의에서 결론이 안 날때 당주가 결단을 내리는 방편이었다는데,
보물을 회의장에 가져오면 더 이상은 이론을 말할 수 없다는 전통이 있었답니다. 노신들은 할수없이 입을 다뭅니다.
노부나가는 고민의 근원이었던 강적 다께다를 완전히 박살내 버릴 각오였습니다.
형세는 매우 유리합니다. 다께다군은 아군에 비해 소수인데다 힘든 공성전에 피로해 있습니다.
다께다의 강점인 기마군단에 대비해서 당시로서는 신무기인 조총을 3천정이나 준비하였습니다.
나가시노 인근의 지형도 기마군단의 위력이 반감되는 구릉지대입니다.
이제 노부나가의 고민은 가쓰요리가 냉큼 돌아가버리는 것입니다.
활발한 첩보활동이 아직 진행중이지만, 노부나가의 주판은 가쓰요리가 싸운다고 계산하고 있습니다.
40대에 들어서 한층 원숙해진 노부나가는 젊은 가쓰요리의 뱃속이 훤히 들여다보입니다.
가쓰요리는 너무 이겨왔습니다. 심지어 노부나가의 본거지인 미노를 공격해서 한 구텡이를 잘라먹기도 했습니다.
병가에서 너무 이기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까닭은 내력의 고갈 때문입니다.
이기려면 손실이 따릅니다. 손자가 싸우지 말고 이기라는 까닭은 손실을 줄이라는 의미입니다.
막대한 손실로 간신히 영토를 늘리면 수비할 곳이 늘어납니다.
줄어든 병력으로 지킬 곳이 늘어나면 수비가 허술해집니다.
게다가 각처에 수비병력이 많아지면 결정적으로 결전에 동원할 군세가 줄어듭니다.
젊은 가쓰요리는 아직 지는 법을 모릅니다. 모든 방면의 도전에 즉각 응전했다고 합니다.
우에스기가 공격해오면 대군을 끌고 달려갑니다. 호오죠가 작은 성 하나를 노려도 총동원으로 달려갑니다.
아버지을 극복하려고 발버둥치는 가쓰요리
공격을 받아 발끈하는 것만으로 모자라 스스로 침략해 들어갑니다. 싸우면 이깁니다.
가시적으로는 혁혁한 전과를 거둡니다. 사방에서 적을 물리치고 노부나가의 영지 일부까지 빼앗았습니다.
경험이 적은 소장파는 주군의 눈부신 무용에 열광합니다. 노련한 노신들은 근심합니다.
젊은 가쓰요리는 소장파의 지지를 바탕으로 따분한 노신들을 은근히 경원하기 시작합니다.
젊은 가쓰요리가 작은 성 하나를 떨어뜨리지 못한 채, 도전을 피해 도망갈 리 없다는게 노부나가의 주판입니다.
과연 노부나가의 기대대로 가쓰요리는 전가의 보도를 들어 노신 숙장들의 반대를 봉쇄합니다.
나가시노 전투는 치열했지만 내용은 싱거웠습니다.
후세의 우리가 보면 결과가 너무 뻔하기 때문입니다.
전법이란건 하루 아침에 완성되는게 아니라고 합니다.
신겐 이래 다께다군단은 야전에 있어서는 일본 최강이라는 전투교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강력한 기마군단의 돌격력을 이용한 전법입니다.
수백 수천의 기마군단으로 적의 중앙을 충격돌파하는 전술인데
기마 일체의 속도와 중량을 이용한 돌파력을 막아낼 방도가 당시로서는 전무했었다고 합니다.
다께다의 1만5천 대부분이 잘 훈련된 기마군단입니다.
기마군단의 운영이 어려운 이유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훈련하는데 세월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완성된 기마군단의 공격력은 막강하지만, 한번 습득한 공격법을 쉽사리 임기응변하지 못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초기에는 천변만화하는 스윙이 세월이 지나면 지날수록 고정되어 쉽게 바꾸지 못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노부나가의 원군 3만중 3천이 총포대였다는데, 이 총포대는 기마군단을 무력화시킬 비장의 무기였습니다.
