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어떤 산행
산이라고 할 것도 없는 동네 야산 정도 되는 Garin/Dry Creek Regional Park을 혼자서 돌아봤다. 집 부근을 산책하는 것에 비하면 훨씬 다른 기분을 느낀다. 혼자서 높은 산을 오르는 분을 보면 늘 부럽기도 하지만, 길고도 무료한 시간을 무슨 생각을 하며 걷는지 궁금하기도 했었는데 혼자서 산행을 해보니 조금은 이해가 되는듯싶다. 베르나르 올리비에라는 프랑스 사람은 환갑이 지난 나이에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중국 시안까지 1만 2,000km에 이르는 실크로드를 오직 혼자 걸어서 여행하기로 작정하고, 4년에 걸쳐 그 꿈을 실현 함으로서 도보 여행의 귀감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혼자 걸어야 생각도 자유로워진다" 고요. 물론 그분의 주관적인 생각이겠지만 동감이 됩니다.
-------------------------------- 놀멍, 쉬멍, 걸으멍! --------------------------------
말 상대가 있을 때와는 달리 내 생각을 타인과 공유하지 않고 마음대로 재단하고 옳고 그름과 반성을 하는 시간을 갖게 되겠지요. 또한, 시간의 제약 없이 자유로워지는 것도 좋은 점이며, 그래서 혼자서 걷는다는 것은 좀 더 호적 하게 살아 있는 생각을 마음속에 각인시키는 것이라고도 하겠습니다. 오늘의 이 코스는 나 같은 초보에게는 알맞은 산행길입니다. 이른 아침이라 저 멀리 구릉에 걸쳐 있는 안개와 신선한 바람도 기분을 상쾌하게 합니다. 십여 분 걸었을 때 왼쪽의 산등성이를 오르게 됩니다. 오늘따라 마주치는 이 없는 산길의 적막함과 더불어 잔잔한 마음을 갖게 합니다. 물 한 모금 마시며 쉬엄쉬엄 가는 길은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반복됩니다. 몇 번 와보기는 했지만, 오늘은 내가 산악 대장이니 종종 지도도 보며 리더의 흉내도 내어 봅니다. 이곳은 유별나게 폭이 매우 좁은 오래된 나무다리가 많은 곳입니다. 한 여섯 개 정도 되는데 건널 때마다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아마도 내가 둥둥한 사람이라면 배낭을 손에 들고 옆으로 지나가야 합니다. 숲과 나무 사이를 지나 종종 바깥 세상을 볼 수 있는 산등성이도 끼고 갑니다.
시간 반 정도 되었을 때 목표로 한 호숫가에 이릅니다. 호숫가를 바라보며 테이블에 앉아서 간식을 먹습니다. 여름에 왔을 때는 깨끗한 호수였는데 오늘따라 바라보고 앉아 있기에는 호수란 맑은 이미지가 상할까 봐 서둘러 일어납니다. 가는 길은 왼쪽에 있는 산등성이를 택해 올라갑니다. 이곳에 오르면 East Bay 쪽을 탁 트인 감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아침 이곳으로 잘 왔다고도 생각을 하며 걷습니다. 황량한 이곳은 먼지 나는 흙길 옆에 조그마한 들꽃 들이 많이 피어 있습니다. 찬 바람과 함께 흙 먼지 잔뜩 머금은 작은 꽃들의 활짝 핀 웃음을 보며 힘들다고 아우성치는 인간들과 비교해 보는 시간도 갖게 됩니다. 그들에게 살아갈 chance를 주자는 팻말이 생각나 조심조심 걷습니다. 산등성의 오르막과 내리막길은 내가 살아온 삶 속에서 굴레와 멍에를 던져 버리려고 안간힘을 쓰던 시절을 생각나게도 합니다.
