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방길을 걸으며
오늘은 점심 후 느긋하게 쉬어볼까 생각했지만, 요즈음 많이 게을러진 듯해서 밖으로 나왔다.
하늘을 쳐다보니 알쏭달쏭해서 아이폰을 꾹꾹 눌러보니 3시쯤에 비가 올 확률이 40%라고 나온다.
어쩔까 하다가 우산을 들고 나섰다. 다른 한 손에는 물 한 병을 들었으니 발란스(balance)는 잘 맞추어진 듯 하다.
잠시 발란스가 무엇인가 생각해 보았다. "균형" 이란 말이 첫째로 떠오른다. 균형을 유지 하려면 서로가 공존하는 삶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여기까지 살아오면서 나의 삶이 타인을 배려하며 공존하는 삶이었나 돌이켜 보니 자신이 없다.
몇 분 후 뚝길을 오르니 흐린 날씨에 찬바람까지 심술 궂게 불어 댄다.
엘니뇨란 것은 잘 알지만, 엊그제는 초여름 날씨였던 것이 오늘은 초겨울인듯싶다.
뚝길 밑 하천에는 산에서 내려온 흙을 머금은 갈색의 흙탕물이 제법 힘차게 내려온다.
엊그제만 해도 바닥을 보였던 모습이 오늘은 제 분수를 아는가보다. 하천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비가 오기만 하면 금방 가득 채워졌다가 비가 그치기만 하면 금방 빠져나가는 그리 관심을 두지 않고, 그저 바라보는 의미 없는 대상이 되었다.
우리는 물고기 잡고 헤엄치며 놀던 아련한 추억의 하천을 통해 감성과 지식 그리고 가치를 느끼고 체득했었다.
하지만 요즈음의 아이들에게는 우리가 어릴 적 뛰놀던 하천의 기억들을 주고 있지 못합니다.
그저 가득 채운 물에 따라 청둥오리들도 저의들만의 소리와 날갯짓으로 놀다가도 비바람이 몰아치거나,
짙은 회색의 바닥을 드러내면 ‘꽥꽥’ 소리를 내며 새 보금자리로 날아갑니다. 이것은 흡사 자연의 세계나 동물의 세계에서의 자연스러운 삶이 아닐까 합니다.
하늘을 쳐다봅니다. 지금이라도 검은 먹구름을 동반한 비가 세차게 뿌릴듯한 기세입니다.
뚝길 옆에 있는 우람한 나무와 시원스레 뻗어있는 나뭇가지 위에서는 까마귀떼들이 기분 나쁜 음산한 날씨에 더해서 ‘까악~까악’ 울어 댑니다.
까마귀는 검어서 보기가 싫고 울음소리가 탁합니다. 예전에는 까마귀는 길조와 흉조라는 반대되는 상징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지만,
나중에는 불행, 불길, 죽음 따위의 상징으로 굳어졌습니다.
그녀석들을 아침에 보거나 울음소리를 동반한 녀석들을 보면 어쩐지 불길한 예감과 오늘 하루 ‘재수’와 연관되어 지곤 합니다.
따지고 보면 자기들의 태생적인 검은 색깔과 자연스러운 소통의 소리일 뿐인데 사람들은 싫어합니다.
그냥 새소리일 뿐인 것을... 고정관념이란 것은 이렇게 우리에게 다가오고 어떤 사람은 침을 여러 번 '퉤퉤'뱉는 사람도 보았습니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고정관념이란 무엇입니까?
고정관념은 어떤 사람의 인상(印象)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고 거기에 선입견 또는 편견을 부과하기도 합니다.
고정관념은 때로는 분쟁이나 모임에서 갈등 또는 여러 사회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합니다.
자기 자신의 뚜렷한 주관에 의한 올바른 공동체의 생활은 활력소 역할을 하겠으나,
잘못된 선입견이나 편견 또는 주위의 회유(懷柔)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먼바다 쪽에서 달려온 바람이 드디어 습기를 머금고 가냘픈 빗줄기를 만들어 하천을 돌아 뿌리기 시작합니다.
