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

by 아남카라 posted Aug 01,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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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주어지는 시간을 알뜰하고 성실하게 사용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며 쓸데없이 허비한 당신을 용서해 드립니다.
나도 그렇게 했으니까요.
함께 사는 이들에게 바쁜 것을 핑계삼아 따뜻한 눈길 한번 주지 못하고,
듣는 일에 소홀하며 건성으로 지나친 당신을 용서해 드립니다.
나도 그렇게 했으니까요.
남에게 줄곳 사랑을 외치면서도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보다는
자신의 유익을 먼저 챙긴 당신을 용서해 드립니다.
나도 그렇게 했으니까요.
내가 어쩌다 도움을 청했을 때 냉정하게 거절한 당신을 용서해 드립니다.
나도 그렇게 했으니까요.
다른 사람에게 남의 흉을 보고 때로는 부풀려서 말하고
사실이 아닌 것을 전달하고 그것도 부족해 계속 못마땅한 눈길을 보낸
당신을 용서해 드립니다.
나도 그렇게 했으니까요.
감사보다는 불평을 더 많이하고 나의 탓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말을 교묘하게
되풀이한 당신을 용서해 드립니다.
나도 그렇게 했으니까요.
사소한 일로 한숨 쉬고 실망하며 밝은 웃음보다는 우울을 전염시킨 당신을 용서해 드립니다.
나도 그렇게 했으니까요.
우리의 모든 날은 용서하기 위해 주어진 시간이고 선물입니다.
죽을만큼 힘들더라도 우리가 누군가를 진심으로 넓고 시원하게
용서하는 그 순간에 우리는 날개가 없어도 천사가 되는 것입니다.
끊임없이  화해하고 용서하는 사랑의 용기를 구하면서...
                        이해인 수녀님 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