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뭘까 했습니다.
유치한 악어 인형과 구태의연한 모양의 별.
그리고 그 둘을 대충 묶은 실.
아내가 동부에서 미술을 공부하는 아들이 설치 미술 수업 중 과제로 제출한 것이랍니다.
그럭저럭 재주가 있는 줄로 알고 있었는데
성의가 없어 보이기까지 한 작품 수준에 다소 실망을 하였습니다.
저와 달리 예민하고 섬세한 성격을 가진 아들은 잘 커 주었지만,
자신의 미래에 대한 꿈은 없어 보여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다 미술에 대한 재능은 좀 있어 보였지만 열정이 없는 상태로,
작년에 동부에 있는 학교로 가게 되었습니다.
학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적응이 어려울까 걱정하던 차였습니다.
그러던 중 보게 된 아들의 대충한 듯한 과제물은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인가 하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주제가 뭐냐고 아내에게 물어보니 다음과 같은 작품 설명을 보여 주었습니다.
A Bunk Bed
(Plaster, Wire, Rope, Acrylic Paints)
I remember the days when I shared a bunk bed with my older brother when I was young.
The ladder represents the bed.
His room's wallpaper was full of silly animals, and the crocodile was one of them.
I used to use the second floor and put luminous star stickers on the ceiling.
By connecting the two objects with the ladder,
I express that me and my brother are connected.
I wanted to remind myself that the country where we live is different,
but it is a special relationship that we shared the most when we were children.
그제야 이 과제물이 나타내고자 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마음이 따듯해졌습니다.
제 두 아들은 어렸을 때 이층침대를 사용했습니다.
집이 좁기도 했지만 어린 두 형제가 같이 잠자리에 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으로 마련했지요.
그 때 Ikea에서 커다란 악어 인형을 구해 침대에 넣어 주고
형광 별이 그려진 도배지로 천장을 마무리하였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둘이서 침대의 connection, "사다리"를 오르내리며 악어 인형을 던지며, 노는지 싸우는지 했었습니다.
그 별과 악어는 원래도 아이들 물건답게 유치하였고,
과제는 Childhood라는 주제에 맞게 일부러 대상을 투박하고 유치하게 표현된 것이었습니다.
큰 아들은 한국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군 복무 중 작은 아들과 같이 미국으로 저희 가족이 이주하며 홀로 남게 되었지요.
두 아들은 이층침대에서 복작거리며 같이 크다
성인이 되어 몇 년 째 떨어져 살게 되었습니다.
오늘 아침 작은 아들이 방학을 맞아 집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공항으로 데리러 나서면서, 저녁에 마음이 따듯한 작은 아들과 밥을 먹으며
자기 앞가림 잘하며 살고 있는 큰 아들과 간만에 영상 통화해야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
저녁 이후,
단란한 가족에 대한 환상은 깨졌습니다.
작은 아들은 온 지 몇 시간 만에 집 안 곳곳을 어지르며 게임을 시작했고,
큰 아들은 여친 만난다고 영상 통화를 거절하는군요.
정기산행에 갔어야 하나...
-
-
단딘한 가족을 꿈꾸면서도 어쩔 수 없이 겪어야하는 가족의 디아스포라(Diaspora)와 자식을 키우면서 누구나 겪는, 기대와 실망 사이를 교차하는 자잘한 파도, 그리고 가장의 역할과 레저 생활인 동호회의 역할 사이에 끼인 한 남자가 느끼는 야릇한 희비를 느끼게 합니다. 그 속에서도 작은 아들의 잠재력을 알아볼 줄 아는 아버지의 명민한 감수성도 옅보입니다. 응원합니다.
-
창공님 해석이 더 걸작이십니다!
-
하하하.. 재미있는 글입니다. 아빠의 사랑이 넘쳐나고요. 역시 자식에 대한 내리사랑은 다 똑같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작은 아드님은 깨끗한 심성을 지닌 가능성이 풍부한 젊은이로 컸군요.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것을 그대로 하게 두세요. ‘집 안 곳곳을 어지르며 게임을 시작했고..’ 이렇게 하면서 창조성이 향상되는 것 아닐까요? 특히 미국사회에서는 말입니다.
-
YC님도 아들만 둘이군요.