아마도 비가 내린다고 예보를 해준 고마운 까마귀가 정확하게 알려준 듯합니다. 다행히 가져온 우산을 폅니다.
하지만 세찬 바람을 동반한 비를 막아주기에는 많이 부족하여 가슴 밑으로는 축축이 젖어옵니다.
그러나 이 순간도 어렵사리 얻은 기회로 생각하고 즐겁게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고쳐먹으니 오히려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 옛날 한국의 장마철에 비닐우산을 들고 가던 일,
그 우산이 세찬 바람에 뒤집혀 못쓰게 되었던 난감했던 일이 엊그제 일로 추억이 되어 떠오릅니다.
'데이트'라도 할 즈음에는 무슨 '흑기사'라도 된 듯이 한 개의 우산이 아가씨 쪽으로 기울며 ‘종로’ 통을 지나던 모습을 회상하니
쓴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어느덧 뚝방길에서 내려올 시간입니다.
오늘 하루도 몸과 마음에 건강과 생각을 지니게 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남은 생애를 배려와 겸손한 삶이 되기를 소원해봅니다.
p.s. 서쪽길님,
덕분에 항상 돌뿌리 조심해서 뚝방길 걷고 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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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빨라지는 세상의 속도에 맞춰 살다가, 무심님 글 덕분에 좋은 명상에 시간을 갖게 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무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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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우산과 아가씨는 흔한 이야기들을 만들어 낼만 합니다.
이곳에 와서는 그 흔한 이야기 거리들을 만들만한 날씨가 되어 주지 못했었지요.
게다가 걷는 사람도 흔치 않아서 더욱 이야기 거리가 되지 못하네요.
주룩주룩 쏟아지는 장마 비를 느껴본지 참 오래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립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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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님의 글을 읽다가 갑자기 한국생각이 납니다.
70 년도 초에 서울 휘경동에 살았는데 높고 기다란 개천 뚝방길이 집 바로 근처에 있었는데도
한번도 안 걸어 봤네요. 정거장까지 나가서 뻐스를 타던 시절이라 매일 많이 걸어야 했었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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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내가 살던 가까운 냇가에 동무들과 함께가서 송사리도 잡고 가재도 잡던 기억들이 나네요...
믿기 어렵겠지만 그때는 서울 시내의 냇가에도 송사리와 가재가 살았지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지만 그때가 참으로 그리웁네요~
동무들과 함께 잡아서 모은후에 공평히? 한마리씩 골라서 나눠가졌던 추억도 아련히 떠오르네요...
물론 조금 더 힘이 세거나 큰아이들이 먼저 고르기는 하였지만서도...ㅎㅎ
짝수가 안맞아서 남던지 모자라면...그래도 제일 어리고 약한 아이에게 주었던 기억들이...
지금 생각하여 보아도 어린 아이들이었는데 불구하고 꽤나 멋진 결정들을 내리기도하며 놀았는데...
우리들의 어린 시절은 이렇게 협동과 배려와 나눔의 우정을 공유하며 나름대로 정의와 의리도 키워나갔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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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방길의 추억은 큰오빠가 태워준 자전거 뒤에 메달려서 아슬아슬 지나던 생각이납니다
방학때 시골 논두렁 걷다가 내앞으로 스르륵 지나가는 배~암을 보구너무 놀래서 팔짝 뛰면서 논두렁으로 빠져 언니가 건저준 추억도새록!
무심님 차분해 지는글 매번 잘 읽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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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운동하시는 모습 뵈니 존경스럽고요.
저희 동네는 화창한 편이었는데 계시는 곳은 비가 왔었군요.
한 벨리안에서도 다양한 날씨를 보이는게 꼭 ... 저희 집같습니다 ㅎㅎ.
좋은 글 잘 읽었고 감사합니다.
돌뿌리 계속 조심하시고요 ㅎㅎ
담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