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집사 남편은 신실한 신앙인은 아니더라도 살아오며 종교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은 하지 않고 살아왔다.
옛날에는 단지 바쁘다는 핑계로 이해가 되었지만, 지금은 은퇴 후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음에도 선뜻 교회를 나가지 않고 있다. 김 집사 집에는 보이지 않는 대표제도란 것이 있어서 치과는 가족대표로 주로 남편이 이용하고, 교회는 가족대표로 김 집사가 다니고 있다. 집사람은 타고난 "이빨님" 덕택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남편의 믿음은 게을러서라고 표현하기에는 어딘가 복합적인 것이 있는데 자기 자신도 파악되지를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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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구멍가게를 할 때의 일이다. 그저 어느 정도의 안정은 되어서 자식들과의 생활은 이럭저럭 굴러가는 시절이다. 이민생활의 단조로움에 지쳐가는 시절인듯싶다. 인생의 여정에서 동반자가 된 아내와 자식들을 위해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열심히 가장의 구실을 할 뿐이었다. 아침 일찍 아이들 얼굴도 못 보고 가게로 향하면, 밤늦게나 돌아오는 남편은 간혹 와인을 한잔하고서 아내에게 "내 청춘을 돌려주오"라는 투정을 하기도 한다.
남편은 자정이 다 되어가는 밤에 누우면 늦게 먹은 저녁으로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십여 년 전만 해도 한국마켙 앞에는 여러 교회에서 갖다놓은 많은 카쎝테이프가 예비 성도님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내가 시내에 장을 보러 갔다 오면 테이프를 여러 개 갖고 와서 머리맡에 놓아둔다.
한 개를 틀어놓고 들으니 목사님 말씀에 너무 힘이 들어가니 잠을 쫓는 듯싶다.
다음 테이프로 교체해서 두 번째 교회를 방문했다. 좋으신 말씀이긴 한데 새로운 감동은 별로 느끼지를 못했다.
다시 한 번 다른 교회의 테이프를 방문,
이 교회의 설교 말씀은 진짜로 마음에 꼭 든다. 할렐루야!
그다음부터는 다니지도 않으면서 그 교회의 신실한 성도가 되었다. 그 후 남편은 그 교회를 사랑하였다. 아니 그 목사님을 사랑하였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두어 해가 지나고 때가 되어 가게를 정리하였다. 이십여 년에 지친 몸과 마음이 평온을 찾아가고 있을 때, 은근히 그 교회를 가고 싶어해서, 내가 20여 년 가까이 다니던 교회를 할렐루야! 교회로 옮기게 되었다.
첫날부터 남편은 “집사”로 불렸다. 그 호칭에 많은 부담이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환영의 표현인 듯싶었다. 여태껏 살아오면서 "사"자가 그에게 붙을 실력이 없었던 자신이 세상 밖으로 나와 많은 성도님에게 둘러싸여 큰 은혜를 받고 있는듯했다. 며칠이 지났을 때, 교회 공지사항으로 새로운 교인들의 환영회가 몇 날 몇 시 저녁에 있다고 신입 쫄병 교인들은 꼭 참석하라고 한다.
네 가정이 선택되었는데 그가 4등으로 불러 지게 되니 쫄병 중에도 상 쫄병이다.
마침내 그날이 왔고 저녁때가 되니 많은 성도가 모여들었다. 우리의 입장시간이 되었고,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성도님들 환영의 말과 꽃다발 사이를 통과해야만 하는 축하 행진에 쑥스러움은 최고에 달했다. 앞에선 '최'씨댁은 혼잣말로 "이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데…"하며 중얼거린다.
이제 환영식이 끝나고 착석, 휴~~ 하고 숨을 돌릴새 없이 한 가정씩 대표가 나와서 "어떻게 이 교회를 오셨습니까?" 에 대한 답변의 시간이다.
단상에는 화려한 꽃과 물컵도 준비되어 있어 많은 배려를 한듯싶은데, 난생처음 교회 강단에서 말을 하려니 지상에서의 최대의 영광이라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드디어 그의 차례가 되었다.
이 위에 열거한 이야기를 간추려 이야기한 다음에,
성도 여러분!
"저에게는 이 교회 목사님이 최고였습니다."
왜냐고요?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을 제게 온전히 전하셨으니까요.
제가 지치고 잠 못 이룰 때, 이 교회 목사님은 적어도 5분 안에 평온한 나라로 인도해 주셨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저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교회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국어 선생님보다도 더 적당한 높낮이의 차분한 음성으로 제게 잠을 재워 주셨습니다.
이것이 제가 이 교회를 선택한 이유입니다.
할렐루야!, 할렐루야!
일순간 여기저기서 웃음과 박수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저 멀리 서 계신 목사님의 얼굴에서 잔잔한 미소를 보았다.
p.s. 게시판에 민감한 종교 이야기는 될 수 있으면 자제해야 옳은 일이지만,
적당한 선에서 웃을 수 있기에 게재하였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