어제 산행중 어느 회원님이 딸만 둘이라 해서 참이쁘고 좋겠다 했더만 가끔은 엄마말 안듣고 제멋데로 해서 속상한 경우도 많다 하길래 바로 생각난게 그러면 딸아들 한명정도 1대1 맞교환 제인해볼까 생각 들었습니다. 정 협상이 어려우면 교환시 몇백불정도 제가 얹어 드리는거도 협상카드에 고려할수 있을거 같기도 하고.
맞습니다.
차라리 정기산행을 오시셔 걷는게 좋을뻔 했습니다.ㅎ
지난해 결혼전까지는 바쁘다며 콧배기도 볼수없었고 대학땐 전공하던 전자공학에서 지가 좋아하는걸 찿았다며 과를 바꿔 1년을 더 금전적 데미지를 입히고 노가다의 길로 들어선 큰아들놈이 갑자기 세상이치를 통달한 사이비종교 교주마냥 옆지기를 대동해 요즘 아빠가 불쌍한 독거노인이라고 나의 방문 허락도 없이 내방하여 보살핌과 가르침을 설파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신경도 쓰이고 성가십니다. 자유로운 영혼을 위해 하늘이 주신 이 절호의 기회를 활용해 좀 돌아댕기고 캠핑 백팩킹도 가야되는데 ㅠㅠ
근데 딸들보면 부럽고 웃돈이라도 얹어줘 교환욕심 드는 나에게 서열1위이고 면도날이라 불리는 우리집 보스는 저에게 제발 아들들 반만이라도 따라하도록 노력해봐라 하는 멘트를 심심하면 날리네요. 나이들고 서럽습니다.저는 요즘 제인생을 위해 진정한 저의 독립을 꿈꿔봅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YC 님의 깊은 속마음이 느껴집니다
-
딸들도 만만치 않어유, 보해님. 매일매일이 드라마랍니다.ㅠㅠ
주중에 너덜너덜해진 내 영혼, 주말에 산에서 수리하고 돌아옵니다.
네, 맞습니다. YC님은 정기산행에 나오셔야 했습니다. ㅎㅎ
-
투표
1번 : 동부에서 학업중 모처럼 부모님을 방문한 아들이 애뜻해 저녁 식사후 아들들과 영상 통화등 오붓한 시간을 가진다.
2번 : 영상통화니 오붓한 시간등은 씨잘데기 없는 사치이고 아들을 데리고 정기산행 나와 아들놈은 걷던말든 내팽겨두고 내가 즐거운 시간을 가진다. 강하게 (??) 키운다
난 당연히 2번이 정답이라 보고 2번에 투표합니다
-
1번
-
마지막 현실감 100% 공감되는 구절에서 웃음이~~^^
작은아들 데리고 정기산행에 오셨어야 했습니다 ^^
-
낭만이 현실과 만나면 마음에 남는게 몇가지 있죠.... 후회, 서글픔, 낭패감, 때로는 비참함과 치밀어 오르는 부아~~~. 그럴 때 명약은 도피와 잠입니다. 그런 면에서 산행은 언제나 행복입니다.... 우리 넘들도 이번 주에 우르르 들이닥칠텐데,,,,, 다가오는 현실을 내 어이 견뎌낼른지... 이게 남의 일이 아니어라.... 그런데 악어와 별 같은 레디메이드 소재가 생활 속에서 예술이 되니 뒤샹은 피카소보다 위대합니다.
-
?
월요 아침 저 포함 위로가 필요한 분들에게 ..
이번 한주도 모다 힘내시요~^^
인권이형 노래
-
격려 위로 동감의 말씀과 음악 감사합니다.
저희 부모님은 저 키우시면서 더 파란만장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나저나 작은 아들은 지금 피아노를 미친듯이 치고 있는데 실력이 늘어 놀랐습니다.
아내에게 무슨 영문인지 물어보니 사랑의 힘이라는데,,,
잘 크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사랑의 힘과 함께
시랑의 기술도 필요 하지 않았을까 생각 들어요
나는 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갸들은 아닐수도 있었겠구나....
그래도 애써 줘서 감사하다고 한마디 해주면
부족한 아빠가 그저 고맙고 감사 합니다.
늙으면 애가 되는것 맞는말 같습니다
-
<창칼 14> 짜라퉁은 다시 이렇게 웃겼다
<창칼 14> 짜라퉁은 다시 이렇게 웃겼다 <부제>: 꼰대에서 '초인'으로 꼰대마을 광장에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모여 있었다. 짜라퉁(Zarathung) 도사가 140년 만의 긴 침묵을 깨고 노고도(No-godot) 산에서 하산을 했다. 이전에도 홀연히 세상에 등장하여 3년 간... -
누굴 진짜 꼰대로 아나??
