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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에는 설악가라는 노래가 있다. 그러나 설악의 노래는 슬픔과 산악인들에게는 찡하고도 서럽도록 아름다운 가사가 담겨져 있다. 그중 하늘에서 꽃이 내려와 앉았다는 천화대(天花臺)에 석주길 이라고 하는 릿지가 있다. "천 가지의 꽃이 피어있다" "바위에 피어있는 꽃" "하늘 꽃"이라는 숫한 설을 남긴 천화대는 그 만큼 아름답다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천화대는 비선대에서 철 계단을지나 천불동 계곡방향 으로 가다보면 우측에 초입이 시작된다. 끝 지점인 공룡능선에서는 비선대 방향으로는 동북쪽으로 연결되어 있고 외설악을 대표하는 30개 이상의 크고 작은 봉우리를 넘어야하는 구간이다. 희야봉에서는 범봉을 앞에 두고 설악골과 잦은바위골 로 길이 갈라지고 맞은편으로는 범봉과 공룡능선으로 이어진다. 특히 잦은바위골에 다다르면 50m,100m 폭포는 장관을 이룬다. 천화대에서는 화채봉과 동해바다가 보이며 북동쪽 으로 울산암이 바라보이는 곳 이기도하다. 풍광과 조망 또한 좋아서 등반 내내 발길을 멈추곤 한다. 이중 설악골에서 범봉사이에 성곽과도 같은 침니로 이어진 리지구간이 석주길이다. 이곳에서 엄홍석과 신현주라는 두 연인이 생을 마감한 산악인의 이야기가 있다. 외설악 노루목에는 1969년도 죽음의 계곡에서 눈사태로 10명이 운명을 달리한 십동지묘 와 설악산에서 등반도중 숫한 목숨을 잃은 산악인들의 묘지가 있다. 묘지에는 자그마한 동판에 적혀져있는 그들의 영혼을 달래는 글귀와 이름만이 남아있다. 그중 엄홍석과 신현주도 그러했다. 엄홍석과 신현주는 요델산악회 의 연인사이로 1967년 가을 등반중 목숨을 잃는다. 그중 같은 요델산악회원이었던 송준호와 는 생명줄을 잡아준다는 암벽 자일 파트너였기도 했다. 송준호는 악우인 엄홍석과 신현주의 넋을 달래 68년 7월 지금의 천화대 석주길을 개척하며 엄홍석의 이름 끝 자인 "석"과 신현주의 끝 자인 "주"를 딴 석주길이라는 길이 생기게 되었다. 산악계에서는 처음 길을 개척한사람에게 "명명(命名)권" 을 주게 되는데 송준호에게 명명권을 주어 두 사람의 석주길이라는 길이 설악산 천화대에 생기게 된 것이다. 여기서 송준호도 엄홍석과 신현주의 뒤를 따라 설악산 토왕성폭포에서 1973년 1월2일 새벽 등반 중 악우였던 엄홍석과 신현주를 따라 토왕성폭포에서 생을 마감한다. 근데 1973년 새해 첫 날밤 등반하루 전 그는 엄홍석과 신현주에게 마지막 편지를 남긴 다...? 죽음을 예감이라도 한 듯 번지 없는 주소로 엽서를 보낸다. 받는사람 "석주 귀하" 주소는 "벽에서 노루목" 보내는 사람 "준" 그것이 전부였다. 한편 서울에서는 토왕성폭포 등반을 마치고 돌아오겠다던 송준호의 애인은 1973년 1월5일 오후2시 서울 중앙극장에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상영을 앞두고 그를 기다리다 그가 나타나지 않자 뇌리에 스쳐오는 송준호를 생각하며 극장가를 떠난다. 송준호는 그녀가 짜준 목도리와 장갑 모자를 가슴에 품은 채 토왕폭포에서 그의 곁을 영원히 떠나게 되었다. 송준호는 토왕폭을 등반 후 돌아와 그녀와 함께 스위스 등산학교를 유학 한 후 결혼하기로 되어 있었다. 모든 것이 바람과 함께 사라졌지만... 훗날 다시 극장가를 찾은 그의 애인 은 영화의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 처럼 살아달라는 송준호를 생각하며 홀로 객석에서 눈물을 흘려야했다. 그 해 가을 산악회에서는 추모등반을 설악산 용아장성에서 이루어지게 되었는데 동판은 제14봉에 부착했다. 애인은 동판에 송준호에게 마지막 편지를 썼다. "고인의 뜻대로 강하게 살아가겠다고". 그 후 1974년 1월2일 1주기가 되던 해 그는 송준호와도 산 친구였던 00산악 농대출신의 한 사람과 함께 설악의 노루목을 찾았다. 