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 (26): 노부나가 아즈치성 [펌]

by 지다 posted Jan 15, 2012 Views 5496 Replies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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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빼 먹어서 오늘 두편 올립니다.)

전쟁이란 무엇일까요?
어떤 사람은 대량살인행위 혹은 대량파괴행위라고 합니다.
그런데 개중에는 전쟁이 경제활동의 일종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전국시대의 전쟁은 시대에 따라서 그 양상이 달랐다고 합니다.
초기에는 일단 규모면에서 수백명 정도가 어울려 싸우는 중대형 패싸움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 때는 전쟁의 경제적인 측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보입니다.
싸움이 벌어지는 시기는 대개 농한기인 겨울, 목적은 약탈입니다.
 
항상 부족했던 식량을 벌충하기 위해서 이웃중에 약한 곳을 찾아 쳐들어갑니다.
이 때 최소한의 식량만 지참하고 쳐들어가는데, 목표는 남의 쌀로 최대한 오래 버티기입니다.
 
약탈로 두 달을 버티면 영내의 두 달치 식량이 절약되는것이고
세 달을 버티면 그만큼 다음 해에 살아남는 인구가 많아지는 것입니다.
인구가 늘어나면 군세가 늘어나는 것이고 군세가 늘어나면 다음 겨울에는 더 많이 약탈할 수 있습니다.
 
전국시대 중반까지도 싸움의 규모가 조금 더 커졌을뿐, 전쟁의 본질은 약탈에 있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개싸움이었던 전쟁의 양상이 노부나가가 출현한 전국시대 말기에는 조금 달라집니다.
 
쌀을 아끼고 빼앗는게 목적인 밥그릇싸움에서 천하인을 뽑는 자리싸움으로 바뀐 것입니다.
이제 천하만민이 신성한 사유재산권을 위협받는 약탈의 시대를 더 이상 참을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자리싸움의 의미는 천하가 단 한 사람의 권력자 밑에 종속된다는 의미입니다.
300명의 다이묘와 3천명의 호족이 각자의 영지에서 독립국으로 지내던 시절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천하인이 출현하면 이제 각개 다이묘가 독립국으로 지내는 것이 불가능해집니다.
300여개의 꼬마왕국들이 한 사람의 천하인과 나머지 299명의 신하로 자리가 정해지는 것입니다. 
 
천하만민은 난세의 종식을 바라지만, 그걸 바라지 않는 극소수가 그들입니다.
모든 다이묘가 노부나가처럼 천하의 우두머리가 되겠다는 대야망을 가진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망은커녕 현상유지가 대부분 다이묘들의 유일한 희망입니다.
변화를 싫어하는 보수 중의 보수가 불교다이묘 이시야마 혼간지입니다. 

 
이시야마 혼간지는 오늘날의 오사카성 자리에 있었다는데,
오사카 인근에 광대한 사원토지를 소유했을뿐만 아니라 전국에 수많은 신도들을 거느리고 있던 강력한 세력이었습니다.
 
이시야마 혼간지의 또다른 강점은 당시 최대의 무역항이었던 사카이에서 가까운 지리적 이점이었습니다.
덕분에 신문물의 도입도 활발해서 조총부대를 가장 먼저 운용했다고 합니다. 총포의 보유도 만만치않습니다.
 
신무기를 보유한 강력한 군대와 함께 전국 각처에 신도를 거느려 유사시에 방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혼간지는
노부나가조차도 되도록이면 가장 나중에 상대하려 미루던 껄끄러운 상대였는데, 기어이 부딪쳐야할 상황이 벌어집니다.
 
북쪽의 대영주 아사쿠라의 영지였던 에치젠지방이 잠깐 노부나가에게 점령되었다가
지역유신들과 혼간지의 지역 신도들이 연합해 일으킨 반란으로 노부나가에게서 독립한 것입니다.
 
