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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4 22:51

노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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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이 블로그에 올리신 시에라 네바다 산맥에서 짐과 사람을 날라다 주는 말 (어쩌면 아마도 노새) 들의 이야기입니다. 사진이 있어서 이해가 쉽군요.  블로그 포스트

옛날에 그랜드 캐년에 가서 mule (노새. 수나귀와 암말의 잡종) 을 탔던 기억이 납니다. 절벽 옆 길을 갈 때 아찔했던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고, 내릴 때 쯤 보니 허벅지 안 쪽이 쓰라린 saddle rash 라는 것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나귀 (donkey, ass) 는 아프리카의 야생 나귀 (wild ass) 의 후손이다. 아프리카 야생 나귀는 현재 500 마리 정도만 생존하고 있다고 한다. 나귀 (donkey) 는 말과는 같은 family 지만 다른 species 이다.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는 약 5000 년 전부터 나귀를 길렀다. 

말나귀노새.jpg

노새 (mule) 는 암말과 수나귀 (male donkey = jack 혹은 jackass) 사이에서 낳은 것이고 숫말과 암나귀 사이에 낳은 것은 버새 (hinny) 라고 부른다. 암나귀는 jenny 라고 부른다. 노새 (mule) 나 버새 (hinny) 는 비슷한데 일반적으로 히니가 약간 더 작다. 이는 암나귀의 자궁이 암말의 자궁보다 작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나귀ass.jpg
나귀 ass, donkey

나귀, 노새, 말의 기본적인 차이는 DNA 에 있다. 말은 64 개의 크로모솜 (chromosomes) 이 있고, 나귀는 62 개의 크로모솜을 갖고 있다. 노새나 히니는63 개의 크로모솜이 있다. 이런 이유로 노새와 히니는 거의 번식능력이 없다. 암노새가 말 혹은 나귀와 교미해서 생산을 한 경우는 약 60 건이 있다고 한다.

노새mule.jpg
노새 mule

노새와 버새는 나귀보다는 크고 외형상 말에 가깝다. 노새가 아빠 나귀나 엄마 말보다 큰 것도 드문 일이 아니다. 여름철에 노새를 보면 털이 말의 것과 비슷하고, 길고 투박한 나귀털과는 많이 다르다. 하지만 겨울철에는 털이 나귀와 비슷하게 자란다. 나귀는 말이나 대부분의 노새와는 달리 5 번 요추골 (lumbar vertebrae) 이 없다.

이런 외형상의 차잇점 외에 이 짐승들의 울음소리도 다르다. (아래 동영상 참조)

번식능력도 없는 노새가 인기가 있는 이유는 말이나 나귀에겐 없는 좋은 특성들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노새는 말에 비해 다리나 굽의 문제도 적고 전반적으로 의학적인 문제가 적다. 콘크리트나 딱딱한 바닥에서 부릴 것이 아니면 굽에 징을 박을 필요가 없다. 노새의 피부는 말의 피부보다 강하며 둔감하다. 말의 수명이 30 년 정도 되는 반면 노새는 50 년 정도로 더 길다. 농장에서 사용한다고 할 때, 말은 노동 가능한 년수가 15 년 정도 되는 반면 노새는 평균 18 년은 된다. 게다가 노새는 30~40 년은 타고 다닐 수 있지만 말의 수명은 거기에 미치지 못한다.

말에게는 곡식 같은 고가의 음식이 필요하지만 노새는 그럴 필요가 없다. 나귀가 먹는 것과 같은 영양적으로 열악한 음식도 소화해 낸다. 말은 하루에 자기 몸무게의 2.5%에 해당하는 음식을 필요로 하지만 노새는 1.5% 면 충분할 정도로 효율적인 소화기관을 갖고 있다. (해부학적으로는 말에 비해 특별히 다르지 않은 소화기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점은 미스테리이다.) 같은 무게로 비교할 때 노새는 말보다 힘이 세고 스태미나와 민첩성도 높다. 나귀에 비해선 몸집이 크며 더 많은 양의 짐을 질 수 있다.

