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Falling in Love...

by 지다 posted May 1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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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그녀를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두근 설레인다.

그녀를 생각하면 언제나 77 화창한 봄날의 어느 날로 돌아간다.

 

약간 퍼머가 들어간 듯한 짧은 머리카락에, 무릎을 살짝 올라간  회색치마와

짙은 곤청색의 왼쪽 가슴 주머니에 엠블럼이 들어가 있는 재킷을 입고,

종로2가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단아한 모습의 열아홉살 소녀의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온다.

 

, 우리는 청량리에서 기차를 타고 팔당댐 바로 위에 있는 양수리로 물놀이를 갔다.

곳에는 댐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호수와 한가운데에 섬이 있었는데,

마을 사람에게 자그마한 배를 빌려,  노를 저어 여기저기 다니다가, 섬에 들어가  경치를 즐기고 하였다.

 

팽고팽고로 다시 돌아가서...

 

짝짓기가 끝나고, 고고장의 희미한 조명 아래 마주 앉은 그녀.

눈에 그녀의 맑은 눈망울이 좋았고 굴러가는 듯한 밝은 목소리가 좋았다.

 

"~ 사실은 친구네 개강파티인데, 인원이 모자란다고 해서 나왔습니다."

"어머, 그래요?  사실은 저도 2학년 언니네 개강파티인데, 같이 가자고 해서 왔는데요..."

 

, 어째 약간 젖냄새가 난다 했더니...  친구 녀석이 '가리지날' 끼리 짝을 지워 놓은 것이었다.

어쨌거나 남의 개강파티에서 가리지날 끼리 어색하지만 재미있게 놀고,

걸어서 종로1가의 무과수제과 가서 2차를 했다. ('제과' 밑줄 쫘악~)

 

서울생활 3년차라 아직 촌티도 나고 말주변도 없는 나였지만, 다행히도 입심이 좋은 친구가 같이 주어서

그녀도 그다지 싫지는 않은 , 전화번호를 알려 주었다.

 

이렇게 시작된 그녀와의 만남은, 봄이 가고 여름이 가면서 하루도 통화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사이로 발전하였고,

만나는 횟수도 점차 늘어났다.

 

당시의 데이트는 주로 레스토랑 아니면 새마을 데이트였다.

종로3, 스카라 극장 뒷편 동부 이촌동에 있던 '장미의 ' ( 같은 이름이었는지, 비슷한 이름이었는지 가물가물)

같은 곳에서 죽치거나, 충무로 진고개에 있던 '국향'에서 차를 마시거나...

반포에 살던 그녀의 큰언니 집에 갔다가 오는 길에 한강대교를 걸어서 건넌다던가...

(참고로, 지금의 신반포 강남 일대가 논밭이었던 시절)

 

그러다가, 그녀는 가끔 학교로 투정을 부리는 편지도 보내고... ( 친구들이 난리가 나는 날이다)

 

그녀와 얘기를 하며 그녀의 숨결을 느끼거나, 같이 버스에 나란히 앉아 그녀의 체온을 느끼는 것이

너무나도 행복한 나날이었다.

 

당시, 평창동 산자락에 있는 집에서 가정교사로 입주 아르바이트를 하던 나는, 허구한 늦게 집에 들어 갔다.

다행인 것이, 가정교사를 두고서도 제자가 비싼 선생님들 한테 따로 과외를 받았기 때문에

늦게 복습 시키는 외에는 별로 가르칠 일이 없었다....ㅋㅋ

 

때는 제자의 ( 보다 2 ) 방위복무를 하려고 귀국하여 있던 때라,

집에 있을 때는 형과 맨날 음악을 들으며 놀았다.  형은 음악을 무척 좋아하여 Gibson 기타를 연주하고,

음악실이 따로 있어서 벽면이 3천장이 넘는 팝송 레코드 원판들과 오디오 시스템으로 있었다.

 

원래 팝송을 좋아하기도 하였지만 (일학년 계엄령 선포로 학교가 2-3 정도 폐교가 되었었는데,

음악 다방에 가서 커피 한잔 시키고는 하루종일 때리고는 하였다), 팝에 대한 견문을 많이 넓혔다.

 

번은 음악을 들으러 그녀와 집에 놀러 갔는데,

그녀의 신발(운동화) 짝은 핑크색, 다른 짝은 연두색이 아닌가...

친구와 함께 핑크색 운동화, 연두색 운동화를 켤레씩 사서는, 짝을 서로 바꾸었다는...ㅋㅋㅋ

이후로 그녀는 집에서 '짝짝이' 통하게 되었다.

 

완벽한 오디오 시스템과 원판으로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을 밤을 가며 녹음하여 담은

카세트 테입을 그녀에게 만들어 주기도 하였다.

( 때는 CD 커녕 PC 세상에 나오기 한참 이었슴)

 

이렇게 그녀와의 풋사랑이 점점 익어가고, 가을이 다가 오는데...

 

오늘은 여기꺄지...

 

 - To be continu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