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인쇄

 누룽지 할머니 


집이 시골이었던 저는 고등학교 삼 년 내내 

자취를 했습니다. 


월말쯤, 집에서 보내 준 돈이 떨어지면, 라면으로 

저녁을 해결하곤 했어요. 


그러다 지겨우면, 학교 앞에 있는 

‘밥 할매 집‘에서 밥을 사 먹었죠. 


밥 할매 집에는 언제나 시커먼 가마솥에 

누룽지가 부글부글 끓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어요. 


“오늘도 밥을 태워 누룽지가 많네. 

밥 먹고 배가 안 차면 실컷 퍼다 먹거래이. 

이 놈의 밥은 왜 이리도 잘 타누" 


저는 돈을 아끼기 위해 늘 친구와 밥 한 공기를 

달랑 시켜놓고, 누룽지 두 그릇을 거뜬히 비웠어요. 

그때 어린 나이에 먹고 잠시 뒤돌아서면 

또 배고플 나이잖아요. 


그런데, 하루는 깜짝 놀랐습니다. 

할머니가 너무 늙으신 탓인지, 거스름돈을 

원래 드린 돈보다 더 많이 내 주시는 거였어요. 


'돈도 없는데 잘 됐다. 이번 한 번만 그냥 

눈감고 넘어가는 거야. 

할머니는 나보다 돈이 많으니까' 


그렇게 한 번 두 번을 미루고, 할머니의 

서툰 셈이 계속되자 저 역시 당연한 것처럼 

주머니에 잔돈을 받아 넣게 되었습니다. 


그러기를 몇 달, 어느 날 밥 할매 집엔 셔터가 내려졌고, 

내려진 셔터는 좀처럼 다시 올라가지 않았어요. 


며칠 후 조회 시간이었습니다. 

선생님이 심각한 얼굴로 단상에 오르시더니, 

단호한 목소리로 말씀하셨어요. 


“모두 눈 감아라. 

학교 앞 밥 할매 집에서 음식 먹고, 

거스름돈 잘못 받은 사람 손들어라." 


순간 나는 뜨끔했어요.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다 

부스럭거리며 손을 들었습니다. 


“많기도 많다. 반이 훨씬 넘네." 


선생님은 침울한 목소리로 말씀하셨죠. 


“밥 할매 집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할머니께서 아들에게 남기신 유언장에 의하면 

할머니 전 재산을 학교 장학금에 쓰시겠다고 하셨단다. 

그리고..." 


선생님은 잠시 뜸을 들이셨어요. 

“그 아들한테 들은 얘긴데, 거스름돈은 자취를 하거나 

돈이 없어 보이는 학생들에게 일부러 더 주셨다 더라. 


그리고 새벽부터 일어나 그 날 끓일 누룽지를 위해 

밥을 일부러 태우셨다는구나. 

그래야 어린애들이 마음 편히 먹는다고..." 


그 날 학교를 마치고 나오는데, 유난히 '밥할매 집'이라는 

간판이 크게 들어왔어요. 

나는 굳게 닫힌 셔터 앞에서 엉엉 울고 말았습니다. 


할머니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할머니가 만드신 누룽지가 세상에서 최고였어요. 



옛날 생각에 기억이 아물아물 거려서 퍼왔슴다 ㅡ

  • profile
    창공 2017.01.13 21:03

    작금에 탐욕으로 가득찬, 많이 가진 자들의 추태들을 접하면서,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하고 훈훈해지는 스토리네요. 짱~

  • profile
    FAB 2017.01.15 00:08
    아 이거 감동의 물결이네요.... 흑.

