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늘 이맘때쯤이면 플라타너스와의  인연이 계속된다. 우리 동내에는 유난히 가로수로 많이 심어져 있는 나무이기도 하다.
내가 처음으로 그 나무를 보았던 것은 서울의 시청 앞에서 광화문 방면으로 심어진 잎이 넓고 시원히 뻗은 큰 키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어린 나이에도 한국적이 아닌 황홀한 이국의 청취를 머금은 나무로 여름철 그 밑을 지날 때에는 마치 동경하는 외국 길을 걷는듯했다. 서울 시내에서 키가 크고 시원함을 주는 나무로 많은 사람 또한 좋아하였다. 늦가을에는 바람따라 구르는 낙엽 소리와  연인들의 걸음 위에 사계절 가운데서도 낭만과 운치를 더해주는 듯했다. 초, 겨울과 이른 봄까지는 탁구공보다 작은 방울이 맺힌 가지에게 손바닥만 한 '말미잘'의 잎으로 변신을 기대하며 어서 빨리 신록의 계절인 5월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이곳에 와서는 너무 많은 플라타너스를 보아와서, 그때의 설렘은 없어지니 사람 마음이 기묘하다. 그 나무의 장점은 그늘도 되어주고 많은 공해정화능력이 우수해서 미세먼지와 오염물질을 잘 흡수 한다고 한다. 그러나 연전에 한국을 가보니 플라타너스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은행나무로 바뀌어 버린 길이 온통 노란 나뭇잎으로 변해있었다. 그 이유를 찾아보니 예전에 좋았던 점이 바뀌어 있었다. 열매의 털들이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고, 보도블록을 들고일어나서 통행에 많은 불편을 주어 은행나무와 다른 나무로 많이 교체되었다. 그러나 은행나무도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다. 가을에 떨어진 열매에서 나는 냄새는 구리퀴키함에 역겹기까지 하고  진액으로 더럽혀진 거리와 혹시 만졌다가는 '옷'이 옮아 고생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내 집 대문 앞에 버티고 있는 플라타너스는 덕분에 그늘과 바람막이를 톡톡히 해주는 효자 나무이다.
키쟁이 나라에서 원 없이 큰 키를 자랑하는 나무로 나의 열등감을 없애주는 우리 동내에서 제일 큰 미남의 키다리다. 성격도 대쪽같고, 큰 키에 바라만 보고있어도 일등감 신랑감이다. 그런데, 그런데... 초겨울이 오면 그 녀석과 나는 생면 부지의 이방인이 되어가며 서로에게 비난을 하는 기간이 된다. 납작 한 집 처마에 달린 긴 홈통에 낙엽이 수북이 쌓이니 청소를 해 주어야 하는데 그것도 삼 주 간격으로, 꼭 세 번은 해주어야 한해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한꺼번에 떨어지면 좋으련만 청소 할 때마다 나의 친구는 버림을 받는다. 어찌 일 년 내내 나무로 인해 시원한 그늘과 바람을 막아 주었던 좋았던 시절은 생각 하지 않게 되는지 내 마음이 간사스럽다.

오늘 아침 만난(?) 옆지기가 슬며시 날씨 이야기를 한다 오늘은 바람도 불지 않고 딱 좋은 날씨란다. 우매! 이게 무슨 전주곡인가 했더니, 본심이 슬며시 나오기 시작한다. 수북이 쌓인 앞마당, 뒷마당에 물기 먹은낙엽이 치우기에는 딱 좋은 날씨이란다. 창문을 열어 보니 그리 무식한 '스피쿠'도 아니기에 주섬주섬 복장을 갖추고 밖으로 나왔다. 이웃집 낙엽들은 왜, 전부 내 집 앞에 널려있는지... 허리 스트레칭을 하고 이리저리 갈퀴로 쓸어담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거의 끝날 때 쯤이면 집사람이 나타나서 커브 밑, 도로에 있는 낙엽들을 빡빡 밀어 쌓아놓고 집으로 들어가 버린다. 내 생각은 그쪽은 가끔 오는 청소차에  맡길 심산 이었는데ㅎㅎ
그 5분 동안 도와 준 것이 오버타임을 해야 되는 상황이 되었다. 쓰레기통에 넣을 수가 있는 용량이 있는데 저걸 다 어떻게 넣을 수 있는지 걱정이다. 어렵게 담아 넣고 부삽으로 누르기를 수 십 번하니 다행히 축축한 낙엽이라 간신히 뚜껑이 닫친다.

요즈음은 까베지 트럭 기사님도 도가 튼 분이라 그냥 털지를 않는다. 컨테이너를 들어 올려 축축한 낙엽이 떨어질때까지 쓰레기통을 흔들어댄다. 세상이 흔드는 세상인가! 마시는 소주도 흔들어야 맛있다고 하니까 ㅎㅎ
기사 아저씨!
이번 주 우리 집 쓰레기통, 확실히 좀 흔들어 주세요!
고맙습니다.

  • ?
    산 울 림 2015.12.06 14:45

    무심님  반갑습니다 ~ ~ ^^

    늘 따뜻하고 정겨운 얘기들 살짝(?) 마음에 담아가곤 합니다.

    감사드리고 조만간 산행에서 뵙지요.


  • ?
    musim 2015.12.06 15:09
    산울림님,
    세월이 흘러도 님과 함께 글로 뵙게 되니 반갑습니다.
    남편분께 안부 전 해주시고요. 언젠가 산행에서 뵙겠습니다.
  • ?
    KT 2015.12.06 20:29

    무심님의 글과 소재는 항상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하지만 잊고 살기 쉬운 것들을 찾아가셔서 더욱 정감이 있고 부담없이 받아 들일 수 있는 것 같아요.

