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by 에코맨 posted Oct 1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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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지면서 옷깃을 여미게 하는 쌀쌀한 밤입니다.  가로등 불빛의 작고 초라하게 느껴지는 것은 움츠러드는 우리들의 마음의 크기가 작아 지는 것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춘기때 느끼던 가을의 감정이 이제 불혹을 넘긴 이 나이에도 어김없이 찾아 오는 것인지 스스로 부끄러워 질때가 많습니다.  어젠 산을 좋아하는 우리 회원님들과 가을을 정취를 느껴보겠다고 정말 포근하고 아늑한 곳에서 캠핑을 하였습니다.  사실 모이신 분들이 저보단 오래사신 분들이 많았지만, 사실 전 그분들을 회원보단 친구, 혹은 "형"으로 생각 합니다.  오늘의 제 얘기는 여기서 시작해 볼까 합니다.

조국을 떠나 참 멀리 와있습니다, 우린.  저도 떠난진 참오래 됐습니다.  내년이면 30년 이니까요.   전 나름대로 2,30대를 살아남기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았고 적어도 겉으로는 그럴듯한 사회인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항상 목 마른 것은 정을 나누고 서로의 생활은 조금씩 침범하면서 간섭해주는 그런 때론 귀찮지만, 사실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친구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가족이 있지만 여기 삶을 살아 가는 우리들은 기본적으로 다들 저처럼 그런 정에 굶주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제 생활 반경에는 저의 정서, 음식, 우정, 질투, 존경 등등 살아가는데 있어서 꼭 나누고 살아야 할 대상이 부족하기 때문 일거라 전 생각합니다.

산을 사랑하는 우리 베이산악회 식구 여러분, 우린 참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한분한분 너무도 소중한 우리 식구들입니다.  또,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첫 산행 전날의 그 설레임을 기억하시는 지요.  그리고 산행후 느꼈던 그 감정 기억하시지요.  전 그랬었습니다.  이 소중한 모임을 잘 가꾸겠다고요.  전 대부분의 우리 회원님들이 저랑 비슷한 생각을 하셨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렇지요?

지난 금요일 사건이 있었습니다.  전 그 사건의 발단은 분명 사랑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산악회가 더 잘되는 것을 간절히 원하는 맘이라고요.  하지만, 우린 우리가 맘먹은 대로 일이 안풀리는 경험을 너무 많이 해본 기성세대 입니다.  내 생각으로 쓴 글은 가끔 누군가에게 비수가 되어 너무도 아프게 합니다.  그럼 그 상처받은 사람이 흘린 피가 다시 날카로운 화살이 되어 내 심장을 겨눌 수 있을 겁니다.  전 젊어서 정치활동에 깊이 개입한 적이 있습니다.  전 저의 신념이 그때도 올바렀었고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신념을 표현하는 법은 좀 더 세련되어 져서 서로 상처를 입히지 않고 더불어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기의 신념을 믿다 보면 가끔은 약간의 환상이 진실처럼 둔갑되기도 합니다.  조금더 논리를 단단히 하고자 그럴 수도 있고 또 어차피 자신은 진실을 꿰뚤어 보고 있으니 확인이 안된 사실도 그간의 사건으로보아 이럴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사람이 모이게 되면 모임을 위해서 봉사하는 사람이 꼭 필요하게 됩니다.  구심점 역활도 해야 하고 연락, 산행준비 등등 할 있이 생기게 되어 있습니다.  이런 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은 참 고마운 사람들 입니다.  다른 회원들이 산행의 즐거움을 생각할 동안 이런 분들은 산행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분들도 맘 먹은 대로 다 잘 되는 게 아닙니다.  가끔은 실수도 하고 의욕이 넘치다 보면 대부분의 회원들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리기도 하는 것 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분들도, 아니 어쩜 더 많이, 우리 산악회를 소중하게 사랑하고 더 잘 되기를 바란다는 것 입니다.

우린 잘 압니다.  세상만사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효율 이나 기능의 극대화가 아니다란 것을.  가끔은 좀 더 slow하고 세련되지 못한 것이 우리의 정서에 와 닿기도 하고 또 편하기도 합니다.  우린 아직 인터넷 신문의 빠름과 정보의 양의 매력보다 식탁이나 테이블에 펼쳐놓고 읽는 신문이 더 친숙합니다.  일을 물론 효율적으로 적재 적소에 적당한 인력이 배치되어 계획한 대로 진행해서 최대의 성과를 얻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이건 역시 방법일 뿐 입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목적에 있습니다.

산을 사랑하는 우리 베이산악회 친구님들,  우린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의 정을 나누면서 산을 즐기고 우리의 삶을 나누기위해 모였습니다.  이게 우리 목적이 아닐까요?  회칙은 이거 잘 하라고 만들었습니다.  이거 잘 못할 거면 필요 없습니다.  사람들이 모이다 보면 좀 더 친한 사람들도 생기고 또 좀 많아 지다보면 한꺼번 모든 일을 모든 사람과 공유하는 일이 어려워 집니다. 

얼마전 제가 집들이를 했습니다.  사실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새로 집을 옮겨서 내가 좋아하는 우리 산악회 회원님을 다 불러서 축하 받고 싶고 또 핑계삼아 놀고 싶은데, 저희 집은 아무리봐도 20명이 들어오면 터질듯이 조그만 집이었기 때문입니다.  누구만 정해서 초대하면 초대 못 받으신 분들이 어떻게 생각할 까 참 고민을 많이 하다가, 터지더 래도 오고 싶으신 분을 모두 부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치사하게, 일부러 공고는 늦게 냈습니다.  그렇게 공평하게 오실 수 없는 분들을 가리자는 얕은 수였지요.  사실 이런 우리 산악회의 현실이 조금은 슬펐습니다.  제가 이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몇 몇 사건들이 끼리끼리 모인다 어쩐다 하는 말들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재미도 없는 글을 장황하게 적다 보니 정말 죄송스럽기 그지 없네요.  다시 요점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 좋은 산악회를 목적을 잊고 효율과 능력을 가지고 자질을 얘기해서는 안되지 않겠습니까?  이게 무슨 시험쳐서 들어가는 직장도 아니고 좀 실수를 하더라도 우리 식구라는 생각으로 보호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또 봉사하기로 하신 분들은 봉사하기로 한 마음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봉사의 목적은 내가 좋은 사람이어서 희생하고 남들보다 더 많이 일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불편해하는 사람들까지 우리 식구니까 우리 식구들이 불편해 하지 않도록 봉사해 달라는 것 입니다.

이번 주말 많은 사건들이 있었지만, 아직 산타그루즈 산의 나무들은 우리를 포근 감싸주고 있고 낙옆을 떨구어 우리들의 실수들까지 덮어 줄 것입니다.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참 죄송스러운데 잘 생각하셔서 삶의 소중한 인연을 버리거나 해하는 일이 없었으면 해서 주절주절 적어봤습니다.

이제 푹 주무시고 내일부터 가을 비의 시원한 소리를 들으시면서 지저분한 생각들을 씻어 보냈으면 합니다.  이번 주말 정기산행때 즐겁고 밝은 얼굴들 모두 뵐 수 있기를 기다립니다. 

사랑합니다.

에코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