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들꽃입니다..
토요일은 근무를 하는 관계로 아직 회원님들과 한 번도 함께 하진 못했지만
가끔씩 이곳에서 사진들을 보면서 언제가는 함께 산행하길 기다렸습니다
근데요...
얼마 전 일입니다..
평일에 가끔 작은애랑 저녁을 일찍 먹고 Saratoga에서 가까운 산을 다녔습니다
보통 여덟시쯤 하산하고 했는데
그날따라 작은애가 등산화를 새로 구입해서
뒷굼치가 아프다고 해서 좀 천천히 정상을 오른 것 같습니다..
여덟시면 내려와야 할 시간이 였는데
과일도 먹고 커피도 마시면서 좀 늦장을 부린듯합니다
막 하산하려는데
말을 타고오던 어떤 여자를 만났습니다..
우리 둘을 보더니 걱정 어린 눈으로 우리를 보호해줄 무기를 가지고 있느냐
아니면 다른 길로 내려가라 하더라구요
우린 놀래서 왜 그러냐구 물었고
조금 전까지 마운틴라이온이 계속 자신을 따라왔으며 우리가 내려가려는 길에 아직도 있을 거란 말이였읍니다
하산 하는 길은 짧아서 삼십분이면 내려갈 길을
되돌아가려면 한 시간 반을 더 산길을 따라 가야하는데
이미 날은 어두워져가고 막막하기만 하더라구요
첨으로 산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겁 없이 밤에 다녔구나 하는 후회을 하면서
우선 여길 빠져나가야한다는 생각이 번쩍 들더라구요
사방을 둘려보니 집 반대방향 산중턱에 말을 기르는 목장이 보여
우린 우선 그곳으로 피해야 할 거 같아서 마구 뛰었습니다
작은애는 절뚝거리면서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 했구요
다행이 목장에 다달았을 때쯤 이미 날은 어두워져있고
우린 산길을 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산 넘어 산이라고..
가로등하나 없는 이차선 찻길을 내려오는데
우리를 보지 못한 차들은 우리사이를 스치듯 사라지고
두 시간 넘게 내려오면서 첨으로 산이 싫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일주일전 일이네요
마운틴 라이온이 무서운 게 아니고 왜 산이 두려워졌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산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겨울 산이 였는데 설악산 대청봉 산장에서 새벽에 이상한 소리에 잠에서 깨어 밖으로 나와보니
환하게 밝아오는 천지에 철쭉 가지가 얼어서 바람에 부딪치는 소리 였어요
딸랑 딸랑 딸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였죠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게 들리는듯한데
그렇게 좋아했던 산이 였는데
한국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그나마 간신히 적응하면서 살아가고 있는데 이런 일이 왜 생기는 건지
너무 멀리와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항상 산을 바라보면 포근한 엄마의 품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쪽으로 쳐다보기도 싫으네요
어떻게 하면 이런 마음을 지울수 있을까요?
가장 사랑하는 사람도 싫어질 때가 있습니다.
....
한가지,
우리가 산을 좋아 할 뿐, 산이 우리의 보호자는 아님니다.
해거름이 지는 산은 누구에게나 두려움으로 다가옵니다.
다음에는 손전등과 웨킹스틱을 꼭 가지고 다니세요.
조만간 일요일 산행에서 뵙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