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기자가 쓴 글인데 재미있네요. 경험에서 우러 나온 글인 것 같은데 괜찮은 방법 같습니다.
김성윤의 맛 세상] 맛집 감별법
입력 : 2012.10.31 22:30
찾아가는 길 요령 있게 설명하고 주인 가족이 카운터 앉아 있으면
'맛집'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통 낡은 간판 단 맛집 많지만 요즘 다들 인테리어, 구별 어려워
두세 달 지나도 맛 유지되나 봐야
음식 담당 기자를 하면서 꽤 많은 식당을 맛보러 다녔다. 하루에 음식점 열 곳을 찾기도 했고, 이탈리아 레스토랑 일곱 곳을 이틀 동안 돌면서 파스타 열네 그릇을 먹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차츰 맛있는 식당은 공통점이 있는 듯했고, 맛없는 식당도 그 나름의 공통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외식 업체 경영자와 식당 주인, 요리사, 레스토랑 가이드북 출판인, 음식 전문지 편집장, 자칭 타칭 미식가와 대식가 등 음식 관련 업계 종사자들에게 물어보니 그들 역시 맛있는 집과 그렇지 않은 식당에 각각 공통점이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일단 목소리다. 식당에 가볼 필요도 없다. 목소리만 들어봐도 그 식당이 괜찮은지 괜찮지 않은지 짐작할 수 있다. 여기서 목소리란 식당에 전화를 걸었을 때 응대하는 카운터 종업원을 뜻한다. 마치 준비하고 기다리기라도 한 듯, 지도를 보기라도 하는 것처럼 술술 잘 설명해주는 식당은 맛집이거나 적어도 잘되는 식당임이 거의 틀림없다. 위치를 물어보는 전화를 많이 받고, 여러 번 설명해주다 보니 설명을 잘할 수밖에 없다.
목소리가 믿을 만하다 싶으면 다음은 간판이다. 낡고 지저분한 간판이면 맛집일 가능성이 높다. 식당의 얼굴이랄 수 있는 간판에 옛 글씨체로 상호(商號)가 적혀 있으면 믿음이 간다. 한자리에서 오랫동안 망하지 않고 대를 이어가며 영업하고 있다는 힌트이다. 해장국이나 순댓국처럼 단순한 음식이라도 대를 이은 집은 뭔가 다르지 않던가. 구체적으로 어떤 글씨체라고 꼭 집어서 얘기하기는 어렵고, 느낌으로 파악해야 하는 부분이다.
상호와 음식이 어울리지 않는 식당은 대개 맛도 그저 그렇다. '전주집'에서 냉면을 판다고 생각해보라. 하지만 같은 '전주집'이라도 비빔밥이나 한정식을 판다면 일단 시식해볼 만하다. 전라도 지명이 들어간 한식당은 일단 믿어볼 만하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가면 간판이나 가게 외벽에 적힌 글씨와 문구 따위를 유심히 살핀다. 메뉴판에도 적용할 수 있는 감별법이다. 프랑스어나 이탈리아어에는 여성형과 남성형이 있다. 명사와 그 명사를 수식하는 형용사의 성별이 맞지 않으면 의심해볼 만하다. 철자가 틀린 경우도 그렇다. 음식은 특정 국가의 문화 중 일부이다. 언어도 마찬가지다. 그 나라 음식에 정통한 주인이나 요리사라면 언어도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주인이나 요리사가 철자 따위 실수를 하거나 그냥 놔뒀을 가능성은 낮다. 물론 요리 솜씨는 뛰어나지만 일자무식인 요리사도 있기는 하다.
식당에 들어가면 카운터에 캐시어(cashier)가 앉아있다. 손님을 처음 맞아 인사하고, 나갈 땐 돈을 받고 계산해주는 종업원이다. 이 캐시어를 따로 보는 직원이 있다면 맛집일 가능성이 높다. 쓰러질 듯 허름한 밥집이라도 잘되는 식당은 대개 계산원이 따로 있다. 손님이 많으니 돈을 자주 받고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잘 안 되는 집은 캐시어가 자리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캐시어가 먹고 난 식탁도 치우고 심지어 부엌에 들어가 음식까지 만드는 모습을 보면 정말 불안하다.
또 잘되는 식당에서 일하는 캐시어는 당당하다. '우리 식당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기보다 '진짜 바쁘지만 특별히 음식을 팔아준다'는 태도이다. 물론 약간 거슬리기는 하지만, 맛이 있으니 손님들도 저자세가 된다. 특히 계산원을 주인의 아내나 딸·며느리가 맡아 본다면 돈을 긁어모으는 식당이다. 가족보다 더 믿을 만한 이가 어디 있겠는가.
자리에 앉았다면 메뉴판을 훑어볼 차례다. 한식집인데 메뉴가 너무 다양하면 맛없을 확률이 90%쯤 된다. 전문성이 떨어진다. 온갖 음식을 다 파는 '역전(驛前) 앞' 식당을 떠올려보라. 물론 서울 '진고개'나 '한일관'처럼 예외도 더러 있다. 메뉴가 많지는 않지만 '부적절한 관계'인 메뉴들이 함께 메뉴판에 올라있다면 의심해볼 만하다. 예를 들면 설렁탕과 자장면을 함께 파는 식당, 회덮밥과 돈가스를 함께 파는 식당이다.
