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29 17:05
더불어 산다는 것
며칠 전 친구분과 산행 약속을 하고 차고 문을 여니 마침, 마주 보고 있는 그 집 차고의 문도 열려 있었다. 거기에는 오픈 트렁크에 아이스박스와 놀이 기구로 보이는 것도 실려있었다.
집 주인 '데이브'는 이곳에 산 지 삼십 년이 넘는 토박이고 우리는 칠 년쯤 후에 이웃이 되었다. 이웃이라 해도 여기 생활이 굿모닝! 아니면 하이! 로 지내게 되니 평범한 이웃이다. 그날따라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굿모닝 하고 인사를 건네니 그도 반갑게 인사를 한다. '데이브' 너 오늘 좋은 데로 놀러 가니? 라고 했더니 아들이 사는 "머데스토" 를 간다고 한다.
나와 비슷한 연배인 그에게는 외아들이 있는데 십여 년 전에 일찍 결혼하여 벌써 재롱둥이가 둘이 있으니 그 집 손주가 부럽기만 하였다. 종종 주말에 오면 목소리 큰 부모의 웃음소리를 동반한 재롱둥이들의 소리가 정겹게 들리는 행복한 가정이다.
그의 부인은 많이 둥둥하다. 요즈음 와서 그의 부인을 볼 수 없어 안부를 물의니 천천히 다가와서 말하기를 지금 녹내장이 매우 심해서 수술을 받으려는데 걱정이 여간 아닌가 보다. 안경 너머 그의 눈빛에서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보았다. 그러면서 자기도 눈이 안 좋아 걱정이라며, 나와 집사람의 안부와 건강을 묻는다.
아픈 사람 앞에서 대답하기가 당혹스럽다. 내가 건강하다고 느낀다 해도, 내 몸속을 알 수 없지 않은가! 완전하지는 않지만, 그냥 나이 들어가면 아플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며 살도록 노력할 뿐이라고 말했다. 너는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데 하느님께서 너의 가정을 잘 살펴 주실 것이라고 말해 주었는데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실은 교회 생활도 못 하면서 이렇게 말하는 나 자신이 위선자 같기도 하고 부끄러웠다. 시간을 보니 지금은 떠나야 하는데, 동년배인 이웃과 동병상련이 되어 진지하게 대하는 그에게 말벗이 되어 주고 싶어서, 친구에게는 조금 늦는다고 전했다.
엊그제 같은 세월이 많이도 흘렀다. 그를 처음 보았을 때 우리는 아픔과 죽음이란 먼 나라의 이야기로만 생각하고 그 개념(槪念)에서 많이 벗어나 있었다. 이제 그가 나를 보고 내가 그의 모습에서 서로의 안위와 건강을 최고의 삶으로 올려놓은 것을 보니 앞으로의 생활이 더욱 두려워진다. 연말이 되어가는 요즈음, 많이 아팠던 분이나 죽음의 문턱까지 가셨던 분의 이야기는 내게는 더욱 진솔하게 들린다. 아픈사람이 욕심을 내는 일도 없을 것이고 허황된 말은 더욱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이 달라 의논을 할 힘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하느님에게 감사하고 또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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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관한 생각이나 언급을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있는것은 사실이지만,
개인적으론 죽음에 관해서 평소에 자주 생각하기에 이런 글들을 보면 반갑기도 합니다.
어떤분의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죽음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