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

Shortcut

PrevPrev Article

NextNext Article

Larger Font Smaller Font Up Down Update Log Go comment Print
?

Shortcut

PrevPrev Article

NextNext Article

Larger Font Smaller Font Up Down Update Log Go comment Print
                          산등성이
                                                                                                    고영민

팔순의 부모님이 또 부부싸움을 한다. 발단이 어찌됐든 한밤중, 아버지는 장롱에서 가끔 대소사가 있을 때 차려입던 양복을 꺼내 입는다. 내 저 답답한 할망구랑 단 하루도 살 수 없다. 죄 없는 방문만 걷어차고 나간다. 나는 아버지께 매달려 나가시더라도 날이 밝은 내일 아침에 나가시라 달랜다. 대문을 밀치고 걸어나가는 칠흑의 어둠 속, 버스가 이미 끊긴 시골마을의 한밤, 아버지는 이참에 아예 단단히 갈라서겠노라 큰소리다. 나는 싸늘히 등돌리고 앉아 있는 늙은 어머니를 다독여 좀 잡으시라고 하니, 그냥 둬라, 내가 열일곱에 시집와서 팔십 평생 네 아버지 집 나간다고 큰소리치고는 저기 저 등성이를 넘는 것을 못봤다. 어둠 속 한참을 쫓아 내달린다. 저만치 보이는 구부정한 아버지의 뒷모습, 잰걸음을 따라 나도 가만히 걷는다. 기세가 천 리를 갈 듯 하다. 드디어 산등성, 고요하게 잠든 숲의 정적과 뒤척이는 새들의 혼곤한 잠속, 순간 아버지가 걷던 걸음을 멈추더니 집 쪽을 향해 소리를 치신다. 에이, 이 못된 할망구야. 서방이 나간다면 잡는 시늉이라도 해야지. 이 못된 할망구야, 평생을 뜯어먹어도 시원찮을 이 할망구. 뒤돌아 식식거리며 아버지 집으로 천릿길을 내닫는다. 지그시 웃음을 물고 나는 아버지를 몰고 온다. 어머니가 켜놓은 대문 앞 전등불이 환하다. 아버지는 왜. 팔십 평생 저 낮은 산등성이 하나를 채 넘지 못할까.

         고영민 : 1968년 충남 서산출생, 중앙대학교 문창과 졸업.
                      2002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으로는 [악어], [공손한 손]
 
  이길 것도 없고, 질 것도 없는 것 같더이다 . . . . . . 만사가.

 체력이 달리는 저로서는 오늘도 토요 가족의 뒤꽁무니를 따라 산길을 걷고, 산모퉁이를 돌고, 산등성이를 넘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입니다.  이것을 느낄 수 있도록 산악회를 위해 봉사해주시는 임원님들 감사합니다.

 
  • ?
    bear 2012.06.17 12:15

    괜시리 콧잔등이 시리내요. "산등성이" 어감적으로는 정감있고 포근한 느낌의 단어 있데도 소설속에서는 다른 느낌을 받네요. 이단어하나로 잠깐 옛날을 그려볼수있어서 행복 했습니다. 벽송님 건강하시고 다음주 산행에서 뵙죠.

  • ?
    bear 2012.06.17 19:49

    ' 콧등이 짠하네요 "산등성이" 어감으로는 정감있고포근함을 가지고있지만 이글에서는 왠지슬프게 표현이되었네요. 아스라한 기억을 떠오르게 하네요. 늘건강 하시고 다음 산해에서 뵐께요.
  • ?
    자연 2012.06.18 03:21
    아버진 향상  그릇 비스듬히 밥을 남기셨다
    어머닌 아버지가 남긴 밥으로 요길 하셨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론 밥을 남기지 않으셨다
    아~배가 부르셔서 남긴것이 아니였구나! 


  • ?
    본드 2012.06.18 10:14
         .
  • ?
    sadik 2012.06.18 12:50


     

    친구(親舊)

     

    친구(親舊)의 '친(親)'자의 한자 구성을 보면
    '나무 위에 서서 지켜봐 주는 것'이다.
    그렇게 지켜보다가 내가 어렵고 힘들 때 내게로 다가와 준다.
    진정한 친구는 모두가 떠날 때 내게 오는 사람이다.
    과연 나에게 그런 친구는 몇이나 될까.
    아니, 나는 누군가에게 과연 그런 친구일까.

     

    - 이종선의《성공이 행복인 줄 알았다》중에서

  • ?
    아리송해 2012.06.18 13:08
    Bay 산악회님들은 문인들이 많으신것 같네요. 주옥같은 글들이 많은걸 보니...
  • ?
    sky 2012.06.18 13:29

    '친구'라 하니, 다음의 '시'가 떠오릅니다....