어느덧 내리막길이 아쉬움과 편안함으로 닦아옵니다. 곧 종착역에 닿을 거라는 의식과 오늘 하루의 산행에 뿌듯함을 느끼면서 바로 밑을 보니 장의사 뒷마당에 여러 대의 차가 주차되어있고 오늘 떠나시는 분의 하관 예배로 많은 사람이 모여있습니다. 반대편에서는 방문객들이 놓고 간 꽃들과 여러 가지 크기의 비석들도 눈에 들어옵니다. 어느 분은 많은 꽃에 덮여있고, 어느분은 구석진 곳에 매우 작은 비석과 함께 초라함을 느끼게도 합니다. 그로 인해 마지막 구간은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더 없는 좋은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나는 살아가면서 이 문제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언제나 먼 훗날일 거라는 착각 속에 애써 회피해 왔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그 누구도 자유스럽지 않은 이 문제를 친구로 받아들여야 하며, 늘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갑니다.
만약 우리가 단 하루가 남은 삶이 주어졌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마도 가족이나 친지 그리고 친구들에게 그동안 미안했던 점을 용서해 달라고 할까요? 그리고 적어도 그 하루 동안은 욕심과 질투, 다툼 따위는 전혀 없을겁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아갈 수는 없는 걸까요. 우리는 짧은 이 순간의 삶이 전부인지도 모르고, 부와 명예를 추구하며, 부질없는 다툼과 자만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걷는 걸음은 점점 무거워집니다. 오늘 이 산행으로 인해 저에게 죽음과 친해져야 한다는 것을 확실히 각인시켜주신 하느님께 "고맙습니다" 라는 말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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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oga Road (HWY 120) 가 저번 토요일에 마침내 개통이 됐다고 합니다.
우리가 요새미티를 갈때마다 다니던 HWY 120 의 상당구간의 푸른숲이 풍경이 바뀌었읍니다.
하이웨이를 따라 산불로 시꺼멓게 탄 키큰 나무들이 앙상하게 서 있고, 많은 나무들이 열기에 쏘여 잎들이 누렇게 변했읍니다.
곰들이 많이 산다는 해치해취지역도 벌거숭이로 변했다고 합니다. 풀속에 살던 벌레, 그리고 많은 산짐승들이 도망을 못가고
희생을 당했을것 같읍니다.
산불이나면 도리어 혜택을 받는것들도 있읍니다. 어떤 소나무는 열기로 인해 솔방울이 열려 씨를 뿌리고,
간신히 살아남은 나무들은 밑바닥에서 자라는 잡풀이 다 타버려 수분이나 영양분을 경쟁 안해도 되고,
그리고 야생버섯은 마지막 소원인양 타죽기전에 엄청난 포자를 공중에 분산 합니다.
올봄에 바구니를 들고 야생버섯을 따러 다닐까요?
화마가 할키고 나간 잿더미도 몇년이 지나면 다시 작은 나무들이 땅에서 솟아 오르고
오랫만에 햇볓에 노출된 곳에는 꽃들이 많이 피겠지요. 죽음끝에도 삶은 계속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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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끝에도 삶은 계속 됩니다.멋있네요....삶의 끝에 죽음이 있어보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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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보는 시각에는 여러가지가 있다고 하더군요.
아지랑님의 글 처럼 돌고도는 자연의 시간 앞에서
그저 생겼다가 없어지는 자연 중의 일부로 보고
나 자신을 그 대상에 포함 시킨다면 나의 죽음은 그 무게가 좀 가볍게 느껴 질지도 모르겠네요.그 자연을 신이라고... 일종의 범신론을 이야기 했었던 스피노자가 갑자기 생각납니다.
(그 이론들이 맞고 틀리고는 죽어보면 아니까...) 가끔은 알고 싶은 욕구가 죽음의 두려움을 억누르기도 합니다.
[알고 싶은 욕망]에 대하여 이야기 하다 보니가 파우스트도 생각나네요...이런 이야기들을 하고 있으면 또 어떤분들은 그러더라구요.
그게 밥먹여 주냐?
ㅋㅋㅋ.그러면 저는 찍소리 안하고, 속으로 그럽니다.
죽었는데... 밥이 무슨 의미가 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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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 죽었는데... 밥이 무슨 의미가 있나요? "
또한 죽은자는 말이 없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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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감동을 주는 가슴을 먹먹하게도 해주는 나자신도 돌아볼수있는 그런 따듯한 글이었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