그는 산 친구인 송준호에게 절을 하며 약속한다. 그녀와 함께 살아가겠다고... 그 이듬해 그들은 결혼해서 그들의 꿈이었던 목장을 이루고 살아가면서 설악가 처럼 굽이져 흰띠두른 능선길 따라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는 지금 설악산 노루목에 엄홍석 신현주와 함께 묻혀 있으며 이들 세사람의 충혼비는 이러하다. "시간(時間)과 존재(存在)의 불협화음으로 공간을 활보하고 있는 악우(岳友)들이여! 철학적 경이로써 모둠된 그대들의 자취는 훗날 이 인자한 산정을 찾는 이들의 교훈일 것이다. 추억을 침묵으로 승화시킨 사람들, 그 대담한 의지로 회생하리라." 설악의 산하 한 암벽에 지금도 색 바랜 동판에는 그들 세 사람의 아름다운 산악인의 발자취가 노루목에 남아있다. 그래서 설악을 찾은 등반자들은 지금도 설악가를 부르는지도 모른다... "잘 잊거라 설악아 내 다시 오리니~"라고!... 설악산은 너무나 많은 아름다운 것들을 갖고 있다. 솜다리꽃.박새풀.둥글레.함박꽃.전나무를 비롯해 하얀 껍질에 사연을 적어보내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자작나무가 도처에 널려 있다. 그런가 하면 설악골.용소골.토막골.곰골.잦은 바위골 등의 숱한 골짜기와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 용아장성.공룡능선.화채봉 능선.서북릉.천화대 등의 바위능선(암릉)과 대청.중청봉을 휘감는 바람과 구름, 그리고 동해까지 거느리고 있다. 거기에 "설악시(詩)"와 "설악가(歌)"까지 지니고 있다. 그 설악의 노래는 슬픈 노래다. 아니 서럽도록 아름다운 노래다. "너와 나 다정하게 걷던 계곡길, 저 높은 봉우리에 폭풍우 칠 적에…" 설악의 봄.여름.가을.겨울을 노래한 "설악가" 속에 나오는 산(山)친구이면서 사랑 하는 사이이기도 한 "그녀"는 가을 설악산에서 조난당해 세상을 뜨게 된다. 그녀를 설악에 묻고 그리움을 삭이지 못해 매번 설악산에 되돌아와 부르고 또 부른 노래가 "설악가"다. "굽이져 흰띠 두른 능선길 따라 달빛에 걸어가던 계곡의 여운을. 내 어이 잊으리요. 꿈 같던 산행을. 잘 있거라 설악아. 내 다시 오리니". 외설악 초입에 있는 노루목 근처 산자락에 가면 지금은 호텔과 여관 등 숙박시설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는 "사자(死者)의 마을"이 있다. 설악을 사랑하다 결국 설악의 품에 영원히 안긴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그 곳에는 1969년 "죽음의 계곡"에서 눈사태로 목숨을 잃은 한국산악회 소속 대원 10명의 무덤(산악인들은 "십동지묘"라 부른다)을 비롯해 설악산에서 숨진 여러 산사람들의 묘지가 있다. 국토의 7할이 산인 산악국가로 산을 신앙으로 숭배하던 배달겨레의 유일한 "산악인 묘지"인 셈이다. 여기에는 이름없는 산사람들의 초라한 무덤들이 자그마한 동산을 이루고 있다. 상석은 고사하고 비석도 제대로 세워져 있지 않은 무덤의 주인공들은 벚꽃처럼 활짝 필 젊은 나이에 산에서 운명을 달리한 산사람들이다. 이 중에는 엄홍석과 신현주라는 두 남녀의 무덤이 있다. 연인 사이로 여러 차례 설악산을 함께 올랐던 두 사람은 67년 가을 어느 날 "설악가"의 가사 그대로 설악에서 등반사고로 함께 세상을 떴다. 내설악과 외설악을 가로지르는 공룡능선은 설악의 주릉이다. 이 공룡릉에서 흘러내린 설악골과 잦은 바위골 사이를 천화대 라고 하는 험준한 바위능선이 치밀어 올라 있다. 천화대는 여러 갈래의 작은 능선(지릉)을 거느리고 있는데, 이 중 설악골에서 왕관봉과 범봉 사이에 있는 성곽처럼 생긴 바위능선 하나가 유난히 눈길을 끈다. 송준호는 68년 7월 이 바위능선을 맨처음 오르는 산악인이 된다. 산악계에서는 등산코스를 개척한 초등(初登) 산악인에게 코스의 이름을 붙일 수 있는 "명명(命名)권"을 주는 것이 관례다. 