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아온 사랑(Ro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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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아온 사랑 (Romance)
간혹 십 년 전 돌아간 남편의 그리움만 아니라면 살 만한 생활이다.
모든 것을 마친 홀가분한 생활이 무료한 때도 있지만, 가끔 친구들의 부러움을 받기도 한다.
그래도 아직은 오십 대에 걸려 있는 나이가 친구들의 짝을 보면 오히려 부럽기도 하다.
그 건강했던 남편은 사십 후반에 갑자기 저 세상에 갔다.
지금은 떠나버린 남편의 흔적들을 하나씩 찾아 회상하는 일도 많이 줄어들었으며,
아들과 딸을 늠름한 아들과 살가운 딸로 성장시킨 모습을 보면 흐뭇한 웃음도 나온다.
지금 생각하면 억척스럽게 고생한 보람이 있는지 한 녀석은 졸업해서 좋은 직장에 다니고, 막내만 나와 같이 살고 있다.
막내 녀석은 제 아빠를 닮아 활동적인지 ‘아르바이트’를 해 가며 대학 졸업반이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교회에서 같은 열에 자주 앉게 되는 정선생과 친숙하게 되었다.
자연히 그분도 상처한 분이며 나이 또한 비슷하니 서로 친절함에 부족함이 없었다.
교회 안에서는 어느 정도 알려져서 머지않아 ‘면사포’를 쓴다고 이상하게 볼 사람은 없겠지 싶다.
오히려 축하객은 첫 번째의 결혼식보다 많을 것이다. 한가지 자식들에게 이야기한다는 것이 쑥스럽고 부끄럽다.
딸 아이는 교회에서 그분과 인사는 하였지만, 나이가 든 엄마가 결혼하겠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 할지…
차마 딸에게 말이 떨어지질 않는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살아가는 기간은 늘어 가는데,
고독한 노인분들의 ‘로맨스’가 사회 ‘이슈’로 떠오른다는 기사를 종 종 읽었다.
그것이 내게도 해당이 되는지 쑥스럽고, 어느새 내 마음 나도 모르게 되었다.
한국은 아직은 보수적이라 나이 든 사람들은 주위 시선을 감내해 가며 조심스럽게
젊은 날의 연애를 해 보는 세상이 되었지 싶다. 하지만 미국은 장소가 어디라도 그리 구애받지 않으니
그나마 자연스럽고 편하다고 할까?
눈여겨보아 온 정선생은 훤칠한 키에 좋은 인상과 밝은 미소가 마음에 든다.
여유롭고 느릿느릿한 말씨는 푸근함을 느끼기에 더없이 좋았다. 그는 무엇보다 논리적인 성향 보다는
소소한 감정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성품을 가진 분이기에 더욱 마음에 들었다. 아니 처음 보았을 때부터
나의 마음은 ‘콩닥’ 거렸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단 한 가지 약주를 좋아하는 습성을 제외하고는…
교회를 다니면서 적당한 양이라도 술을 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나는 날이 갈수록 점점 주체할 수 없는
사랑에 빠짐을 느끼며 흠칫 놀라기도 한다.
엊그제는 전화가 와서 밖에서 만났는데 만난지 2년이 됐다고 장미꽃 24송이를 안겨준다.
예전 남편에게서 단 한 번도 받지 못한 꽃다발을 받고 정신이 잠시 혼미해졌다.
김집사!
“이번 주말에 시간이 되면 ‘샌프란시스코’에 가서 식물원이나 돌아보고 저녁 식사나 하고 옵시다.”
딱히 거절할 마음은 조금도 없다는 듯이, 아니 기다렸다는 듯이 ‘그래요.’라고 말하는 요놈의 ‘주둥이’가 얄밉기도 했지만,
어쩌랴! 그것이 진심인 것을…
그의 집을 방문했을 때, 그 많은 화초에 둘러싸인 집은 흡사 화려한 정원 속에 사는 그에게서 평화스러움을 느꼈다.
