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로 이사 날짜도 잡히고, 인사말을 어떻게 올릴까?” 고민을 하며 Tahoe를 빠져 나와 50번 도로를 구비구비 차를 몰고 집으로 향합니다.
이 생각 저 생각과 함께, 배이 산악회와 함께한 추억들도 구불구불한 도로를 미끄러져 갑니다.
내리던 눈은 어느덧 빗방울이 되어 달리는 차창을 두드리고. 볼륨을 키운 스피커에선Tommy Emmanuel 의 기타 연주곡, “Somewhere over the Rainbow” 선율이, 마치 줄지어 선 소나무들을 튕기며 지나가는 듯 합니다.
구름이 걷히고 내리는 빗줄기가 자자 드는가 싶다니. 햇볕이 비추며 갑자기 빗줄기가 거세게 내리치기 시작합니다. “허허, 오늘 여우 시집가는 갑다.” 빗줄기는 햇살에 반사되어, 유난히 반짝거리며 쏟아집니다.
“와, 찬란하고, 아름다움이란 이런 것 일게야” 오감으로 느껴지는 풍광에 경탄하여, 숨이 가쁘고 심장박동이 거세지는 사이. 급기야 동서로 무지개가 출현합니다.
무지개를 등지고 시위가 당겨진 빗방울들은, 화살처럼 땅을 향해 그대로 내리 꽂는 듯합니다.
그리고 광선처럼 쏟아지는 비의 탄현(彈絃)들은, 햇살에 반사된 보석가루 처럼 반짝거리며 산산이 부셔집니다.
“그래 그렇지, 2019년, 2020년 그리고 이어진 2021년은 내 삶의 이러한 찬란한 편린이었지.”
이 세개의 성상(星霜)들은 배이 산악회와 함께 하며, 제 인생의 무지개 다리와 같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친 몸 마음을 힐링할 수 있었고. 배이지역 Santa Cruze 산맥의 redwood 숲들, 그리고 God’s mention인 Sierra Nevada를 누비며, “와~, 좋다, 오마이 갓…” 외마디 경탄과 함께 녹아내린 업장.
그리고, 반드시 만나야만 할 인연들, 산우들과 산정을 나누며 해원(解寃)하고.
함께한 산행 시간과 공간에 빼곡히 채워진 추억들을, 그리울 때마다 두고두고 차 한잔 옆에 끼고 펼쳐볼 것 같습니다.
추억의 페이지, 몇 장이 지나갑니다:
-첫 산악회 산행지, El corte Madera 의 redwood 숲. 함께 해주신 두물차님, 솔개/가을님;
-고산증으로 유독 힘겨웠던Mt Conness 등반. 그리고, 뒤늦은 복귀를 반기며 먹거리 준비해 주셨던 보해님, 선단비님;
-오, 나의 Sierra. JMT 구간(Rush creek trailhead – mono pass – mosquito flat trailhead) 홀로 산행;
-Italy pass, Muir pass, Evolution creek/lake, Le Conte Canyon;
-Mt Whitney, Rae Lake Loop, 보해님과 오랜 친분이 있는 Black bear 와 조우, “뽈래뽈래” 안데 스님의 염불;
-Lover’s leap 돌님과의 등반;
-열정으로 가득 찼던 암벽교실;
-인생최고의 설경을 만난, 11/08/2020. LYV 눈에 묶인 날;
-Echo lake snow backpacking;
함께한 산행의 추억들을 펼치기 시작하니, 끝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동부로 이사할지라도, 산우님 들과의 산행활동은 계속 이어 가려고 합니다.
“고맙습니다”란 한마디에 얼마나 그 마음을 실을 수 있을까요? 그래도, “고맙습니다.” 이 인사말이 산우님 모두에게 달려가 손을 맞잡고 두터운마음을 전할 길 바라며,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 초입을 빌어 인사말을 대신합니다.
“시에라에 병이 깁퍼 홍림(紅林: redwood 숲을 칭함)에 누웠더니
시에라 사백마일에 다시 방면을 맡기 바라니
어와, 보은(報恩)이야 갈수록 망극하다
금문교 달려들어 배이 남역 바라보며
하직고 물러나니 산정이 알픠셧다”
동부로 다시 가시는 날짜가 잡혔군요.
우리네 인생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인거 같습니다. 그러힌 만남과 헤어짐의 인연속에 여러 추억들도 많이 쌓게 되구요.
코비드 상황때문이기도 했지만 지촌님이 베이산악회 함께하시는 2년 가까운 시간동안 저도 지촌님과 여러추억을 함께할수 있는 기회들이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누구보다 더 열심히 매사에 적극적으로 하시고 또 주어진 상황속에서 최대한 즐기시는 모습 보기 좋았습니다. 이곳에서의 좋은 추억들 듬뿍 만드셨고 함께 단단히 붙들어 매어 가져 가시길 바랍니다.
인연은 돌고 도는것이라 안녕히 가시라는 말보다 또다시 함께할수 있는 기회들을 기다려 본다는 말로 헤어짐의 아쉬움을 대신합니다.
떠나시기전 곡차한잔 나누며 여러아쉬움을 달래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