성형이 필수가 돼 자연 미인을 가려내기 어려워진 것처럼 요즘은 맛집 구분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신사동·가로수길·압구정동 등 서울 강남에 생겨나는 식당들은 성형수술, 즉 인테리어에 많은 돈을 쓴다. 또 레스토랑 컨설턴트에게 인테리어는 물론이고 식당의 전체 콘셉트와 메뉴 등 모든 것을 코치받아서 개업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진짜 맛집인지 감별하기가 어렵다. 그러니 문을 열고 두세 달 정도 지난 다음에도 맛이 유지되고 있는지 뜸을 들여볼 필요가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새 맛집이 문을 열면 최소한 두 달이 될 때까지 여러 번 맛을 본 다음에 소개한다. 최근 국내에선 일부 맛집 블로거가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새 식당을 소개하는 것이 능력인 것처럼 착각하여 너무 일찍 맛집을 소개하는 경우가 늘어서 아쉽다.
일단 목소리다. 식당에 가볼 필요도 없다. 목소리만 들어봐도 그 식당이 괜찮은지 괜찮지 않은지 짐작할 수 있다. 여기서 목소리란 식당에 전화를 걸었을 때 응대하는 카운터 종업원을 뜻한다. 마치 준비하고 기다리기라도 한 듯, 지도를 보기라도 하는 것처럼 술술 잘 설명해주는 식당은 맛집이거나 적어도 잘되는 식당임이 거의 틀림없다. 위치를 물어보는 전화를 많이 받고, 여러 번 설명해주다 보니 설명을 잘할 수밖에 없다.
목소리가 믿을 만하다 싶으면 다음은 간판이다. 낡고 지저분한 간판이면 맛집일 가능성이 높다. 식당의 얼굴이랄 수 있는 간판에 옛 글씨체로 상호(商號)가 적혀 있으면 믿음이 간다. 한자리에서 오랫동안 망하지 않고 대를 이어가며 영업하고 있다는 힌트이다. 해장국이나 순댓국처럼 단순한 음식이라도 대를 이은 집은 뭔가 다르지 않던가. 구체적으로 어떤 글씨체라고 꼭 집어서 얘기하기는 어렵고, 느낌으로 파악해야 하는 부분이다.
상호와 음식이 어울리지 않는 식당은 대개 맛도 그저 그렇다. '전주집'에서 냉면을 판다고 생각해보라. 하지만 같은 '전주집'이라도 비빔밥이나 한정식을 판다면 일단 시식해볼 만하다. 전라도 지명이 들어간 한식당은 일단 믿어볼 만하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가면 간판이나 가게 외벽에 적힌 글씨와 문구 따위를 유심히 살핀다. 메뉴판에도 적용할 수 있는 감별법이다. 프랑스어나 이탈리아어에는 여성형과 남성형이 있다. 명사와 그 명사를 수식하는 형용사의 성별이 맞지 않으면 의심해볼 만하다. 철자가 틀린 경우도 그렇다. 음식은 특정 국가의 문화 중 일부이다. 언어도 마찬가지다. 그 나라 음식에 정통한 주인이나 요리사라면 언어도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주인이나 요리사가 철자 따위 실수를 하거나 그냥 놔뒀을 가능성은 낮다. 물론 요리 솜씨는 뛰어나지만 일자무식인 요리사도 있기는 하다.
식당에 들어가면 카운터에 캐시어(cashier)가 앉아있다. 손님을 처음 맞아 인사하고, 나갈 땐 돈을 받고 계산해주는 종업원이다. 이 캐시어를 따로 보는 직원이 있다면 맛집일 가능성이 높다. 쓰러질 듯 허름한 밥집이라도 잘되는 식당은 대개 계산원이 따로 있다. 손님이 많으니 돈을 자주 받고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잘 안 되는 집은 캐시어가 자리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캐시어가 먹고 난 식탁도 치우고 심지어 부엌에 들어가 음식까지 만드는 모습을 보면 정말 불안하다.
또 잘되는 식당에서 일하는 캐시어는 당당하다. '우리 식당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기보다 '진짜 바쁘지만 특별히 음식을 팔아준다'는 태도이다. 물론 약간 거슬리기는 하지만, 맛이 있으니 손님들도 저자세가 된다. 특히 계산원을 주인의 아내나 딸·며느리가 맡아 본다면 돈을 긁어모으는 식당이다. 가족보다 더 믿을 만한 이가 어디 있겠는가.
자리에 앉았다면 메뉴판을 훑어볼 차례다. 한식집인데 메뉴가 너무 다양하면 맛없을 확률이 90%쯤 된다. 전문성이 떨어진다. 온갖 음식을 다 파는 '역전(驛前) 앞' 식당을 떠올려보라. 물론 서울 '진고개'나 '한일관'처럼 예외도 더러 있다. 메뉴가 많지는 않지만 '부적절한 관계'인 메뉴들이 함께 메뉴판에 올라있다면 의심해볼 만하다. 예를 들면 설렁탕과 자장면을 함께 파는 식당, 회덮밥과 돈가스를 함께 파는 식당이다.
성형이 필수가 돼 자연 미인을 가려내기 어려워진 것처럼 요즘은 맛집 구분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신사동·가로수길·압구정동 등 서울 강남에 생겨나는 식당들은 성형수술, 즉 인테리어에 많은 돈을 쓴다. 또 레스토랑 컨설턴트에게 인테리어는 물론이고 식당의 전체 콘셉트와 메뉴 등 모든 것을 코치받아서 개업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진짜 맛집인지 감별하기가 어렵다. 그러니 문을 열고 두세 달 정도 지난 다음에도 맛이 유지되고 있는지 뜸을 들여볼 필요가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새 맛집이 문을 열면 최소한 두 달이 될 때까지 여러 번 맛을 본 다음에 소개한다. 최근 국내에선 일부 맛집 블로거가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새 식당을 소개하는 것이 능력인 것처럼 착각하여 너무 일찍 맛집을 소개하는 경우가 늘어서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