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의 행복 (펌)

by 아싸 posted Aug 20, 2013 Views 3340 Replies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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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전 마누라가 세상을 떠난뒤
    나는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함께 살자는 아들의 청을 받아 들였다.




    나는 아늑하고 편안한 아들네 집에서
    학교간 손자들과 직장에 나간
    아들과 며느리가
    돌아오는 저녁때를 기다렸다.




    아이들이 있어 집안 분위기가
    활기찰 것이라고 기대 했지만
    손자 녀석들은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늘 숙제 하느라 바빳다.




    하루에 한번 저녁시간에
    온 식구가 모였는데
    식사 분위기는 대체로 딱딱했다.




    가끔 어린손자가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얘기하며 깔깔대면 제 어미가
    "할아버지 앞에서 떠들면 못써"
    하고 야단을 쳤다.
    사실 나는 녀석들이 지껄이는 일이
    즐거웠는데 말이다.




    차를 마실 때라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면 좋으련만
    아들이 " 아버님 이제 늦었습니다.
    그만 주무시지요 " 하고 말하면
    나는 잠이 오지 않아도 내 방에 가야만 했다.




    그러던 어느날 이웃 노인 몇사람과
    오랫만에 즐겁게 마작을 하다가
    시간 가는줄 몰랐다.




    그러다 저녁에 퇴근한 며느리에게
    그 노인들 식사도 같이 부탁했는데
    며느리는 진수성찬을 차려 올렸다.




    그런데 이튼날 아침 아들이
    미리 말도 없이 손님을 청하면 어떡하냐며
    "앞으로 그러지 마세요" 라고 말했다.




    언젠가 부터 나는 자주 배가 고팟다.
    금방 밥을 먹어도 또 배가 고팟는데
    냉장고에는 내가 먹을만한 간식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매일 늙은 행상 한테서
    만두를 세상자씩 사 먹었다.
    그 뒤로 뱃속이 편안했고
    하루종일 목소리를 쓰지않는 나로서는
    만두장수와 얘기 나누는것도 즐거웠다.




    어느날 만두 장사는 내게 줄 거스름돈이 모자라
    나중에 며느리를 통해서 돈을 건네 주었는데
    며느리는 " 아버님이 이렇게 직접 사다 드시면
    사람들이 우리가 아버님을 잘 돌보지 않는다고
    생각할 거예요 " 라고 말했다.




    그렇게 2년이 흘렀다.
    갈증이 나고 자주 오줌이 마려운 증세가
    더 심해져 병원에 갔더니 당뇨병이라 했다.




    아들은 " 너무 많이 드셔서
    그 병에 걸린 겁니다." 라고 충고 했다.
    며칠뒤 내 몸은 회복 됐지만 마음은 뒤숭숭 했다.




    그러다 문득 마누라 장례식때 보고
    여태 만나지 못한 친구가 생각났다.
    그때 친구는 장례식장에서
    양로원 생활이 즐겁다고 했다.




    같은 연배의 늙은이 들과 산책하고 요리도 하고
    밤 늦게까지 얘기도 나눈다며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들어갈 방도 있느냐고 묻자 친구는
    " 자네는 아들과 더불어 만년을 편하게 즐기게 "
    라고 말했다.




    나는 그 친구의 말에 공감 했지만
    이미 3년을 편하게 보냈으니
    그것으로 족하지 않은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섬주섬 짐을 꾸렸다.
    옛 친구들이 있는곳으로 가기 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