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며칠 전 친구분과 산행 약속을 하고 차고 문을 여니 마침, 마주 보고 있는 그 집 차고의 문도 열려 있었다. 거기에는 오픈 트렁크에 아이스박스와  놀이 기구로 보이는 것도 실려있었다.
집 주인 '데이브'는 이곳에 산 지 삼십 년이 넘는 토박이고 우리는 칠 년쯤 후에 이웃이 되었다. 이웃이라 해도 여기 생활이 굿모닝! 아니면 하이! 로 지내게 되니 평범한 이웃이다. 그날따라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굿모닝 하고 인사를 건네니 그도 반갑게 인사를 한다. '데이브' 너 오늘 좋은 데로 놀러 가니? 라고 했더니 아들이 사는  "머데스토" 를 간다고 한다.

나와 비슷한 연배인 그에게는 외아들이 있는데 십여 년 전에 일찍 결혼하여 벌써 재롱둥이가 둘이 있으니 그 집 손주가 부럽기만 하였다. 종종 주말에 오면 목소리 큰 부모의 웃음소리를 동반한 재롱둥이들의 소리가 정겹게 들리는 행복한 가정이다.
그의 부인은 많이 둥둥하다. 요즈음 와서 그의 부인을 볼 수 없어 안부를 물의니 천천히 다가와서 말하기를 지금 녹내장이  매우 심해서 수술을 받으려는데 걱정이 여간 아닌가 보다. 안경 너머 그의 눈빛에서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보았다. 그러면서 자기도 눈이 안 좋아 걱정이라며, 나와 집사람의 안부와 건강을 묻는다.

아픈 사람 앞에서 대답하기가 당혹스럽다. 내가 건강하다고 느낀다 해도, 내 몸속을 알 수 없지 않은가! 완전하지는 않지만,  그냥 나이 들어가면 아플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며 살도록 노력할 뿐이라고 말했다. 너는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데 하느님께서 너의 가정을 잘 살펴 주실 것이라고 말해 주었는데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실은 교회 생활도 못 하면서 이렇게 말하는 나 자신이 위선자 같기도 하고 부끄러웠다. 시간을 보니 지금은 떠나야 하는데, 동년배인 이웃과 동병상련이 되어 진지하게 대하는 그에게 말벗이 되어 주고 싶어서, 친구에게는 조금 늦는다고 전했다.

엊그제 같은 세월이 많이도 흘렀다. 그를 처음 보았을 때 우리는 아픔과 죽음이란 먼 나라의 이야기로만 생각하고 그 개념(槪念)에서 많이 벗어나 있었다. 이제 그가 나를 보고 내가 그의 모습에서 서로의 안위와 건강을 최고의 삶으로 올려놓은 것을 보니 앞으로의 생활이 더욱 두려워진다. 연말이 되어가는 요즈음, 많이 아팠던 분이나 죽음의 문턱까지 가셨던 분의 이야기는 내게는 더욱 진솔하게 들린다. 아픈사람이 욕심을 내는 일도 없을 것이고 허황된 말은 더욱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이 달라 의논을 할 힘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하느님에게 감사하고 또 감사할 일이다.
  • ?
    아싸 2015.11.30 00:46

    죽음에 관한 생각이나 언급을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있는것은 사실이지만,

    개인적으론 죽음에 관해서 평소에 자주 생각하기에 이런 글들을 보면 반갑기도 합니다.

    어떤분의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죽음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

  • ?
    musim 2015.11.30 12:25
    아싸님,
    장수 하고 싶은 마음과 죽음에 대해 외면 하는 태도는 양비론(兩非論) 이겠지요
    두 개 다 적당히 녹여 늘 곁에 두고 사는 삶이 되었으면 합니다.

