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님 BAC 일일산행거리 기록갱신

by 거목 posted Apr 1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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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즐기던 Corona Beer 와 유사한 명칭의  COV19 로인해  모두에게 갑갑해진 요즈음, 축하할일이 하나 발생했읍니다.  

'오늘도  걷는다' 의 길벗님께서 그기록을 작년에 이어 재차 갱신하셨읍니다.   Facebook 에 올리신 post 를 공유합니다.  

장소는https://www.alltrails.com/explore/recording/morgan-territory-40-miles-challenge-d8c9d05?fbclid=IwAR3afqNuy9wa5q_bBandwZ4CQ-RhX6dykp52WN8gfBmJSX3HfUyctyG8jXs   라고 합니다.


길벗님의 post 입니다.

40 Mile Hiking Challenge

평생에 제일 많이 걸었던 기록이 나에게는 모두 마일로 기록되어 있다.한국에서 살 때에는 걷는 것을 그리 많이 좋아하지 않았었고 군대도 3보 이상 승차라는 포병으로 근무를 했었는지라 행군이라는 것을 하긴 했어도 일반 보병이나 특전사처럼 긴 행군을 해보질 못했기 때문이다. 미터법을 거부하는 미국에 와서도 한 15년간은 차로 다니는 여행이나 캠핑을 더러 했을 뿐 장거리 하이킹이라는 것은 해본 기억이 없다. 몇가지 이유로 2013년 2월부터 시작된 나의 하이킹은 벌써 만 7년을 넘겼다.그 동안 매 주말이면 다니던 산은 최근 2년 간은 여러가지 바쁜 일들로 좀 소홀했었다.

얼마전 무슨 검사를 받을 일이 있어서 의사를 만났더니 내 혈압이 좀 높은 편이란 말에 소홀히 한 운동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때마침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미국의 경제가 꽁꽁 얼어붙어 사람 만나는 일도 쉽지 않고 어디 나서는 것도 부담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한 마디로 시간이 많아졌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Stay at Home" 명령에 충실하여 집 안에만 있기도 답답한 일이다. 그래서 소셜 디스턴스를 유지하라는 정부 시책에도 어긋나지 않으며 할 수 있는 활동중에 가장 좋은 것은 한 동안 내가 소홀히 했던 등산이 최고라는 생각에 최근들어 시간이 날때 마다 집에서 가까운 곳을 중심으로 걷기 시작했다. 사는 동네를 외곽으로 도는 트레일이 있어서 거기를 걷기도 하고, 집에서 15분 거리에 아주 좋은 산이 있어서 그곳을 오르기도 했다. 몸이 근질근질할 이웃에 사는 산우 몇명과 한 10마일을 걷다가, 하루는 20마일을 걷기도 하고 15마일을 걷기도 했다. 그 동안 여러차례 올랐던 산이었지만 지도를 보고 그 동안 가보지 않은 곳으로 쭉 펼쳐져 있는 등산로들을 보니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길게 걸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이맘때 쯤 내 생애에 가장 긴 하루 도보 여행으로 34마일 기록을 세웠었는지라 내 머리속 한켠에는 비록 올해 한 살을 더 먹긴 했지만 작년에 세웠던 기록을 경신해 보리라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었다. 작년에 기록을 세운 곳은 집에서 1.5시간 정도 떨어진 Point Reyes라는 곳이었는데 내가 그곳을 너무 좋아해서 기록 경신 장소로 그곳을 선택한 것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먼 거리 이동도 자유롭지 못하고 긴 시간을 걸어야 하기에 멀면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기에 새로운 기록 도전에는 15분 거리에 위치한 Morgan Territory Regional Preserve이 안성맞춤이었다.몇 차례 지도를 보고 거리를 계산기로 두들겨 보고 하며 40마일 트레일을 완성했다. 이제 실행하는 일만 남았는데 나에게 자연으로 들어가 그 자연을 만드신 분과의 거룩한 교통을 하기에 가장 합당하다고 생각한 거룩한 날인 어제 이른 새벽 아직 동이 터오기도 전인 5시쯤에 트레일 헤드에 도착하여 헤드 랜턴을 켜고 산속에 있는 작은 마을 길을 통과하여 산 속으로 들어갔다. 시원한 공기에 깊숙히 내려 앉은 안개의 촉촉함을 피부로 느끼며 찾아간 이른 새벽 찾아온 불청객을 아무런 불평없이 반겨주고 있었다.그야말로 인기척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곳에서 오직 자연의 소리만을 집중하며 걸을 수 있는 것이 가져다주는 침잠, 세상에 동요되지 않고 오직 나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게 만드는 고요함이었다. 렌턴이 비춰주는 길만을 바라보며 걷다보니 실루엣처럼 나무들도 나타나고 내려앉은 안개를 품고 있는 산의 능선들도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여명이 밝아오니 랜턴의 불빛은 점점 희미해져만 간다. 흑백이던 사물들이 조금씩 컬러로 변하며 밝혀진 숲은 봄의 정령이 내려온 것이 틀림없다. 이슬을 머금은 풀잎과 새순이 피어나는 나뭇가지들은 세상이 겪고 있는 팬더믹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예쁘게 자기들이 해야 할 일에 충실하고 있을 뿐이다. 이 곳에는 방목하는 소들이 제법 많이 있는데 스트레인저의 출연으로 그들의 늦은 잠을 깨운 것 같아 "미안하다"는 말을 여러차례 반복하며 그들을 피해갔다.

