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3390 추천 수 0 댓글 7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몇 년간 많은 번뇌로 지내오신 아버지는 찹찹한 마음을 억누르며 집을 나섰다. 맨정신에는 도저히 가눌 수 없는 몸이 오히려 술 몇 잔이 도움이 되었다. 그래 가자! 얼마나 많은 세월을 한쪽 벽에서 인자하게 내려보는 아내와 생활을 해야 하며, 소외감을 갖고 살아야 한단 말인가. 바지춤에서 꺼낸 그 옛날 아내가 사준 회중시계를 꺼내보니 6시를 치러간다. 부지런히 걸어야 할 텐데 하며 약간은 흐느적거리며 늘 만나왔던 월마트로 들어섰다. 옆에 있는 커피숍으로 눈길을 주니 구석에 앉아 있는 김여사도 그리 밝은 모습은 아닌듯하다. 김여사! 맨정신에 집을 나설 수 없어 쇠주를 먹었으니 이해하시구려! .... 아무 말도 없이 그를 바라보기만 하다가 서둘러 일어났다.
 

김여사의 차에 탔을 때는 오히려 마음이 푸근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 그런지 모르겠다. 그 사람도 마음 고생이야 나보다도 더 했지 싶다. 우리가 알게 된 것은 이곳의 월마트에서였다. 재작년쯤에 이곳에 왔을 때 높은 진열대 있던 상품에 김여사의 손이 닫지 않는 것을 도와주면서 부터 시작이 되었다. 얼마후 또 한 번 우연히 마주쳤을 때 한국분이냐고 말을 걸게 되었고 매장 안에 있는 커피숍에서 통성명을 하게 되었다. 자연스레 각자의 생활도 이야기 하게 되었고 김여사는 미국에 온지 40년 가까이 되어서인지, 모든 것이 자상하기만 했던 아내와는 다른 자유 분방 하면서도 자기주관이 뚜렸한 품성을 지녔다. 하기야 미국분에게 시집오고 미국 교회를 다니며 자식 없이 혼자 생활하는 김여사의 생활은 나의 눈에는 신비스러운 면과 경외감을 느끼게도 하였다.
 


그 후 자주 만나다보니 늙은 가슴에도 정이란 것이 거머리처럼 붙어서 떨어지질 않는다. 눈치로는 김여사 역시 말년에 솔직하고 담백한 한국 영감님이 마음에 들었으리라. 다음날 두 분은 김여사의 별장이 있는 산속으로 떠났다. 비어있는 이곳은 언제던지 사용할 수가 있는 곳이며 당분간 이곳에서 살기로 정했다. 더욱이 좋은 점은 이곳에서 30분쯤 떨어진 곳에 있는 한국교회를 다니겠다는 약속을 받았으니 그리 무료한 산속에서 만의 생활은 아니었다. 그리고 적당한 크기의 재롱둥이 강아지 "해피"와 셋 이서 걷는 산행길은 많은 건강을 주었다. 이곳의 생활은 일찍 일어나 텃 밭을 가꾸며 지내는 재미와 이름 모를 들꽃을 가꾸며 지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종종 김여사가 만들어 주는 부침개와 함께 먹는 산 속에서의 막걸리의 맛도 일품이다. 저녁에는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연속극을 보며 이야기를 나눌수 있는 사람과 함께 지낸다는것은 뒤 늦게 찾아온 행운이었다.
 


어제는 꿈 속에서 아내를 만났다. 아내의 모습은 항상 단정한 그대로이었다. 부부는 살다보면 정으로 살게된다며, 외로운 김여사와 행복하게 사시고, 마음고생 그만하고 아들에게 알리라고 신신당부 하던 아내의 휑하던 눈길이.... 아직도 구천에서 맴 도는것 같아
눈물이 났다. 영감님의 생활은 편하다 해도 늘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는 아들과 손주들의 생각에 찹찹한 즈음, 아내와 꿈 속에서의 만남은 큰 용기를 주었다. 어렵사리 김여사에게 말문을 열었다. 아무래도 아들에게 알려야겠소...! 늘 그녀는 나의 의사를 존중 해 주는사람이다 그녀의 눈빛은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으면 항상 아들에게 이야기  하고 살자고 말해왔었다.
 