정선생은 원예에 조예(造詣)가 깊어 넓은 식물원에서 그 많은 식물을 설명해 줄 때에는 많은 흥미는 없었지만
진지하게 들어주며 그의 기분에 맞추었다.
그렇게 따듯한 날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바다가 보이는 선창가에서 커피를 마주하며 꿈과 같은 시간을 보냈다.
오랜만에 좋은 곳에 가서 식사하자는 말에 그의 집 부근에서 하자고 졸랐다.
늦은 오후에 오랜만에 나들이로 시장기를 해결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 잔을 걸치니 걱정은 되지만
그래도 집 근처이니 다행이었다. 그는 몇 달 전부터 결혼 이야기를 슬며시 비추었으나 나는 아이들도 있고 하니
시간을 달라고 미루어 왔다.
식사하면서 그 이야기가 또 나올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무 말 없이 찌개에 소주를 연거푸 들이켜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아직, 자식들에게 이야기도 못 하고 새벽기도에 열심히 다니고 있는 나의 마음을 누가 알아줄까?
어느 정도의 취기가 오른 그를 팔짱을 끼고 걸어서 그의 집으로 향하였다.
조금은 흐느적거리는 남자의 몸을 부축했던 것이 십여 년 전이니 소회(所懷)가 남다르다고 할까? 심정이 묘했다.
갑자기 옆에서 ‘horn ‘소리가 들린다. 깜짝 놀라 돌아보니 딸 아이가 지나가다 본 것이다.
차를 옆에 세우더니 “엄마 어디 갔다 오세요?” 한다.
“응 아저씨하고 ‘샌프란시스코’ 갔다 와서 저녁 식사 후 모셔다 드리는 거란다”
이상하게 다른 때보다 더 또렷한 말이 나왔다. 딸은 “아저씨 다음에 또 뵙게요” “엄마 이따 봐” 하며 떠났다.
딸에게 진실을 말했지만 어딘지 당황스러운 느낌이다.
그동안 집에 종 종 늦게 들어온 것도 괜히 외로운 엄마로 비추어질까 봐 여러 생각이 스친다.
가까운 거리가 오늘따라 멀게만 느껴진 댁을 바래다 드리고 나서려 할 때, 이야기나 하고 가라고 채근하는 것을
한사코 다음으로 미루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들어서니 딸은 누구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황급히 통화를 마친 딸은, 약간은 멋쩍어하는 나를 보자 포근히 감싸 안으며
“엄마! 정 선생님과 결혼해” 하며 등을 두드려 준다.
그 순간 억제할 수 없는 감정이 복받치며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딸은 사모님한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니 사모님은 그동안의
교회 안에서의 다정했던 두 사람의 모습을 이야기했으리라.”
나는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던 걱정을 깔끔히 풀어내는 기분이었다.
아! 사랑하는 나의 딸아, 고맙다.
p.s. This story is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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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드라마 스페샬같은데 나오는 얘긴데요.
엄청 나십니다.
길따라가 '무심님은 신분을 숨기고 사시는 분 같다'고 하더라고요. 맞는 말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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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길, 길따라님
잘 보셨다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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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님 진짜 여기서만 보기 아까와요.
내용이 항상 공감이 가고 문장이 매끄러워서 읽기도 편하구요~
대단한 재능과 실력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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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은 재주 피우다 나무에서 떨어질 수도 있으나,읽어 주시는 분이 있기에 종종 올립니다.나리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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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는 너무도 다른 "정선생"이 등장하기에 열심히 읽으며 글쓴이의 심경에 동화 되어 갔었는데....마지막에 [p.s. This story is fiction.] 요기서 무너졌습니다 ㅎㅎㅎ.아.... 요새 바쁜데.... 글 읽느라고... 또 시간 까먹었습니다.... 만....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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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생 이었구먼, 근데 이곳에 이름까지 밝히면 불법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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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잘 읽고 갑니다.
꾸준하게 글을 쓰시고 나중에 모아서 수필집 하나를 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요즘은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손수 직접 이북(ebook)으로 책을 내시는 분들도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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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공님,
예, 아직 그런 실력은 한참 못 미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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