처음 10마일 정도는 얼마 전에 한번 갔던 길이라 비록 어두운 새벽에 출발해서 갔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그 다음 부터는 비록 밝은 대낮임에도 내가 걸은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수도 없이 많은 길을 갈아 타야 했기 때문에 이정표를 잘 보고 찾아가야 했다. 나름 감각적으로 잘 찾아 가고자 하는 길을 가는데 문제가 없었는데 가려고 하는 길을 놓치고 다른 길로 갔던 적이 두번쯤 있었다. 처음에 내가 가려고 하는 길은 뒤로 돌아서 다시 가려고 했던 거의 대부분의 트레일을 가는데 문제가 없었지만 한번은 지도를 꺼내서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고 대충 보고 내린 결정으로 인해 한참을 내려갔다가 그 길이 아님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힘들게 꺼꾸로 올라오기도 했다. 그러니 먼저 간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지도와 이정표를 잘 읽고 따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나름 8년차 배테랑이라고 생각한 지금에도 새삼 깨닫게 된다.

몇년전 한 여름에 어제 내가 출발한 곳이 아닌 Morgan Territory 공원 입구를 통해 그곳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걸으면서 확인해 본 당시 그곳의 온도는 화씨 107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곳의 일부를 한 바퀴 돌고 오면서 더위 때문에 고생한 기억이 있었는데 봄에 찾은 Morgan Territory 공원은 더할 수 없이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들판에 지천으로 핀 야생화는 한창이었고 내가 좋아하는 Oak Tree(참나무)는 푸른 들판과 어우러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참나무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나는 언젠가 참나무를 주제로 시리즈 사진을 찍고 싶었다. 그래서 어디를 갈 때마다 참나무를 배경으로 한 근사한 이곳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었나 싶을 정도로 꽃단장을 한 공원 곳곳의 모습은 지루함을 느낄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았다. 방문객들에게 공원내 소셜 디스턴스를 유지하라는 포스터가 여러군데 붙어 있었지만 파킹장은 봄의 향연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몰고온 차들로 거의 채워져 있었다.

본래 계획에는 공원입구에 있는 식수대에서 마실 물을 중간에 채워갈 예정이었으나 Covid 19으로 인해 식수대를 사용금지 되어 있어서 돌아 나오는 길에 공원 안에 있는 백패커스 캠핑장에 있는 수도에서 물을 정수해서 필요한 만큼 채워 나올 수 있었다. 그 수도물은 사람이 직접 마시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정수 처리되지 않은 물(Non Portable Water)이니 사람은 정수를 하거나 소독을 하거나 끓여서만 먹어야지 그냥 마시면 위험하거나 죽을 수도 있다는 조금은 겁날 정도의 경고 문구가 있는 물이었다. 언제 기회가 되면 일박 2일 정도로 이곳으로 백팩킹을 와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돌아 나오는 길이 아직도 10마일 정도는 남아있기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시 내리막을 내려가고 또 오르막을 오르며 능선 좌우로 펼쳐져 있는 아름다운 경치를 즐기며 오늘의 챌린지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오전보다 확실히 속도가 나지는 않았지만 JMT를 할 때만큼 지쳐서 기진 맥진 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행히 날씨가 걷기에 참 좋은 날씨였다. 오전 내내 거의 안개와 구름이 덮여 있어서 시원했고 오후가 되니 바람이 불어줘서 역시 그리 덮지 않게 만들어 주었다.
참, 이번 산행에는 십몇년전에 사서 음악을 저장해두고 들었으나 스마트 폰이 나온 이후로 뒷전으로 밀려 구석에 처박아 두었던 Ipod과 조그만 포터블 스피커를 어깨에 매고 가며 오래전에 저장해 두었던 노래들을 들으면서 갔는데 다양한 종류의 음악(가스펠, 오페라 아리아, 팝...)과 펼쳐진 자연경관으로 인하여 나의 오감이 극도의 만족을 경험한 즐거운 산행이었다. 물론 발가락 서너군데 물집이 잡혀 있고 종아리와 허벅지 근육이 조금 시큰 거리며 허리가 좀 아프긴 해도 산에서 얻은 엔돌핀 때문인지 그렇게 기분 좋을 수 없다.

언젠가 언제나 하나밖에 없는 아들에게 잘 해주시 못해 늘 미안해 하시는 어머니에게 "저는 제가 저인게 저에게 너무 고맙다"는 말을 해드리며 그런 생각 하시지 말라고 한적이 있다. 내가 세상 다른 물질적이거나 사회적 가치보다 이런 것을 사랑하는 나로 태어나게 하신 분에게 감사하다.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누구의 가르침을 소환하지 않더라도 자연은 어머니의 품이며 조물주의 학교라는 진리는 분명하다. 우리는 종종 그 소중한 학교를 멀리하고 사람이 만든 학교에서 답이 없는 문제를 연구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곤 하지 않는가?
오늘도 나는 조물주이신 나의 하나님께 두 발짝쯤 다가간 것 같아 기쁘다.


PS 길벗님이 찍으신 영상이 29장이나 되기에 보실분들은 Facebook link 를 통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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