노새는 나귀와 마찬가지로 가축을 지키는 보호자 (guard) 역할도 하지만 나귀보다는 온순하다. 말은 위험이 나타나면 도망을 치는 편이고 필요할 때만 싸운다. 노새도 나귀처럼 자기보호 본능이 강한 편인데, 야생동물이 공격을 해 오면 스스로를 보호하는데도 이 성격이 쓰이지만, 주인이 체력보다 지나치게 부릴 때 죽도록 일만 하여 말처럼 쓰러지거나 하진 않는다. 노새는 말처럼 쉽게 놀라지 않기 때문에 그랜드 캐년 절벽길이나 천둥이 칠 때도 쉽게 동요하지않는다. 말은 주인을 믿고 죽도록 달리거나 절벽에서도 뛰어 내리거나 하기 때문에 주인의 경험과 지식이 중요하다. 미련한 주인은 말을 죽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막 생활에도 적합하게 발달된 나귀 아빠와 마찬가지로 더위에도 잘 견디고 물이 모자라도 잘 견딘다.

나귀는 가축을 지키는 데 놀랍도록 좋은 짐승이다. 하지만 집의 개를 공격하진 않도록 훈련을 받아야 한다. 나귀가 개, 늑대, 코요테를 발견했을 때 공격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며 나귀는 또 이에 능란하다.

얼룩말 (zebra) 과 나귀 (donkey) 는 교접이 가능하다. 이 사이에서 낳은 것을 얼룩나귀 (zonkey) 라고 부른다. 사육 암얼룩말의 임신주기는 순수 얼룩말을 생산하는데 맞추어지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흔한 암나귀와 언제고 수정시킬 수 있는 숫얼룩말 사이에서 이런 교합종이 나오게 된다. 나귀의 공식학술명은 Equus Africanus Asinus 이다.

나귀가 donkey로 불린 것은  18세기 후반 이후였다. 그 전에는 그냥 ass 로 불렸다. donkey 라는 말이 정확히 어디서 유래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평범한 회갈색"을 의미하는 dun 이란 단어와 monkey 가 합쳐져서 생긴 단어가 아닌가 하는 추측이 있다. 또 때마침 ass 라는 단어가 북미에서 바보, 멍청이를 의미하게 되어 어휘의 교체가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cock 대신 rooster 가 사용되고 coney (coney -> cunny -> cunt) 대신 rabbit 이 사용된 것과 비슷하다. 엉덩이 (butt) 를 의미하는 arse 라는 단어에 ass 가 연관되게 되었는데, 이로 인해 ass 는 donkey 가 아닌 idiot 이란 의미를 품게 되었다. 이런 변화는 17세기 경에 일어났는데 이는 발음상 구별이 되지 않는 단어들이었기 때문이며, 이와 유사한 것들로 burst -> bust, curse -> cuss, barse -> bass 등이 있다.

ass 라는 단어는 라틴어에서 나귀 (donkey)를 의미하는 asinus 란 단어에서 나왔다. asinus 도 멍청이 (idiot) 라는 말로 쓸 수 있다. 그런 면에서 ass란 단어가 donkey를 의미하면서 moron 을 의미하기도 하는 것은 유래가 오래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엉덩이를 의미하는 arse 란 단어는 고대영어 (Old English) 의 ærs 에서 나왔는데, 이는 꼬리 (tail) 혹은 둔부 (rump) 를 의미하며, 이 단어는 꼬리, 혹은 척추의 끝, 엉덩이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오로스 (orros) 에서 나온 것이다.

노새를 의미하는 mule 은 고대 프랑스어 (Old French) 인 mul 에서 나왔고, 이는 라틴어의 mulus 에서 나왔다. 이 라틴어의 유래는 모른다.

나귀는 통상 매우 고집 센 짐승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노새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런 기질은 나귀 스스로가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거나 위험에 빠지고 싶지 않을 때 나오는 성격이다. 이런 기질은 노새를 보호해 준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약 185 종,  4100 만 마리의 나귀가 존재하고 있으며, 중국에 약 1100 만 마리가 있다. 미군은 아프가니스탄 전쟁 수행을 위해 노새를 사용하였다. 노새는 번식능력이 없지만 복제되기는 했다. 최초의 복제는 2003년에 아이다호 대학이 유타 주립대와 협조하여 만들었다.