  • ?
    musim 2015.12.06 21:01
    KT님께,
    예,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상호 간의 노력은 부부, 친구, 
    혹은 어느 모임에서라도 제일 필요로 하는 덕목이 아닐까 합니다. 
    고맙습니다.
  • ?
    산. 2015.12.06 23:44

    무심님은 아주 자상하고 좋은 남편 이시네요..

    이렇게 좋은 글이 나올수 있도록 앞으로는 수시로 흔들어 드리겠습니다.^^

  • ?
    musim 2015.12.07 07:58

    Thank you.

  • profile
    소라 2015.12.07 09:04

    삭개오로 유명해진 뽕나무...  

    플라타너스라고 하는군요

    또 다른 이름명이 훨씬 운치를 더 하네요. 


    나이 들수록 잃기 쉬운 세세한 감성

    '무심님'이 아닌 풍부하신 '감성'님으로 

    불리워야  더 맞을 듯한 분이시군요. 


  • ?
    musim 2015.12.07 10:10
    소라님,
    반갑습니다.  글로 처음 뵈며 새로운 이름도 배우고, 
    그저그런 이를 너무 좋게 보아주시니 고맙습니다.

List of Articles
제목 글쓴이 조회 수
새해를 바라보며 새해에 대해 기대와 새로운 느낌이 들게 되는 것은 시간을 대하는 마음이 다르기 때문이겠지요. 이제 며칠 남지 않은 12월의 끝자락 시간에서 건강히 지내고 있는... 8 musim 261
소라님 드디어 정회원 축하드립니다. 소라님 드디어 정회원 되셨습니다. 사용상의 문제가 있으시면 언제든지 알려 주세요. 26 아싸A 413
scrap기능(유용한기능), 친구(무용한 기능) -평소에 홈페이지 게시물을 보실때 나중에 유용하게 참조 하겠다 싶은 정보들은 scrap기능을 이용해서 스크랩 해두었다가 필요할때 "스크랩보기"에서 선택 하시면... 아리송 164
12/19(토) Black Mountain 번개산행 (8:00~) 함께 하실분은 아래 트레일 헤드로 8시 까지 오시기 바랍니다. 혹시 Trailhead파킹랏이 Full이면 Foothill College에 Paid Parking하시고 오심됩니다. 찾아오는길... 2 아리송 240
임시저장 기능 이번주 토욜이랑 다음주 산행을 확정한게 아니라서 미리 대충 작성해서 임시저장기능으로 저장해두었다가 나중에 등록 하려고 했는데 그냥 다 보이네요. 임시저장... 아리송 147
어떤 남매의 웃음 정수는 만원 지하철 안에서 혹시 여동생의 작품이 구겨질까 봐 여간 어렵지 않다. 어제부터 독감으로 인한 고열로 오빠에게 부탁한 것을 들고 여자대학으로 향하... 2 musim 212
감동의 이정표 토요산행 우중산행이 아니였어도 참으로 좋았습니다. 제 취미이자 특기인 '길헤매기'로 레드우드 길 곳곳에 들려주느라 25분을 늦게 약속한 파킹랏에 도착하니 '... 14 소라 319
2015년을 보내며. 안녕하십니까? 회원여러분. 어느덧 을미년이 저물고 2016 새해가 밝아오려 합니다. 올한해 계획하였던것들 모두다 잘이루셨기를 바랍니다. 한해동안 여러분과 함... 3 bear 278
(12/12) Wild Ranch SP 번개산행 Wild Ranch SP 나 홀로 혹은 2~3명(되는대로) 조촐하게 산행할까 합니다. 저도 초행입니다. 지도는 지난 산행기록보고 Print 해 두었습니다. 생각 있으신분은 동... 1 아리송 226
세월이 물 흐르듯이 흐르고... 흔히 세월이 물 흐르듯이 흐른다고 한다. 맞는 말 같기도 하고 틀린 말 같기도 하다. 세월은 막을 수 없는 것만은 확실한데 글쎄, 흐르는 물은 막을 수 있지 않은... 10 musim 267
web maintenance 산악회가 사용하고 있는 호스팅 회사에서 다음과 같은 연락이 왔습니다. 산악회 web에 잠시 문제가 생기더라도 이해 해 주시기 바랍니다. 2 아싸 1838
사랑과 미움의 플라타너스 늘 이맘때쯤이면 플라타너스와의 인연이 계속된다. 우리 동내에는 유난히 가로수로 많이 심어져 있는 나무이기도 하다. 내가 처음으로 그 나무를 보았던 것은 서... 8 musim 263
책 돌려 보기 작년에 한국에서 돌아올 때 친구가 사 준 책입니다. 읽어 보고도 자주 눈길이 가는 책입니다. 특히 토요가족분들은 주로 50대 분들이기에 제가 권하기에 부담이 ... 6 musim 229
어떤 훈련병 (웃기) 대한민국의 남자라면 국방의 의무는 당연히 해야 하는 시절이었다. 지금과 같이 권력과 돈을 앞세워 면제받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던 시절로 기억된다. 1960년대 ... 8 musim 388
Soloshot Robot 인 SOLOSHOT 이 나왔군요. 멀리는 2,000' 까지 찍을수 있다고 합니다. 팔에다 Tracking device 를 달면, 카메라의 Focus 가 자동적으로 나를 따라 다니면서... 1 아지랑 208
Board Pagination Prev 1 ... 62 63 64 65 66 67 68 69 70 71 ... 187 Next
/ 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