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락객, 등반객, 산악인
요사이 이 단어들이 우리 사이트를 달구고 있습니다.
이 단어와 더불어 생각나는 친구 하나가 있습니다.
제게 산악인 등반객 행락객의 차이를 알려 주고 그 외 여러 가르침(?)을 준 친구이죠.
같이 북한산, 수락산을 다니며 그 친구가 정의한 행락객, 등반객, 산악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 행락객: 산에 가되 정상에 오르지 않고 유흥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 주로 계곡에서 음식을 먹으며 고스톱을 즐긴다.
- 등반객: 산 정상까지 오르고 내려 온다. 먹는 것은 내려와 식당을 찾는다.
- 산악인: 산에서 1박 이상을 한다. 먹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여기 식으로 표현하면, tourist, hiker, backpacker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진정한 산의 즐거움을 모르는 20대의 우리는 행락객이 되기로 하였습니다.
수락산 계곡에서 구워 먹은 삼겹살이 지금도 생각나네요.
이 친구는 잘 생기고 키 크고 유머러스해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습니다.
머리를 기르고 다닐 때는 만화 캔디캔디의 테리우스가 현실로 튀어 나온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연애 경험이 많은 이 친구에게 제가 한참 여자 친구 문제로 고민할 때 조언을 구했습니다.
그 녀석의 대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꽃은 꺾지 말고, 꺾은 꽃은 버리지 말고, 버린 꽃은 뒤 돌아 보지 말라고 내가 늘 얘기하였는데, 일을 이렇게 꼬아 버렸냐?"
그래도 해결책을 물어 보니 자기 경험에는 이런 경우 장문의 편지가 도움이 되니 한 번 써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길게 쓰면 정성이 보인다고.
얼마나 쓰면 좋겠냐고 물으니 자기는 한 다섯 페이지를 썼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그 녀석은 그 편지 보낸 여자 친구와는 헤어졌습니다.
그 정도 정성으로는 안 되는 것 같아 저는 다섯 받고 더해 A4 열장에 앞 뒤로 적어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 여자 친구는 지금 옆에서 저녁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친구는 또 개를 좋아했는데 키우는 개 두 마리의 이름이 "두환"이와 "태우"였습니다.
가끔 기분 안 좋으면 한번씩 사랑의 발길질을 하곤 하였습니다.
개를 사랑하시는 분들께 죄송합니다.
개에 대한 80년대 한국 감수성은 요새와 좀 많이 달랐습니다.
저도 답답할 때 그 개XX들의 이름을 크게 외쳐 부르면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 멋진 친구도 지금은 배 나온 아저씨가 되었지만
만나면 여전히 산에 갑니다.
이제는 행락객은 아니고 등반객으로 좀 성숙해졌습니다.
행락객이라는 단어로 오랜만에 그 자식 생각이 났습니다.
주말에 전화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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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4 열장에 앞 뒤로 적은 편지에는 뭐라고 썼어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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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요?
한 수 배우시게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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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죄를 지었길래 열장의 편지를...?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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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게 궁금.
한국 살 땐 산을 거의 안 다녀서 행락객은 뉴스에나 나오는 말인 줄 알았어요.
베산 산행 점심에 포도 음료와 보리 음료가 종종 나오던데 우리들은 행락객인가요 등산객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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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지 별로 궁금하지 않고 배 나온 테리우스는 쬐끔 궁금하네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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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드립니다. 예상하지 않은 것들을 궁긍해 하시네요. ㅎㅎ
- 편지 작성 사유: 안 만나 주고 전화도 안 받으니 그 방법 밖에서 없어서
- 편지 내용: privacy라 공개 못하지만 이 문장으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to be continued"
- 베산인의 정체성은 산악인을 지향하는 그러나 때로는 행락객의 여유도 즐길 줄 아는 excursionist가 아닐까 싶습니다.
- 배 나온 테리우스는 더 테리우스 같은 아들 키우고 잘 살고 있습니다.
fab님의 알랭드롱 비유는 과분합니다.
그 배우는 눈빛이 정말 강렬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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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커뮤니티 (Community) 라는 단어를 좋아합니다.
Community, Communication, Communisum ( 헐~ 종북 좌빨이 ? ㅎ)
Com-mu 란 접두어가 "같이한다" 또는 "공동" 이란 의미를 함축하는거 같네요.
제가 해석하는 커뮤니티 (Community) 는 각자 개개인의 다른 개성, 가치관, 생각, 연령이지만 사람들이 어떤 취미나 관심사를 통해서도 함께할수 있는 공동체 또는 소통공간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회원들의 이야기" 라는 커뮤니티 게시판을 좋아하고 가끔 시덥잖은 글도 올립니다.