떠나올 때는 전화로 만 이라도 알려야 겠다고 생각은 했었지만 차일피일 일년이 되어간다. 그래 집 앞에 개울이 또 다시 얼기전에 알려야지 하며 전화기를 들었다. 다행이 전화를 받은것은 아들이었다. 애야 아비다. 저쪽에서 들리는 소리는 뭐요, 뭐요... 하며 잠시 말이 없다. 내가 아버지라고 다시 말을 했을때야 떨리면서도 숨이찬 음성으로 아버지----- ! 하고 외친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내 역시도 정신을 가다듬어 그간의 사정을 자세히 알리고 내일 김여사와 집으로 갈 것 이라고 알리며 전화를 끊었다. 잠시 정신을 차린후 둘러보니 그녀는 방에서 기도를 하고 있었다.
 


다음날, 우리는 일찍 떠날 채비를하며 금년에 농사지은 오이, 깻잎, 호박과 고추 등을 차에 실으면서 그동안의 즐거웠던 시간을 추억으로 남기고 산길을 달려간다. 중간에 들른 월마트에서 손주, 손녀의 선물을 고르는 손 맛이 어느때보다 즐겁다. 다섯 시간을 달려 집 앞에 이르렀을때, 오랜동안 익숙했던 거리와 초 저녁의 가로등이 반가움으로 닥아온다. 헛 기침을 하며 벨을 눌렀을 때는 다섯명의 식구와 함께 기쁨과 눈물이 함께한 내생에의 최고의 날이다. 식구들을 보며, 김여사에게 인사를 올리라하고 있는즈음, 막내 손주가 소매를 끌며 뒷마당으로 이끈다. 아--! 거기에는 전에 다니던 교회의 목사님과 친구들의 " 결혼을 축하합니다 " 라는 placard가 걸려있었으며 뜨거운 박수를받었다.  옆을 힐끗 쳐다 보았을때 김여사는 수줍은 모습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영감님이 두 번째 맞는 생애의 최고의 날이었다-----------------------

                                                              끝

  • ?
    아싸 2013.08.21 18:49
    1524편 여기 있습니다.
  • ?
    musim 2013.08.21 19:34
    아싸님,
    3년의 행복을 읽으며 나도 집을 떠나신 아버지 생각이 났었습니다.
  • ?
    sadik 2013.08.24 12:28

    happy ending...감사합니다.^^
  • ?
    musim 2013.08.24 19:29

    새댁님,
    일찍 올려야 했었는데 늦었습니다.
    Thank you.

  • ?
    본드 2013.08.25 18:25
    나뭇잎

    바람이 불어
    그대의 팔랑 거리는 몸을
    가지에서
    떨어뜨리려 하고 있습니다.

    싱그럽게
    푸른 색으로 빛나던 그 시절
    다시 돌아 갈 수 없어
    불행하단
    생각 합니까?

    아니오.

    진홍으로 물든 노을이
    서산을 넘어 가기 전
    노랗게,
    붉게,
    평생에
    가장 아름다운 색으로 물들은 나와 동무들의 몸에
    마지막 따사로움을 선사했을 때 나는
    내가 온 길과
    가야할 길을
    그 순간 만큼이나
    사랑했습니다.

  • ?
    musim 2013.08.25 22:30
    본드님,
    깊은 생각을 주는 좋은시 잘 읽었습니다.
  • ?
    musim 2013.08.25 22:18

                

                   저녁노을

    저 산 넘어 무슨 일이 있길래
    그토록 뜨겁던 열정이 식어갈 때에
    붉은빛을 안고서 들어가는가!

     

    그 속에서 사랑과 그리움이 녹여진다면
    그 속에서 욕심과 허깨비가 사라진다면
    나 또한 붉은빛 안고 들어가리라.

     

    햇님이 다시 떠오르지 않는다 해도
    세상구경이 재미있었다 해도
    햇님에게 또 한번 조르지 않으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