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음식에 관한 이야기들 - 1

by 본드 posted Apr 29, 2014 Views 6695 Replies 17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펌] 탄수화물! 이렇게 먹고 힘내세요!

출처: http://www.bongkim.com/bongkim/skin/board/b_webzine/print.php?bo_table=b04_11&wr_id=62
[출처에 있는 파슬리님께 감사!]

천천히 걷는 것을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엔진에 무리를 주지 않고 경제속도로 달리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휘발유가 없으면 엔진은 정지하고 만다. 인간의 운동도 마찬가지다. 등산 시 막대한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것은 건강증진에 효과적이지만 자동차 연료에 해당하는 음식(에너지원)이 부족하다면 신체를 움직일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등산의 연료는 탄수화물과 지방이다. 이들 영양소가 산소에 의해 분해되면서 발생하는 에너지로 근육을 움직인다. 탄수화물은 지방과 혼합되지 않아도 연소되지만 지방은 탄수화물과 혼합되지 않으면 연소가 안 된다. 따라서 탄수화물이 고갈되면 지방이 아무리 많이 있어도 연소가 되지 않는다. 탄수화물은 지방을 연소시키는 촉진제인 셈이다. 따라서 지방을 연소시키려면 탄수화물을 적극적으로 보급하면서 운동을 해야 한다. 먹지 않고 운동을 하면 피로할 뿐만 아니라 지방도 연소되지 않으므로 극도로 지치게 된다.

  탄수화물이 고갈되면, 근육 피로뿐만 아니라 민첩성, 감각능력, 판단력, 집중력 등 정신활동을 담당하고 있는 뇌·신경계의 피로가 동시에 나타난다. 정신활동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근육피로보다 더 중대한 문제로 등산사고와 직결된다. 때문에 신체는 이러한 상태에 빠지지 않기 위하여 방어반응을 일으킨다. 즉 탄수화물이 고갈하기 시작하면 단백질을 분해하여 탄수화물로 바꾸어 연료로 사용한다. 이때에 급격하게 분해되는 것이 근 단백질이다. 따라서 탄수화물을 보급하지 않고 등산을 계속하면 근육을 연료로 사용하게 되어, 공들여 강화시킨 근육을 손상시키거나 잃게 된다.

1. 무엇을 먹어야 하나?
    식물 영양소에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의 5 종류가 있다. 장기간의 등산에는 모든 영양소가 필요하지만 1-2일의 짧은 등산에는 탄수화물이 가장 중요하다. 탄수화물을 많이 포함한 식품으로는 밥, 떡, 면, 빵, 감자 등 전분류와 사탕, 엿, 초콜릿, 캐러멜, 주스 등의 당류가 있는데 각각 다음과 같은 특성이 있다. 당류는 속효성 연료로 혈당을 급속하게 증가시키는 작용이 있어 지쳤을 때 섭취하면 효과적이지만, 운동 전(출발 전)에 많이 섭취하면 혈당이 올라가 오히려 혈당을 떨어뜨리려는 작용이 커지게 된다. 전분류는 지효성 연료로 혈당을 천천히 증가시켜 그 효과가 장시간 지속한다. 전분류 중에는 밥이나 면류가 빵이나 감자보다 배가 든든해진다고 한다.

  장기간 야영할 경우에는 비타민이 부족해 질 수밖에 없다. 이런 때에는 종합비타민을 별도로 섭취한다. 그러나 과다하면 좋지 않은 비타민(A, D 등의 지용성 비타민)도 섭취되므로 표준 복용량을 준수한다. 알코올은 높은 열량을 갖고 있지만 탄수화물과 같이 운동에 대응하여 연소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과 관계없이 연소되므로 운동에너지로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하다. 또한 알코올은 뇌·신경계 활동을 저하시키거나 체온조절 기능을 혼란시키고 근력저하, 심박수 또는 혈압을 상승시킨다. 따라서 저녁식사 시간에 적당량을 마시는 것은 괜찮지만 등산 중에 마시는 것은 피해야 한다.
 
2. 어떻게 먹어야 하나?
    아침식사를 반드시 먹는다. 속효성인 당류를 많이 먹으면 오히려 지치기 쉽기 때문에 지효성인 전분류(밥이나 면류)를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탄수화물은 고갈되기 쉬우므로 점심은 한꺼번에 먹지 말고 이동하면서 중간 중간에 조금씩 먹는 것이 좋다. 국제산악연맹 의료위원회는 최소 2시간마다 먹기를 권하고 있다. 전분과 당류를 섞어 먹는 것이 좋다. 