다께다 가쓰요리와의 대결로 손이 바빴던 노부나가는 에치젠지방의 독립을 손놓고 쳐다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가쓰요리의 기마군단을 지상에서 지워버린 노부나가는 여유가 많아졌습니다.
 
 
노부나가가 한가해지는 시기에 에치젠에서 분란이 생깁니다.
에치젠의 혼간지신도들이 악정을 펼치는 새 영주 스모쓰마에게 불만을 품고 난을 일으켜 지역을 장악합니다.
 
에치젠이 분열된 것입니다. 혼간지신도들과 지역무사들이 서로 반목하면서 다투고 있습니다.
이걸 놓칠 노부나가가 아닙니다. 가쓰요리를 처치한 막강군세로 곧바로 에치젠으로 쳐들어갑니다.
 
한 덩어리로 뭉쳐있다면 강력했을 에치젠이지만, 분열된 상태로는 노부나가의 상대가 아닙니다.
북쪽의 전략요충인 에치젠은 다시 노부나가의 영토가 됩니다. 노부나가는 1만2천을 베었다고합니다.
 
노부나가는 잃었다가 다시 얻은 에치젠을 최고참 중신인 시바타 가쓰이에에게 줍니다.
일전에 영주대리를 두었던 것은 에치젠이 너무나 중요한 지역이어서 직할영지로 삼고 싶었던 때문입니다.
 
책임감이 떨어지는 영주대리로는 통치가 어렵다는 판단에 가신중의 가신인 시바타가 대영주에 임명됩니다.
오다의 가신인 시바타가 차지한 에치젠은 48만석, 나중 노부나가 말기에는 75만석까지 팽창합니다.
 
노부나가는 시바타가 분발하도록 에치젠과 함께 북국경영의 규정서를 주었다고 합니다.
열심히 싸워서 영지를 넓히면 그건 니거라는 규정서는 요즘말로 하자면 야리끼리가 되겠습니다.
 
일개 가신이 전국 굴지의 대영주가 된 것입니다. 시바타는 강골이었다고 합니다.
노부나가 사후 히데요시가 두각을 보이자, 히데요시에게 굴복하기를 거절하고 싸우다 죽습니다.

 
에치젠을 재점령한 노부나가는 바로 다음 해에 아즈치성을 축성합니다.
아즈치성은 착공후  3년만에 완성되는데, 화려한 천수각을 가진 근세적인 성곽도시였다고 합니다.
 
오늘날 오사카성에서 볼수있는 7층 천수각의 원조가 아즈치성의 5층 천수각입니다.
당시 일본에 파견된 어느 예수회 신부의 편지에, 유럽에서도 찾아볼 수없는 화려한 명성이라고 썼답니다.

 대망26-1.png 
               철옹성이었다는 아즈치성                                                             기록을 참조하여 복원했다는 아즈치성의 천수각
 
노부나가가 아즈치성을 쌓은 것은 이제 자신이 천하인이라는 사실을 선포하는 정치적 의미가 있었답니다.
고향인 오와리를 큰아들 노부타다에게 넘기고, 자기는 아즈치성으로 들어가서 노부나가가 더 이상 오와리의
지역구다이묘가 아닌, 천하의 지배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화려한 성곽도시로 천하에 선전하는 노부나가입니다.
 
나가시노에서 승리하고 다시 에치젠에서 승리한 노부나가에게 새로운 적이 출현합니다.
노부나가는 자칭 천하인이지만, 아직 모오리도 우에스기도 노부나가에게 굽힌 적이 없습니다.
 
에치젠에서 한번 위축된 혼간지가 다시 도전합니다.
덩치가 너무 커진 노부나가를 천하의 대적들이 공포로 바라보는 가운데, 이시야마 혼간지가 그들을 하나로 묶습니다.
다음은 혼간지로 촉발된 제 2차 노부나가 포위망을 정리해보겠습니다. 
 
[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