다께다군이 노부나가의 3천 총포대를 몰랐느냐하면 그건 아닙니다.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약점도 알고있었습니다.
총포대의 약점은 연사속도였답니다. 1분에 한발을 쏘는데 이건 공성전은 몰라도 야전에서는 의미없는 속도입니다.
조총의 사정거리인 100미터를 기마가 주파하는 속도는 10초, 10초 동안 발사되는 총알은 500발..
기동하는 마상의 기수를 맞출 확률은 500발 중 많이 잡아야 50발,
다께다의 기병 50을 떨어뜨리고 나면 3천 총포대는 1분 동안 무력해지는 셈입니다.
이걸 지연시키기 위해서 창병과 보병이 기마를 막아서 시간을 연장하더라도 총포대의 효율은 과락입니다.
노부나가는 새로운 전법을 창안합니다. 구릉지대에서 기마가 쇄도해 올 평지에 목조방책을 급조합니다.
나가시노의 기마대용 목책
노부나가가 설치한 목책은 일본의 야전으로는 사상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야전과 공성전을 결합해서 다께다의 강점인 기마군단을 무력화시키는 신기술 첨단전법입니다.
다께다의 노신들은 결전을 앞두고 매우 불안해했다고 합니다.
젊은 가쓰요리가 미덥지않기도 하지만, 그거말고도 이유없는 두려움이 밀려오는 다께다의 노신들입니다.
전가의 보도까지 들이댄 가쓰요리의 결정에 할복할 각오로 후퇴를 주청하려던 노신들에게 날벼락이 덮칩니다.
가쓰요리가 냉큼 도망갈까 두려웠던 노부나가가 이에야스의 부하인 사카키바라의 제안을 채택해서
다께다군의 후퇴로에 있는 전략요충인 도비가스산을 점령한 것입니다.
다께다군의 후퇴로가 위협받는 시점에서 이제 안전한 후퇴는 물 건너 갔습니다.
후퇴하다가 타격을 받는다면 무가의 수치가 됩니다. 이제는 싸워서 본때를 보여주는 수밖에 남지않았습니다.
기마군단의 강습은 무섭습니다. 노부나가 이에야스 연합군의 피해는 6천명 이상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다께다는 문자 그대로 전멸합니다. 1만2천의 전사자를 냅니다.
소설에는 노부나가가 설치한 수수깡같은 목책을 뭉개기 위해서 다께다의 기마대가 목책에 밀집한 순간,
목책 뒤에 대기하던 총포대 3천충 1천이 일어나 일제히 사격했다고 합니다. 자욱한 초연 뒤에는 1천의 시체가 남고...
다께다의 기마군단은 이제 돌이킬수가 없습니다. 남은 길은 돌격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1천의 시체 후에 다시 돌격하지만 시체 재생산, 동쪽 방면에서 목책을 돌파하지만, 2단 목책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노부나가의 목책은 3단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 기마군단의 퇴장이 시작된 역사적 순간이었습니다.
노부나가측의 피해 6천은 이름없는 잡병뿐, 전력의 손실은 없는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이에 반해 다께다는 값비싼 기마군단 전부와 이름있는 노신 숙장의 9할이 전사합니다.
천신만고, 가쓰요리는 몸을 피하는데 성공합니다.
후퇴하는 길에 우에스기와 화친합니다. 우에스기의 원군 덕분에 노부나가의 추격은 없었다고 합니다.
아직 다께다가 멸망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이빨빠진 호랑이 다께다에게 멸망은 코 앞입니다.
실패를 경험으로 승화시킬 수 있으면, 오히려 복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쓰요리는 그 정도의 기량을 지닌 그릇은 아니었습니다.
여전히 화를 다스리지 못 하는 가쓰요리, 명문은 승계했지만 지는 법을 배우지 못 한 가쓰요리는
나가시노에서의 실패를 끝내 만회하지 못 하고, 나가시노 이후 7년만에 노부나가에게 목을 바치게됩니다.
이제 일본최강 다께다의 기마군단을 쓸어버린 노부나가의 위명은 천하를 떨칩니다.
다음 상대는 만만치 않은 이시야마 혼간지입니다. 그러나 걸리면 쓸어버리는 노부나가입니다.
[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