   캠핑의 경우에는 저녁식사 시에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후의 등산 활동으로 체내에 저장되었던 탄수화물 저장량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다음 날의 등산 활동을 대비하여 줄어든 탄수화물 저장량을 회복시켜야 한다. 아울러 단백질과 지방을 적극적으로 섭취해도 좋다.

3. 어느 정도 먹는가?
    다양한 등산활동 중의 에너지 소비량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은 복잡하므로 이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아직 없다. 국제산악연맹 의료위원회의 간접적인 계산에 의하면, 성인이 배낭을 메지 않고 보통 속도로 1시간 등산할 때, 체중 1kg당 6Kcal의 에너지가 소비되고, 20kg의 배낭을 짊어졌을 때는 9Kcal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것은 체중 60kg인 사람이 배낭 없이 8시간 등산한다면 
       2,880Kcal(60×8×6Kcal)이고, 
       20kg의 배낭이면 4,320Kcal(60×8×9Kcal)가 된다. 
      배낭이 10kg이면 약 3,600Kcal가 소비된다. 

   등산 중에 사용된 모든 에너지를 섭취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사용된 에너지의 1/2 또는 2/3는 체내에 저장된 지방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일 등산이라면 위의 계산식에 의해 산출된 에너지의 1/3정도만 등산 중에 섭취하면 된다. 소비량이 3,600Kcal인 등산의 경우, 등산 중에는 약 1,200-1,800Kcal의 에너지를 섭취한다. 지구성 운동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지방의 연소 비율이 높기 때문에 이 보다 적은 양을 섭취해도 괜찮은 것이다. 

  밥 한 그릇이 약 250Kcal라면 5-7그릇에 해당한다. 그런데 등산과 같이 장시간 지구성 운동을 하면 식욕이 억제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평상시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 산에 가면 습관이 되지 않아 많이 먹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등산 중에는 너무 많이 먹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많이 먹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산행 중에 행동식, 간식, 당류를 자주 먹어줄 필요가 있다. 

  등산 중에 소비하는 에너지는 예상 외로 많다. 등산 중 식욕이 없다고 먹지 않는다거나 너무 적게 먹고 하산한 후 매우 지친 상태에서 폭식하는 것은 건강에 매우 나쁘다 하겠다.

4. 탄수화물 절약법
    탄수화물은 등산 에너지 연료로서 매우 중요하지만 쉽게 고갈되는 단점이 있다. 위에서 행동식으로 충분하게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했다. 이제 탄수화물을 가능한 ‘절약’해서 사용하는 지식을 소개하겠다.

    1) 보행기술  
        보행속도가 빠를수록 탄수화물 의존도는 높아진다. 특히 젖산이 발생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걸으면 지방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천천히 걷는 것이 탄수화물을 절약하는 것이 된다. 지방은 운동 시작 초기에는 별로 사용되지 않고 30분 정도 지난 다음에 사용된다. 그렇기 때문에 등산 초기에는 가능한 한 천천히 걸어 탄수화물을 절약하는 것이 중요하다.

    2) 체력 
        같은 강도의 운동을 해도 지구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탄수화물보다 지방을 사용하여 운동하는 비율이 높다. 예를 들어 일반인은 지방과 탄수화물을 5:5의 비율로 사용하지만 지구성 운동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6:4 또는 7:3의 비율로 사용한다. 이 때문에 노련한 등산가는 많이 먹지 않고도 지치지 않고 걸을 수 있는 것이다. 꾸준한 등산으로 이러한 능력은 향상된다.

   3) 글리코겐 저장 
       탄수화물은 평상시 신체에 일정량 이상 저장할 수 없다. 그렇지만 다음과 같은 방법을 이용하면 저장량을 2배정도 늘릴 수 있다. 마라톤이나 트라이에스론 선수가 시합 전에 자주 사용하고 있지만 등산에서도 혹독한 산행을 할 때에는 효과적이다. 

  즉 시합(등산) 1주전부터 4일전까지 탄수화물을 많이 사용하는 중 강도의 운동을 장시간 하고, 등산 3일전부터 등산전날까지는 운동 강도를 높이되 운동시간을 서서히 줄이는 방법이다. 식사는 등산 4일전까지 단백질과 지방을 중심으로 섭취하고, 이후 등산전날까지는 일정량의 단백질과 고 탄수화물을 섭취한다. 단, 이 방법은 평상시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사람이 해야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하면 효과가 크지 않고 오히려 지방이 증가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