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의 산책길

by musim posted Sep 03, 2013 Views 3265 Replies 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시집갈 나이가 되어가며, 여태껏 적당한 몸매에 먹던 딸이 갑자기 diet를 선언하고 절식을 넘어 단식에도 도전할 태세다. 젊음이란 좋은 것이다. 나에게도 그런 기백이 있다면 높은 산에 홀로 산행도 해냈으리라. 그래도 다행인 것은 어느분 딸은 사춘기 때부터 유별난 음식조절로 부모를 힘들게 한다는 말을 들어는 왔지만, 우리 딸하고는 상관없는 일로 지내 왔었는데 뒤늦게 무슨 일인지... 그저 눈치 봐가며 이것 먹으면 날씬해진다고 안내방송이나 해댄다.

 

 더운 날씨에 freezer 열어도 아이스크림은커녕 꽝꽝 얼려 놓은 얼음 조각만 보인다. 두었던 곳을 열어 봐도 안주거리나 과자 나부랭이도 보이질 않는다. 어미와 딸은 그렇다 하고 나는 덩달아 홀쭉이가 아니라 쭉정이가 될까 겁난다. 치매가 아닌 이상 겉으로는 점잖게 살아 보려는 아빠가 먹고 싶은 사다가 감춰 두고 먹을 수는 없는 일이다. 지구 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굶주림으로 힘든 생활을 하는데, 이런 글을 쓰는 자신이 죄스러운 이기도 합니다. 뒤를 돌아봐도 보릿고개 시절에 국수나 수제비도 감지덕지 먹던 시절이 있었지만, 자식들한테 가끔 이야기하면 Korean War 이야기를 한다며 고개를 젓는다.

 

휘이적 휘이적 팔을 흔들며 저녁 식후 산책에 나섭니다. 나에게 생활환경을 따지면 사치스러움이겠지만 다행히 주변에 오솔길이 있으니 많은 도움이 된다. 전에는 집사람과 만의 산책이었는데 요즈음은 굳은 결심을 녀석까지 함께하니 삼총사 산책입니다. 오솔길 폭이 넓지 않아서 내가 앞장서고 부하 둘이 종알종알 얘기하며 따라옵니다. 나는 보폭을 조절하며 귀동냥으로 들으며 재미가 심심치 않아 좋다. 주로 그날의 직장생활과 친구 이야기이리라. 아마도 어미와 딸은 그래서 좋은 것같다. 나와 아들과의 관계는 종적인 관계로 지내게 된다. 이곳에 와서 죽도 밥도 아닌 유교사상이 곁들인 모르는 아비의 교육방법 으로인해서 아들녀석은 한국과 미국문화 사이에 자기의 정체성을 찾아가기에 힘들었으리라... 뒤늦게 미안 한 생각이 든다. 그래도 다행히 없이 건강하게 자라주어 고마울 따름이다.

 

십여 걸어 돌아가는 코너 담장입니다. 거기에는 며칠 전부터 보이는 speaker통이 뒹구러져있다. 사람의 편리함이 여러 사람에게 기분 잡치는 일을 누가 했는가! 매일 걸으면서 눈길이 그쪽으로 향하는 것은 만은 아닐 것이다. 얼마 가지 않아 프라타나스나무 밑에 고양이 밥이 소북이 담긴 파란 그릇이 보인다. 이곳은 누군가 매일 고양이 밥을 선물 하는 곳이다. 씁쓸했던 스피커 통은 머릿속에서 지워지고 선한 samarian 얼굴이 떠오른다. 지구 상에는 대략 70 명이 살고 있다고한다. 중에는 마음의 장애인들이 있어 못된 짓도 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사람이 선하게 살아가고 있다. 덕분에 잃은 고양이는 뚝을 내려와 맛있게 먹고 편히 지내고 있다. 간혹 다람쥐 비슷한 녀석들이 뺏어 먹기도 하며 까마귀도 신이 나게 먹고 하늘로 솟구쳐 오름니다. 동물 세계나 인간이나 남의 밥그릇 보는 들은 항상 있게 마련이다.

 

길을 다니면 유난히 개와 함께 산책하는 사람을 많이 보게 됩니다. 나는 고양이 보다는 개가 좋은데 기르려 해도 관리에 자신이 없어서 미루고 있다. 물론 털로 인한 엘러지도 걱정이 됩니다. 어느 사람은 손에 강아지 잡고 다른손에는 plastic bag 가지고 다니며 강아지가 용변을 보면 능숙한 솜씨로 담아갑니다. 하지만 극히 드믈지요. 십중팔구가 되었으면 좋으련만 십중이삼이나 겁니다. 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 고쳐야 순위 2번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1번은 낙서금지가 아닐까요.

 

삼총사 이제   집에 도착했습니다.

근데, 이게 뭡니까!

어떤녀석이 내집 앞에 x...

뜰로 들어가서 삽과빗자루를 들고 나오며, 삼총사에게 내일은 좋은일이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