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미움의 플라타너스

by musim posted Dec 06, 2015 Views 263 Replies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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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이맘때쯤이면 플라타너스와의  인연이 계속된다. 우리 동내에는 유난히 가로수로 많이 심어져 있는 나무이기도 하다.
내가 처음으로 그 나무를 보았던 것은 서울의 시청 앞에서 광화문 방면으로 심어진 잎이 넓고 시원히 뻗은 큰 키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어린 나이에도 한국적이 아닌 황홀한 이국의 청취를 머금은 나무로 여름철 그 밑을 지날 때에는 마치 동경하는 외국 길을 걷는듯했다. 서울 시내에서 키가 크고 시원함을 주는 나무로 많은 사람 또한 좋아하였다. 늦가을에는 바람따라 구르는 낙엽 소리와  연인들의 걸음 위에 사계절 가운데서도 낭만과 운치를 더해주는 듯했다. 초, 겨울과 이른 봄까지는 탁구공보다 작은 방울이 맺힌 가지에게 손바닥만 한 '말미잘'의 잎으로 변신을 기대하며 어서 빨리 신록의 계절인 5월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이곳에 와서는 너무 많은 플라타너스를 보아와서, 그때의 설렘은 없어지니 사람 마음이 기묘하다. 그 나무의 장점은 그늘도 되어주고 많은 공해정화능력이 우수해서 미세먼지와 오염물질을 잘 흡수 한다고 한다. 그러나 연전에 한국을 가보니 플라타너스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은행나무로 바뀌어 버린 길이 온통 노란 나뭇잎으로 변해있었다. 그 이유를 찾아보니 예전에 좋았던 점이 바뀌어 있었다. 열매의 털들이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고, 보도블록을 들고일어나서 통행에 많은 불편을 주어 은행나무와 다른 나무로 많이 교체되었다. 그러나 은행나무도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다. 가을에 떨어진 열매에서 나는 냄새는 구리퀴키함에 역겹기까지 하고  진액으로 더럽혀진 거리와 혹시 만졌다가는 '옷'이 옮아 고생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내 집 대문 앞에 버티고 있는 플라타너스는 덕분에 그늘과 바람막이를 톡톡히 해주는 효자 나무이다.
키쟁이 나라에서 원 없이 큰 키를 자랑하는 나무로 나의 열등감을 없애주는 우리 동내에서 제일 큰 미남의 키다리다. 성격도 대쪽같고, 큰 키에 바라만 보고있어도 일등감 신랑감이다. 그런데, 그런데... 초겨울이 오면 그 녀석과 나는 생면 부지의 이방인이 되어가며 서로에게 비난을 하는 기간이 된다. 납작 한 집 처마에 달린 긴 홈통에 낙엽이 수북이 쌓이니 청소를 해 주어야 하는데 그것도 삼 주 간격으로, 꼭 세 번은 해주어야 한해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한꺼번에 떨어지면 좋으련만 청소 할 때마다 나의 친구는 버림을 받는다. 어찌 일 년 내내 나무로 인해 시원한 그늘과 바람을 막아 주었던 좋았던 시절은 생각 하지 않게 되는지 내 마음이 간사스럽다.

오늘 아침 만난(?) 옆지기가 슬며시 날씨 이야기를 한다 오늘은 바람도 불지 않고 딱 좋은 날씨란다. 우매! 이게 무슨 전주곡인가 했더니, 본심이 슬며시 나오기 시작한다. 수북이 쌓인 앞마당, 뒷마당에 물기 먹은낙엽이 치우기에는 딱 좋은 날씨이란다. 창문을 열어 보니 그리 무식한 '스피쿠'도 아니기에 주섬주섬 복장을 갖추고 밖으로 나왔다. 이웃집 낙엽들은 왜, 전부 내 집 앞에 널려있는지... 허리 스트레칭을 하고 이리저리 갈퀴로 쓸어담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거의 끝날 때 쯤이면 집사람이 나타나서 커브 밑, 도로에 있는 낙엽들을 빡빡 밀어 쌓아놓고 집으로 들어가 버린다. 내 생각은 그쪽은 가끔 오는 청소차에  맡길 심산 이었는데ㅎㅎ
그 5분 동안 도와 준 것이 오버타임을 해야 되는 상황이 되었다. 쓰레기통에 넣을 수가 있는 용량이 있는데 저걸 다 어떻게 넣을 수 있는지 걱정이다. 어렵게 담아 넣고 부삽으로 누르기를 수 십 번하니 다행히 축축한 낙엽이라 간신히 뚜껑이 닫친다.

요즈음은 까베지 트럭 기사님도 도가 튼 분이라 그냥 털지를 않는다. 컨테이너를 들어 올려 축축한 낙엽이 떨어질때까지 쓰레기통을 흔들어댄다. 세상이 흔드는 세상인가! 마시는 소주도 흔들어야 맛있다고 하니까 ㅎㅎ
기사 아저씨!
이번 주 우리 집 쓰레기통, 확실히 좀 흔들어 주세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