산악회 글이나 댓글들에서도 가끔씩 엿볼수 있고 앞으로 산익회의 르네상스를 이끌어갈 항상 개성이 충만한 쉰세대 들의 한명인 YC 님의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쉰세대: 신세대 아님, 이제 50줄에 접어든 쉰(오십) 세대 ㅎ)
저도 제나름데로 행락객, 등반객, 산악인 에 대한 정의를 내려봅니다.
허얼~, 근데 겨우 이거할려고 커뮤니티가 어쩌고 저쩌고 무슨 사설이 그리 길은겨???
- 행락객: 인생의 가장 보편적이고 절대 가치인 행복(행) 과 즐거움(락) 을 추구하는 무리들로서 가장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를 가진 집단. 등산이라는 체력적인 면까지 투자하며 행과 락을 추구함에 있어 적당한 발효음료의 섭취는 권장 사항이며 간혹 소비하는 열량보다 섭취하는 열량이 몇배 많은 경우라도 지고지순의 가치인 행과 락을 위함이라면 별로 개의치 않는 강한 정신력을 가진 집단. 또한 정상은 거기서 살것도 아니고 어차피 내려올거 꼭 밟지 않아도 된다는 자연 친화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가진 집단.
- 등반객: 오를 (등) 에 반 (반) 의 뜻을 가진 그야말로 정상에 오르도록 노력하되 오를수 있어면 좋고 못올라도 그만이라 생각하는 집단. 이집단의 특이 사항은 정상에 오르면 내려와 꼭 보상의 의미로 좋은거 먹고 기념 사진도 SNS 에 마구 남겨야하고 무진장 팍팍 티를 내는 성향을 보임
- 산악인 : 산을 악을 쓰고 자주찾는걸로 행과 락을 찿는 행락객의 변종. 다만 일부 진정한 산악인은 행락객들과의 소통과 가치도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아니하며 산과 인간 모두에게 친화적인 성향을 보임
- 산악 호소인: 편의따라 기분따라 산악인도 아니면서 산악인 행세하며 행락객과 산악인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개인또는 집단. 특징적인 면은 행락객의 성향을 가지고서 산악인의 피를 가졌다 주장하며 저질체력으로 산악인의 언저리는 얼씬도 못합니다. * 참고로 저는 산악 호소인 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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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쭙잖은 제 글에 훌륭한 해석을 달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산악호소인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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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락객, etc. 정의도 재밌지만, 무엇보다 이제 한국어를 넘어 영어까지도, 소리나는데로 자유롭게 표현하시는 보해님, Respect!!
커뮤니점, 캐피탈리점, 레이시점, 큐비점,, 보해님 목소리가 덜리는 듯. ㅋㅋ -
피터님이 저를 너무 과대평가 하시는듯.
피터님 댓글보고 오히려 내가 무신말인지 싶어 내가 쓴걸보니 communism 을 sum 으로 잘못썼네요.
아마 communisum (종북 좌빨이? ㅎ) 로 쓴걸 일부러 소리난걸로 쓴걸로 포장해 주셨네요.
재미있는건 다른한분도 아주 아주 조심스럽게 한글 맞춤법 틀린거 알려주셨는데 피터님 댓글보고. 다시보니 아마 스펠링 틀린걸 알려줄려니 조심스러워 아무도 신경안쓸 한글 맞춤법 통해 알려주시려 한거 아닐까 생각드네요
솔직히 생각도 안하고 쓰다보니 오타낸거고 다시보니 스펠링틀린거 보이네요
알고보면 저도 단순 무식합니다. ㅋㅋ
하여튼 좋게 포장해 주셔서 감사..
언제 시간되시면 사라토가 다운타운에 맛있는 식당들 많어니 부근 산행하시면 언제든 덜러 제이름 대시고 식사하시면 됩니다
단, 개산은 직접 하시구요.^^
그리고 참고로 나도 전국의 신소장파를 이끄는 전국구 보스라 가능하면 글쓸땐 사투리대신 포준말 할려고 무진장 노력한다는건 알아주시길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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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그정도로 사려깊은 사람 아닌뎅,, 전 진짜 보해님 의도인줄 알고 빵터졌었잖아요,,ㅋㅋ
암튼 보해님 표준어 노력 응원합니데이~ 전 사투리도 좋지만^^
근데, 보해님, 요즘 파랑새님과 자주 교제하시더니, 파랑새님 영향을 받으신듯.
사라토가 다운타운에 가면 댈 이름이 하나 더 생겼네요.
왜 대야 하넌지는 아직도 의문이지만서도,,,ㅎㅎ
행락객이라는 끄나풀로 인생사를 끄집어내는 필력이 아주 훌륭하십니다. 십당오락의 본능적 발현이 클라이맥스를 이루는 문맥에서 터닝포인트의 드라마틱함과 숫컷으로서의 성취 내지는 정복의 쾌감을 대리만족을 느꼈습니다. 승자의 여유가 느껴지는 문미에서 행락객은 마치 영화 태양은 가득히 마지막 장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무 것도 모르는 알랑들롱의 묘한 표정을 연상케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