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살고 나도 살자

by musim posted Sep 07,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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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잠이 들기까지는 잠시 천장을 바라보게 된다. 누워서 바라본 천장은 흰 색깔에 도톨도톨 한 것이 붙어 있는 것을 보아 온 지가 이십오년이 지나간다. 늘 같은 것을 보며 잠이 드는 익숙함이지만 오늘 따라 눈위에 높은 천장에 매달린 왕 거미가 평온해야 할 잠자리에 스트레스를 더한다. 가끔 그런 녀석을 보아 왔고 나는 천적이 되어 손으로 잽싸게 때려잡는 기술을 이미 터득해 왔지만, 오늘은 어떻게 해 볼 재간이 없다. 거미는 몸에서 만든 줄로 수직 낙하하는 기술이 있다니 더욱 잠이 오질 않는다. 그저 내 생각을 고치는 것이 도움되리라 하며 불교의 "살생을 하지말라"는 계율을 생각해본다. 그것은 거미 한 마리라도 내 몸과 같이 생각하며 함께 살아가자는 것일 것이다.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해본다. 잠은 오지를 않는다. 얼마후에 눈을 떴을 때는 거미는 보이질 않는다. 바로 눈위에 있던 녀석이 어느 틈에 한쪽 구석에 가서 붙어있다. 도대체 어떻게 거꾸로 매달려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을까? 사람의 다리의 힘이 거미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천장에서 쥐떼들의 소리를 들어가며 잠도 잘 왔건만, 세상이 바뀐 요즈음에는 홈통에서 떨어지는 빗물 소리는 물론, 시계소리도 신경이 쓰인다. 마음을 누그리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다 잠이 들었다.

 

아침이다.
무의식적으로 거미를 찾게 되지만 그놈은 보이질 않는다. 아마도 불리한 낮 동안은 몸을 숨기는 것일 것이다. 옛말에 아침에 거미를 보면 복이 들어 온다는 것도 모르는 염치없는 놈이다. 내 역시 일어나서는 다시 침실에 갈 일이 없으니 다행히 오랜 시간 잊게 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근심, 불안, 초조, 두려움을 앉고 사는 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래도 그러한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고 싶어한다. 단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생각의 다변화로 그때그때 적절히 대처해 나가야 할 뿐이다. 거미 한 마리가 나를 괴롭혔듯이 그보다 더한 일이 일어날 수 있음을 자각하며 살고 싶다.

 

거미야!
오늘 저녁에도 어느 곳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겠지...  편하게 같이 살자.
하지만 나한테 잡히지 말고, 너 살고 나도 살자 알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