List of Articles
제목 글쓴이 조회 수
(펌) 좋은글 밴드의 한 친구가 올린글인데 너무 와닿는듯 해서 공유 합니다... [귀감이 가는 좋은 글~♥] 사람이 미우면 단점만 보이고 사람이 사랑스러우면 장점만 보인다고 ... 아리송 223
누룽지 할머니(펌) 누룽지 할머니 집이 시골이었던 저는 고등학교 삼 년 내내 자취를 했습니다. 월말쯤, 집에서 보내 준 돈이 떨어지면, 라면으로 저녁을 해결하곤 했어요. 그러다 ... 2 아리송 243
부추 이야기(펌) 한의사 친구가 밴드에 올린글. ****부추의 유래*** 옛날 어느 두메산골에 서 한 老僧이 길을 가고 있었다. 그런데 노승 앞에서 죽음의 기운이 하늘을 향해 솟구치... 1 아리송 194
Yosemite LYV Wilderness 및 하프돔 하이킹 Plan 올해는 Halfdome Cable Permit이 5/26에 시작한답니다. 그전에 LYV에서 1박하고 하프돔 가실분들 지금 쯤 Wilderness Permit Fax로 신청 하심이 좋을듯 합니다. ... 15 아리송 1005
영화 (찌라시)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추천 합니다. 요즘 시국이랑 너무 비슷한거 같아서.. 전 다른 사이트에서 봤는데 유튜브에도 있네요. 유튜브영상 보는거는... 아리송 148
1/6/2017(금) Lake Alpine Sno Park. Snowplay - 번개산행 오늘, 내일 날씨가 좋다네요? 애들이 다음주에 개학이라 금욜하루 눈놀이 다녀올까 합니다.(눈썰매 1~2시간, 2시간 정도의 가벼운 Snowshoeing). 지난 11/25, 12/... 5 file 아리송 233
새해맞이 '쎈' 산행 -- 12/29 (목), 30 (금), 31 (토) 회원님들 안녕하세요. 지난 수년간 전 새해 때는 혼자 몇일 (연속) 산행을 해왔습니다. 올해는 혹 같이 하실 분(들) 있으면 해서... 아무에게도 부담없고 형식없... 6 창꽃 420
금요산책 12/23/16 연말이 되어 바쁘시지요? 저도 이런저런 일들이 몰려있는데 아침에 세수를 하듯 바빠도 걸어야할것같은 의무감이 드네요. 너무 늦게 올리게 되어 산행공지로 올리... 6 소라 213
Google Photo 제가 즐겨쓰는 방법입니다. 관심있으신분은 참조 하시기 바랍니다. 산악회 사진찍으신거 회원님들과 공유하고 싶으심 Google Photo에서 -오른쪽 상단에 점 세개메... 아리송 160
Costco snowshoes 얼마전 밴프님/샛별님 블로그을 보고 저도 한번 따라 만들어 봤는데 사진이나 동영상 같은거를 바로 스맛폰에서 Upload가 가능하고 Google Photo같은거랑 연동하... 3 아리송 239
12/3(토) 무료 영화 상영 오는 토요일 (12/3), 오후 4시에 Cupertino에 있는 BlueLight Cinema 극장에서 올 신작 한국 영화 "자백"을 무료로 상영한다고 합니다. 많은 호평을 받은 영화라... 13 창공 273
12/30~1/1 LassenPeak Backpacking(Canceled) 사정상 캔슬합니다. 이후에 백패킹플랜이나 피크산행에 관심이 있으신분들은 개별적인 연락바랍니다. 언제나 즐겁고 안전한 산행되시기를 바랍니다. 3 밴프 305
Happy Thanksgiving! 산악회원 여러분 모두 모두 추수감사절 잘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산행에서 뵈어요~ 4 file 샛별 208
Tahoe Peak Series 63 (Ogul Peak List) 레이크타호 지역의 동쪽(리노)에는 과거에 와슈인디언부족이 살았답니다. 그 인디언부족들이 사냥하던 큰뿔이 달린 산양을 Ogul 이라고 불렀는데요. 물론 산양은 ... 6 file 밴프 834
일기예보 사이트 mountain-forecast.com 을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회원님들~ 저는 올해 들어 산행 - 특히 비교적 높은 산을 목표로 할때 (주로 시에라이겠지요), 일기예보 (weather forecast)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mo... 2 창꽃 219
Board Pagination Prev 1 ... 45 46 47 48 49 50 51 52 53 54 ... 187 Next
/ 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