    사람을 가졌는가

      석헌

     

    만리길 나서는

    처자를 내맡기며

    놓고 만한 사람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세상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꺼지는 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세상을 놓고 떠나려

    '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 물리치게 하는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1. No Image

    산등성이

    산등성이 고영민 팔순의 부모님이 또 부부싸움을 한다. 발단이 어찌됐든 한밤중, 아버지는 장롱에서 가끔 대소사가 있을 때 차려입던 양복을 꺼내 입는다. 내 저 ...
    By벽송 Reply7 Views5280
    Read More
  2. No Image

    재정 현황 - 6/16/12

    오늘 산행에 참가하신 33분의 뒤풀이 회비에서 고기와 석탄 비용을 제한 $68.00 과 얼마전 산악회 몇몇 회원분들께서 모임을 가지신 후 남은 잔액 $7.00을 이즈리...
    Bysky Reply6 Views4853
    Read More
  3.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남긴 명언들

    Marcus Aurelius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언들 “Live a good life. If there are gods and they are just, then they will not care how devout you have been...
    By본드&걸 Reply3 Views11779 file
    Read More
  4. No Image

    총무 당선 확정 공고

    Sunbee 님이 단독후보로 추천된 2012년 베이산악회 총무 투표에서 유권자 과반수의 찬성표를 확보한 Sunbee 님이 총무로 조기 확정되었기에 이를 공고합니다.
    Category알림 By본드&걸 Reply28 Views4664
    Read More
  5. No Image

    투표 현황

    안건: 총무 후보인 Sunbee 님에 대한 투표 보고 일시: 2012년 6월 12일 화요일 오전 10시 현재 투표 완료자 총수: 42 명 (V) 투표마감 시간: 6월 15일 금요일 자...
    Category알림 By본드&걸 Reply8 Views4457
    Read More
  6. No Image

    6대 대표 총무 후보와 선거 위원 발표

    지난 일주일 동안 대표총무 추천에 많은 관심과 성원에 힘입어 선비님이 단독 후보로 추천 받으셨습니다. 베이 산악회 회칙에 의거하여 앞으로 일주일 ( 6/9/12 -...
    Category알림 ByJohnny Walker Reply3 Views4754
    Read More
  7. No Image

    대표총무 선출에 대한 정회원 찬반 투표

    회칙 3장 11조 ( 운영진의 선출 및 임명 ) “선거권을 가진 재적 정회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 회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선출” 먼저, 이때까지 논의되어온 “신임투...
    Category알림 ByJohnny Walker Reply0 Views5261
    Read More
  8. No Image

    대표총무 신임투표에 대해

    "신임투표를 해야 한다는 조항은 회칙 어디에도 없읍니다 " 운영진 토론방에 나그네님에 댓글을 보고 회원님들에게 알려 드립니다. 본인이 작년에 회칙에 없었던 ...
    Category알림 ByJohnny Walker Reply10 Views6619
    Read More
  9. 시애틀 지부장으로 부터 앨로우카드

    어제 xx님이 신고도 하지 않고 시애틀에 오셨다가 돌아가기 직전 공항근처에서 전화를 하셨다는 불상사가 발생하였습니다. 이에 대한 앨로우카드 발급합니다. 다...
    Category알림 By산사랑 Reply9 Views6982 file
    Read More
  10. No Image

    아줌마와 아저씨

    한국사회에서 "아줌마" 라는 지칭이 어느정도 부정적인 의미로 이해되는 것에 대해 이 글을 쓴 분이 같은 남성의 입장에서 죽어도 닮고싶지 않은 "아저씨" 증후군...
    Bysky Reply7 Views6410
    Read More
  11. 야생화: 뻑가게 요염한 빡스그로브 - FOXGLOVE

    사진에 있는 꽃이름은 foxglove 라고 합니다. 빡스 (Fox) 는 여우나 쌕시한 여자라는 뜻이고 그로브(Glove) 는 장갑 입니다. 꽃하나씩 하나씩 손가락 마다 장갑처...
    By아지랑 Reply8 Views9852 file
    Read More
  12. 새로운 문화 생활

    저는 신제품 전자기기는 절대 사지 않습니다. 기술이 성숙/안정되고, 가격이 거의 바닥을 쳤다 싶을 때 지르는 편 입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집들에서는 이미 플...
    By지다 Reply9 Views5237 file
    Read More
  13. No Image

    친구여 !

    오랜만이다. 한국은 지금쯤 날씨가 초여름이겠구나. 엊그제 전화를 했지만 어떻게 통화가 안되는구나. 건강히 잘 있겠지.이곳도 화창한 날씨에 삐루 마시기 딱 맞...
    Bymusim Reply2 Views5280
    Read More
  14. No Image

    등산 상식

    링크만 올려서 죄송합니다. 다음 내용들이 간략하게 삽화와 함께 잘 표시되어 있네요. 배낭 메는 법스틱 사용법보행법등산화 끈 매듭법산행 전 필수 스트레칭 법 ...
    By본드&걸 Reply6 Views5546
    Read More
  15. No Image

    대표총무 추천.

    6/1--6/7 . 이 7 일 동안은 제 6 대 대표총무 추천 하는 기간입니다. 아랫 부분 운영진 토론방에 방문 하셔서 1 년동안( 7/1/12-6/31/13) 베이 산악회를 이끌어가...
    Category알림 ByJohnny Walker Reply0 Views576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08 109 110 111 112 113 114 115 116 117 ... 187 Next
/ 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