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길을 걸으며

by musim posted Dec 2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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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간간이 내리는 비와 추워서 뚝길을 걸은 게 나흘 전이니 큰 맘 먹고 집을 나섰다. 오후가 되어도 아직은 차가운 바람이 훅하고 얼굴을 스친다. 고속 도로에는 많은 차들이 어디를 가는지 쉴 새 없이 지나는 것이 연말의 맛을 듬뿍 느낀다. 가족과 친지의 만남, 친구 혹은 연인의 만남에 무척 설레리라. 그중에는 아픈 이를 위한 속 깊은 위로의 방문도 있겠다. 누군가 생각나는 사람이 있고, 말을 들어줄 수가 있는 친구가 있으며 전화로 음성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더없는 축복이다. 요즈음은 한국에서 카톡이 많이 온다. 한국과 시간 차이 때문에 주로 새벽에 받게 되는데 가끔은 불편하기도 하다. 물론 연말이고 한해를 마감하는 때이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친구들의 안부 인사는 건강에서 시작하여 건강하라는 말로 끝난다. 몇 년 전 만 하더라도 그 말이 속 깊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이제는 다르게 마음속에 와 닿는다. 이러한 마음은 해가 거듭 될수록 나의 마음을 더욱더 축축이 적실 것이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푸근한 명상이라도 자주 하는 게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해 본다.


오늘은 뚝길위에 모처럼 지나다니는 '자전거'도 드물고 싸늘한 바람만이 옆의 하천을 떠돌아다닌다. 습기 먹은 시커먼 구름은 하늘과 산등성이에 걸리고 참으로 보기가 드문 진풍경이다. 바다 쪽에서 부는 바람은 숨을 쉬기 어려워지니 그동안의 갈고 닦은 독특한 방법인 뒤로 걷기가 빛을 보는 순간이다. 언제부터인가 바람막이로 사용했던 것이 오늘은 안성맞춤이다. 뒤로 걸을 때는 나만의 거꾸로 생각하는 시간이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었던 것을..." 생각하며 미래의 시간에 덧대어본다. 앞으로는, 좀 더 나아지자고 하며 뒷걸음을 옮긴다. 앞으로도 살아가며 많은 사람을 만날 테지만, 내가 스쳐 지나가는 모든 사람에게 나의 작은 관심과 배려를 하여야겠다는 것을 생각해본다. 특이하게도 생각은 되는데, 작품은 엉망인 삶을 살아오지 않았나 싶다. 내가 나를 감싸고 있는 편견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절대로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리라. 내가 옳고 타인은 그르다는 아집에서도 벗어났으면 좋겠다. 오늘은 차가운 바람과 함께 폭우라도 내릴듯한 날씨 덕에 실천하지도 못할 좋은 생각만 잔뜩 둘러메고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