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창 달아오르고 있는 "파칭코”라는 드라마 때문에 행복하고도 괴로운 분들이 계실 겁니다.
우리의 과거의 이야기를 세밀하고도 현실감 있게 다룬 미국 드라마를 보는 쏠쏠한 재미가 그 행복일 것이고 지금 7회까지 나온 드라마가 한 주에 하나씩 나오는 바람에 매주 한 회씩 기다려서 봐야 하는 게 그 괴로움일 것입니다.
이 드라마의 재미는 주인공들인 한수와 선자의 애틋하지만 처절한 사랑 이야기의 전개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이 드라마가 갖는 반향은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혹은 아버지 어머니들이 일제 강점기에 어떻게 살았는지, 부모세대 뿐만 아니라 그 자녀들이 재일동포로 살아가면서 받는 차별과 갈등이 얼마나 심한지, 그들의 역사적 과오에 대해 아직도 인정하지 않는 일본인들이 얼마나 비정직하고 비굴한지 등의 내용들을 우리 한국인들뿐만 아니라 외국인 시청자들이 공감을 하며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한국인들한테는 이 드라마를 통해 그들의 정체성에 대해 다시 한번 제대로 느껴 보는 계기를 준다는 게 큰 의미일 것입니다.
이 드라마를 계기로 3년전부터 읽기로 했다가 미뤄뒀던 영어 원작 소설을 2주전부터 짬짬이 읽기 시작해서 지금은 50%까지 읽었는데, 지난주말까지 나온 드라마 7회 분은 아직 그 원작의 50% 얘기를 다 카버하지 못하고 있는 거로 보아 드라마는 못 해도 10회 이상은 갈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특별히, 책을 읽으며 놀랍게 느끼는 것은 영어로 쓰여진 원작 소설이 우리의 역사와 정서를 한국어 보다 더 절절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영어, 불어, 독어, 포르투칼어 등, 10여개 외국어로 더빙을 입혀 제작된 이 애플 TV의 드라마를 보면서, 원어 한국어로도 볼 때도 실감이 나지만 영어 더빙으로 볼 때가 차라리 밑에 깔린 정서들을 더 잘 전달이 될 수도 있다는 것도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그만큼 드라마를 정성을 기울여 만들었다는 거겠죠. 스토리 전개에 있어서는 각색을 많이 하여 원작과는 조금 다른 부분도 없지 않지만 큰 틀에서 거의 같다고 보면 됩니다.
소설의 작가, 이민진 작가가 하버드에서 3년 전에 강연할 때 한국인의 정체성을 아주 간결하고 압축적인 말로 표현을 잘 해내는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한(恨)”, “정(情)”, “흥(興)” 같은 개념은 우리가 이미 익숙한 개념들이지만, 이런 정서를 바탕으로 한국인들이 이제 세계 지도자적 위치에 서 있다는 것과 한국의 위상이 선진국으로서 얼마나 빨리 발전했는지를 알리면서 그것은 우리만이 갖는 유별난 교육의 힘일 뿐만 아니라 노래나 춤에 유별나게 감각이 발달한 이유라는 것으로 연결 시키는 것은 그의 탁월한 안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재미교포로서 미국에서 태어나 죽 자랐던 작가가 어머니 나라인 한국을 진짜 한국인보다 더 잘 파악하고 심플한 언어로 전달하는 그 힘에 존경과 찬사가 절로 느낍니다. 이 분이 얼마나 정성과 노력을 들여 한국을 탐구하고 있는가를 알수 있고요.
관심있는 분들을 위해 “Peachy”라는 유튜버가 이 강연을 잘 압축해서 정리해서 보여 주는 동영상을 공유합니다. 링크: https://youtu.be/0aVdbVe60U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