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구전 한국 산악인의 포크송 설악가

by 이장 posted May 2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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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설악산의 구전 설악가는 이렇게 만들어 집니다

"설악가" 설악가는 산악인 이정훈 님이 1970년에 만들었다. 외설악 천불동계곡을 오르다 보면 비선대를 거쳐 양폭산장이 나오는데 그곳에서 주등산로인 희운각 - 소청봉 방향의 오른쪽 능선길 대신, 계곡을 직진해서 오르다 보면 설악산의 주봉 대청봉(1,708m)으로 바로 이어지는 거대한 급경사지대와 마주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천불동 계곡길은 끝난다. 그곳은 마치 항아리처럼 움푹 파이고 3면이 막혀있는 거대한 절벽의 골짜기, 바로 그곳이 죽음의 계곡이다, 1969년 2월 초 , 한국산악회 히말라야원정훈련대는 외설악 신흥사에 원정대 본부를 두고, 그곳 죽음의 계곡을 전진기지로 삼아 적설기 훈련을 하던 중 갑자기 대형 눈사태가 덥쳐서, 그곳에 있던 본부대원 10명 전원이 눈에 매몰되는 사고를 당하게 된다. 당시, 대청봉 훈련(공격)조가 훈련을 마치고 임무 교대를 위해 죽음의계곡에 도착했을 때 본부대원들이 보이지 않았고, 비록 그곳에 눈사태의 흔적이 보였지만 본부대원들이 모두 눈새태로 매몰되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당시 대청봉 훈련조 대원이었던 구인모 님의 전언) 하지만, 부근을 수색해 보아도 본부대원들은 보이지 않고 시간이 흐를수록 실날같은 희망, 그들이 혹시 살아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희망은 점 점 사라지고 결국 대청봉훈련팀은 하산하여 사고 신고를 함으로서, 각 신문사의 호외로 전국민에게 전해진다. 이후 대규모 구조대가 편성되어 인근 지역 수색과 함께, 죽음의 계곡의 매몰 예상지역 이곳 저곳을 깊이 깊이 파내려간 끝에 결국 비극의 현장이 하나 하나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정훈 님 (서울 중동고 산악부 출신, 고령산악회 소속) 은 당초 그 원정대에 합류하고 싶었으나 집안 사정으로 합류하지 못했었고, 그동안 함께 산행하며 정깊었던 선배, 동료들을 한꺼번에 떠나보낸 충격과 슬픔 그리고 애도의 심정으로 나날을 보내던 중 이듬해 봄 홀로 설악산을 다시 찾는다. 그리고 그의 발길은 자연스레 천불동계곡으로 접어든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맞이한 천불동 계곡에는 새로운 생명의 물이 콸 콸 흘러내리지만, 저 멀리 능선에는 아직 두터운 눈이 채 녹지않아 굽이져 흰띠를 두르고 있는 가운데, 달빛 고요한 천불동의 저편 죽음의 계곡쪽을 바라보는 순간 그의 마음에는 다시 한번 격정이 끓어오르고, 이때 스쳐지나가는 선율과 가사를 얼른 수첩에 메모하게 된다. ''설악가'는 이렇게 해서 탄생되었다. 이때 우선 1절이 만들어지고 몇달 후 2절이 추가됨으로서 곡이 완성된다. 이 곡은 대학산악부와 전문산악단체의 산악인들을 통해 서서히 구전되어 나갔으며, 오늘날에는 등산애호가 들의 상당수가 즐겨 부르는 산악인들의 포크송이 되어있다. 꼭 등산애호가가 아니더라도, 일반 대중들도 이 노래를 들으면 한결같이 참 아름답다고 이야기 하는 것으로 보아 , 이 노래는 시간이 흐르다 보면 남녀노소가 모두 아끼는 진정한 포크송으로 자리매김 하게 될 것으로 보여진다. 설악산에서 산행중, 어느 산장을 찾아 통나무 식탁에 앉아 이 노래를 부르다 보면 이 노래를 아는 사람은 물론 따라 부르며, 이 노래를 몰라도 진지하게 경청하며 함께 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각자의 배낭 속에 귀하게 간직해 오던 맥주 한캔, 소주한병....을 아낌 없이 꺼내어 나눔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마치 이세상에 제아무리 귀한 것도, 이 순간의 시간만큼 귀하지는 않다는 듯, 서로가 가진 것들을 아낌 없이 내놓고 그렇게 비워진 곳에는 추억을 담아간다.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면, 이것이 바로 설악가의 마법인 것이며, 이떄 어떤이는 이 곡을 들으며 눈시울을 적시기도 한다. 설악산에서 산행을 마치고 떠나면서 이 노래를 부르면 마치 그리운 님을 두고 가듯 다시 한번 설악의 정경을 뒤돌아보게 되고, 마음 속으로 '잘있거라 설악아 내 다시 오리니' 이렇게 이야기 하게 된다. 이 아름다운 곡의 주인공 이정훈 님은 10여년간의 암투병 끝에 2014년 봄 별세하였고, 그를 기억하는 많은 산악인들은 또 한번 눈시울을 적셨다. ( 2015.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