한글에서 donkey 를 당나귀라고 부르는데 당은 唐나라의 唐이고, 나귀는 15, 16세기에는 라귀, 나귀, 나괴 등으로 적혔다고 합니다. 이 단어는 중국어의 차용어로 추측이 되는데, "중국어로 ‘나귀 새끼’를 ‘驢駒子’로 쓰고 ‘류구즈’로 읽는데 ‘라귀’는 ‘驢駒’ 즉 ‘류구’와 관련이 있을 듯하다" 하는 지적이 있습니다. 어찌 되었든 '나' 를 빼면 당귀가 donkey 와 비슷한 것도 재미 있는 우연입니다.

나귀의 자기보호본능은 이솝 우화에서도 보입니다. 소금을 실은 나귀가 물에 빠져 무게를 줄이자 주인은 솜을 실어 복수하죠. 사람이 더 악하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 뭐 그런 교훈인가요? ㅎㅎ 

나귀 울음 소리. 미국에서는 이를 Hee Haw (히호) 라고 적던데, 제 귀에는 "으어어히 으어어히" 아니면 "뿌히이 뿌히이" 하는 걸로 들리네요. 이런 울음 소리를 bray 라고 하네요. 

비브라토가 일품인 나귀.

노새의 울음 소리. whinny (와이니) 혹은 braying 이라고도 하는 모양인데, 제 귀에는 "우와아아히리리리"로 들리는군요.

말 울음 소리. 말이 몇 가지의 소리를 내는지 모르겠으나 braying, whinny, neighing 등이 있고, 이 중 neighing 이 "으히히힝" 하는 소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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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ar 2012.09.04 23:19
    이렇게 자세한정보를... 이글을 통해서 이런것들에 대한 구별이 확실해 졌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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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y 2012.09.05 16:13
    블로그를 올리신 분의 사진이 우리 산악회 ㅁㄸㅇ님과 너무 닮아서 혹시?? 하는 생각에 한참 쳐다보게 됩니다. 설마... 
    아.니.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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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뚝이 2012.09.05 16:35
    난 '두꺼비'가 아.닙.니.다. 원래 천성이 게을러서 블로그 같은 거 못합니다. emot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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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 2012.09.05 21:56
    노새라는 제목과 글 중에 버새라는 단어에 눈이 번쩍 뜨여 혹시 모 재밌게 놀면서 (돈)버는 요령 강의같은거 하시는 줄 알고 들어와 봤는데, 이런 훌륭한 정보가  있을 줄이야. 라고 감탄하게 됩니다! 은퇴하게 되면 노새를 구입해서 기르고 싶은데요? 영양적으로 열악한 음식을 군말않고 소화하는 노새와 저 자신을 투영해 봅니다. 헤헤헤--- 좋은 정보 감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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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드 2012.09.05 23:18
    지금 사시는 곳에서는 그럴 기회가 올 수 있겠네요. 가끔 동네 사람들 거 관찰해 보고, 타 보고, 며칠씩 노새/말 타고 가는 캠핑 같은 것도 해 보고 할 수 있겠죠? 즐거운 상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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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지랑 2012.09.06 03:31

    Pack Station 에서 물어보니 깊은 숲속에 들어가야 하는 사냥군들도 노새를 많이 이용 하는데, 

    어느곳에 무거운 짐만 떨구어주고 갔다가  몇주후 그곳에 가서 다시 짐을 실어가지고 온다고 합니다.  

    백팩커들이 먹는  가벼운 프리즈드라이 같은 음식을 먹기 싫어하는 부자 (?)  하이커들도 아이쓰 박쓰에 스테잌 이나 핫도그를 

    노새에 잔뜩 싣고 간다고 합니다.   

    노새를 이용해도 백팩커들이 쓰는 아주 가벼운 텐트, 슬리핑맽,  슬리핑백, 식기등을  가져와야 하는데,

    사람들이 노새에 실으면 엄청 많이 실을줄 알고,  아무거나 생각없이 크고 무거운것들을 들고와 무게를초과 하는 경우가 많다 합니다.  

    특히 음식은 무게가 많이 나가지요. 
     

    멀리가는 트레일에서 Mule Train 을 가끔 볼수 있는데....., 와~ 멋있다 했는데, 동영상을 보니 이것도 겁나는 Ride 같네요.  

    노새는 거의 말처럼 생겼고 울음소리도 좀 비슷한것처럼 들리는 반면, 나귀는 돼지 소리와 비슷하게 들리네요..

    동물들 울음소리를 한국말로 쓰거나 영어로 표현할때 서로 너무나 달라, 저는 미국사람들의 귀를 좀 의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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