List of Articles
제목 글쓴이 조회 수
2015년을 보내며. 안녕하십니까? 회원여러분. 어느덧 을미년이 저물고 2016 새해가 밝아오려 합니다. 올한해 계획하였던것들 모두다 잘이루셨기를 바랍니다. 한해동안 여러분과 함... 3 bear 278
(12/12) Wild Ranch SP 번개산행 Wild Ranch SP 나 홀로 혹은 2~3명(되는대로) 조촐하게 산행할까 합니다. 저도 초행입니다. 지도는 지난 산행기록보고 Print 해 두었습니다. 생각 있으신분은 동... 1 아리송 226
세월이 물 흐르듯이 흐르고... 흔히 세월이 물 흐르듯이 흐른다고 한다. 맞는 말 같기도 하고 틀린 말 같기도 하다. 세월은 막을 수 없는 것만은 확실한데 글쎄, 흐르는 물은 막을 수 있지 않은... 10 musim 266
web maintenance 산악회가 사용하고 있는 호스팅 회사에서 다음과 같은 연락이 왔습니다. 산악회 web에 잠시 문제가 생기더라도 이해 해 주시기 바랍니다. 2 아싸 391
사랑과 미움의 플라타너스 늘 이맘때쯤이면 플라타너스와의 인연이 계속된다. 우리 동내에는 유난히 가로수로 많이 심어져 있는 나무이기도 하다. 내가 처음으로 그 나무를 보았던 것은 서... 8 musim 263
책 돌려 보기 작년에 한국에서 돌아올 때 친구가 사 준 책입니다. 읽어 보고도 자주 눈길이 가는 책입니다. 특히 토요가족분들은 주로 50대 분들이기에 제가 권하기에 부담이 ... 6 musim 226
어떤 훈련병 (웃기) 대한민국의 남자라면 국방의 의무는 당연히 해야 하는 시절이었다. 지금과 같이 권력과 돈을 앞세워 면제받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던 시절로 기억된다. 1960년대 ... 8 musim 386
Soloshot Robot 인 SOLOSHOT 이 나왔군요. 멀리는 2,000' 까지 찍을수 있다고 합니다. 팔에다 Tracking device 를 달면, 카메라의 Focus 가 자동적으로 나를 따라 다니면서... 1 아지랑 207
더불어 산다는 것 며칠 전 친구분과 산행 약속을 하고 차고 문을 여니 마침, 마주 보고 있는 그 집 차고의 문도 열려 있었다. 거기에는 오픈 트렁크에 아이스박스와 놀이 기구로 보... 2 musim 265
자이언 산행 다녀왔습니다 얼마전 2박3일로 다녀온 자이언 산행 비디오 공유합니다. 다음엔 자이언의 The Narrows와 The Subway에 산악회 분들과 같이 가보고 싶습니다. 회원님들 즐거운 땡... 17 고프로 555
늦가을, 추억 그리고 이야기 고국 방문의 단상 이번에도 많은 사람과의 만남을 기대하며 뒤늦은 가을에 고국을 찾았다. 조금은 쌀쌀한 날씨에도 대한민국 하면 언제나 푸근함이 느껴지는 감정... 4 musim 273
11/27 (금) '번개'산행 - Henry Coe SP Mount Sizer Loop 횐님들 안녕하세요? 준회원 신분으로 산행공지를 내어도 되는지 (혹시 회칙에 저촉되지는 않는지 등) 두려움이 앞서기도 합니다. (혹 문제가 있다면 누구든 지적... 21 Apsan 1606
옮겨온 글 ( 노자의 인간관계 ) 노자(老子) 는 주나라의 궁정 도서실의 기록계장(도서관리인) 이었다가 후에 궁중생활이 싫어 유랑의 길을 떠났다. 노자의 행적에 대해선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 3 musim 394
座中談笑 愼桑龜(좌중담소 신상구) 座中談笑 愼桑龜(좌중담소 신상구) : 말을 조심하라. 옛날 효자가 부친의 병을 고치고자 천년 묵은 거북이를 잡아 귀가하던 중 뽕나무 아래서 쉬고 있는데 뽕나무... 4 옐로스톤 650
가입인사 안녕하세요.Journey입니다. 지난 2월부터 회원으로 가입은 하지않고 줄 곧 산행에 참석을 해오면서 마음의 부담이 있었는데 늦었지만 오늘 가입인사를 올리며 마... 25 Journey 1482
Board Pagination Prev 1 ... 64 65 66 67 68 69 70 71 72 73 ... 189 Next
/ 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