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느질 그리고 나

by 아싸&리아 posted Jun 29, 2012 Views 8072 Replies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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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바느질을 했다. 아니 엄밀하게 말하면 망치질을 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어젯밤 집사람이 찢어진 텐트를 고쳐 놓으라고 했고, 그 말은 밤새 머릿속을 맴돌다가 눈 뜨자마자 잠이 덜 깬 내 등을 떠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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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 전 큰 녀석이 돌이 지난 무렵에 처음 떠났던 가족캠핑, 그때 구매했던 텐트다. 지금도 집사람은 만나는 사람마다 “이러저러해서 싸게 구입했어요” 하며 무용담 삼아 텐트 이야기를 한다. 그렇게 그 텐트는 십 년을 지나며 이곳저곳 망가지기 시작했고 camp fire 때 피어오르는 장작 나무 그으른 냄새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이제는 새로 구입한 pop-up 텐트에 안방을 물려 주었다. 그 텐트가 지난번 바닷바람에 한쪽 pole 귀퉁이가 찢어진 것이다. 찢어졌을 때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제야 버릴 수 있겠다.” 하면서…  
그런데 집사람의 마음은 달랐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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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시원한 그늘진 뒷마당에서 새소리를 들으며, 촉촉한 잔디밭에 자리 깔고 앉았지만, 마음은 불편했다. 아마도 이런 환경에서 산행이라도 했었으면 기분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버렸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하는 그 텐트를 바라보며 좀처럼 수리를 시작할 기분은 아니었다. 
다른 쪽 pole 귀퉁이가 어떻게 바느질되어있는가를 자세히 관찰하고 나서야 바느질을 시작했다. 첫 바늘을 부러뜨리고 나서 heavy duty 바늘이 사용되어야 함을 알았다. 아침에 마무리를 못해서 점심을 먹고 나가니 벌써 뒷마당의 그늘은 많이 줄어들어 있었다. 바늘에 나일론 실을 꿰고 망치로 바늘귀를 살살 두드리며 간신히 마쳤다. 줄어든 응달 덕에 태양에 노출됐던 몸은 땀으로 흥건했고 버리고 싶었던 텐트는 나의 고생을 먹어서 그런지, 지키고 가꾸어야 할 물건으로 바뀌었다. 

그래!!! 미워할 수 없다면 차라리 사랑해 버리자. 집사람이 아끼는 그것을 나도 같이 아껴주자.
그래!!! 내가 할 수 있는 한, 내 주위의 사람들이 아끼고 싶어 하는 것들… 그것들을 함께 아껴주자.
그런 것들 자체에 가치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나에게 사랑을 먹고 가치가 생기는 그 모습에 의미를 부여하며 그렇게 사랑해 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