송준호는 그 바위능선에 "석주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의형제 엄홍석과 그의 연인 신현주의 이름 끝자인 "석"과 "주"를 따와 붙인 것이다. 그리고 자기 손으로 "석주길"이라고 새긴 동판을 만들어 석주길이 천화대와 만나는 바위봉우리의 이마 부분에 붙여 두 사람의 영전에 바쳤다. 그리하여 "석주길"이라는 신화가 설악산에 태어났다. 천화대(天花臺)는 천 가지 꽃이 핀 듯 아름다운 절벽. 릿지 등반으로 설악산을 찾는 산악인에게 인기 있는데 여러 코스 중 하나인 "석주 길" 동판이 유독 눈길을 끈다. 송 준호 엄 홍석 과 신 현주 세 사람은 서로 자일 파트너이고 친구이자 연인 사이였고 어느 한 가지도 포기할 수 없을 만큼 가까워 늘 함께 다녔다. 결국 송 준호는 세 사람의 소중한 관계를 지키기 위해 자신이 물러서기로 결심하고 두 사람 곁을 홀연히 떠났고 그로부터 얼마 후 연인이 된 두 사람에게는 비운이 찾아온다. 설악산 천당 폭 빙벽을 선등하던 신 현주가 실족. 후등하며 확보 보던 엄 홍석은 그녀의 위기를 직감. 자신의 몸을 빙벽 아래로 날려 추락거리 줄이려 시도. 그 추락하중을 못 견뎌 빙벽에 설치한 확보물 터져나감. (그 당시 확보물은 발달되지 않았기에 거의 유사한 사고) 두 연인은 한 자일에 묶인 채 추락해 죽음의 세계로 여행. 설악산에서 숨진 산악인은 대부분 그러하듯 두 사람 시신도 설악산 자락의 노루목에 묻힌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한 산악인 묘지이기도 한 그곳... 그 후 송 준호는 1969년에 천화대에 바윗길을 개척하고 개척자가 새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고유권한의 관례에 따라 고인이 된 두 사람을 못 잊어 "석주 길"이라고 이름을 붙인다. "엄 홍석"의 석 字와 "신 현주"의 주 字를 따서 명명된 이름이다. 그 후 송 준호 역시 1973년 초에 "토왕 폭"을 오르다가 실족사고로 인하여 먼저 간 두 친구의 영혼을 뒤따르게 되고 후일 송 준호 유품을 정리하다가 그가 남긴 엽서 한 통이 발견된다. .......................................... 받는 이 : 석주 주 소 : 목(노루목)으로 보내는 이 : 준 주 소 : 벽에서 .......................................... "잘 있었나. 그동안 나는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네. 내일 벽과의 감격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네. 아니면 자네 품으로…. (이하 생략) 지금은 셋 모두 노루목에 묻혀 있다. 아래는 묘지의 충혼비에 새겨진 글이다. - 내용 - 시간과 존재의 불협화음으로 공간을 활보하고 있는 악우들이여! 철학적 경이로써 모둠된 그대들의 자취는 훗날 이 인자한 산정을 찾는 이들의 교훈이 될 것이다. 추억을 침묵으로 승화시킨 사람들의 그 대담한 의지로 그대들은 설악에서 회생하리라. 73년 가을.... 요델산악회는 송준호 추모등반을 설악산에서 갖고 용아장성의 14번째 암봉에 그의 추모동판을 새겼다. 설악가-설악산의 노래 1. 굽이져 힌 띠 두른 능선길 따라 달빛에 걸어가던 계곡의 여운을 내 어이 잊으리요 꿈 같은 산행을 잘 있거라 설악아 내 다시 오리니 2. 저 멀리 능선 위에 철쭉꽃 필적에 너와나 다정하게 손잡고 걷던길 내 어이 잊으리오 꿈같은 산행을 잘 있거라 설악아 내 다시 오리니 3. 저높은 봉우리에 백설이 필적에 나는야 생각한다. 친구의 모습 내 어이 잊으리오 꿈같은 산행을 잘 있거라 설악아 내 다시 오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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