누굴 진짜 꼰대로 아나 창공님이 올리신글 “나도 꼰대라고?” 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흔히들 꼰대라고 지칭하는 기준은 Who: 내가 누군지 알아 When: 나때는 말이야 Where: 어디서 감히 What: 내가 무엇을 Why: 내가 그걸왜 ? How: 어떻게 감히 라는 논리구조... -
<창칼 11> 자물쇠와 어머니
<창칼 11> 자물쇠와 어머니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지난 주에 향년 90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셨다. 아버지의 작고 후 1년 반 만이다. 장남으로서 부모님을 곁에서 모시지 못하는 죄스러움으로 지난 20여년 동안 한 해도 빠지지 않고 휴가때마다 부모님을 찾아... -
<창칼 10> 한국어 신화 깨기
<창칼 10> 한국어 신화 깨기 최근에 여기 <회원들 이야기> 코너에 올린 나의 글들을 재미 삼아 Google 번역기로 영어 번역을 시켜 본 적이 있다. 문단을 복사하고 붙이기를 했을 때 번개보다 더 빠른 속도로 번역이 이루어졌다. 계산기 같은 속도에 입을 다물... -
<창칼 9> 본능과 진화 사이에서
<창칼 9> 본능과 진화 사이에서 (부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의식의 무거움) 아주, 아주 오랜만에 딸, 빛난별을 데리고 동사님 주간 Huddart 공원 토요 산행을 참가했다. 멀지만 산악회 바자회를 한다는데 빠질 수 없잖는가. 빛난별이 중학교, 고등학... -
<창칼 6> 개고생 vs. 꿀고생
(한국행을 마치고 귀국을 하는 비행기 안에서 끄적거려 본 글을 공유해 봅니다.) <창칼 6> 개고생 vs. 꿀고생 행복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끄는 주제도 많지 않을 것이다. 누구는 사는 목적이 행복이라고 하고 누구는 행복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고도 한... -
<창칼 5> 개구리가 거기서 왜 튀어나와 ?!!
(서언: 고국길에 피치 못할 사정으로 방에 갇혀 있는 데다 밖엔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홈피를 뒤적이다가 글 하나를 끄적여 봤습니다. 이번에도 재미없음 과감히 패스해 주세요!!) <창칼 5> 개구리가 거기서 왜 튀어나와?!! 이전에 몇 개의 주제로 글을 끄... -
<창칼 4> 몰입 과학과 평범한 슈퍼휴먼 (통달- PART II)
경고: <몰입>에 대한 주제에 대해 최대한 짧게 쓴다는 게, 나름의 체계적 설명을 시도하다 보니 글이 좀 길어져 버렸습니다. 긴 글이 부담인 분들은 패스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내용 중에 불편을 느끼는 부분들도 있을 수 있으니 그때는 언제든지 읽기를 ... -
<창칼 2> 통달의 평범성 (Part I)
<창칼 2> 통달의 평범성 (1 부) 20세기 최고의 천재라고 알려진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의 원리로 세상에 알려지기 전까지는 아주 평범한 인물이었다고 한다. 어렸을 때는 모국어 습득이 너무나 더뎌서 부모님들이 심히 우려를 하였고,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성적... -
악어와 별
이게 뭘까 했습니다. 유치한 악어 인형과 구태의연한 모양의 별. 그리고 그 둘을 대충 묶은 실. 아내가 동부에서 미술을 공부하는 아들이 설치 미술 수업 중 과제로 제출한 것이랍니다. 그럭저럭 재주가 있는 줄로 알고 있었는데 성의가 없어 보이기까지 한 작... -
행락객
행락객, 등반객, 산악인 요사이 이 단어들이 우리 사이트를 달구고 있습니다. 이 단어와 더불어 생각나는 친구 하나가 있습니다. 제게 산악인 등반객 행락객의 차이를 알려 주고 그 외 여러 가르침(?)을 준 친구이죠. 같이 북한산, 수락산을 다니며 그 친구가 ... -
얼마전 결혼한 아들놈에게..
얼마전 결혼한 아들놈에게.. 수빈아, 한참 지금 깨가 쏫아질때이겠구나. 깨 볶는 냄새가 여기까지 밀려온다. 지난 10월 결혼한 너의 사랑하는 와이프가 요즘 아빠 혼자 지낸다고 크리스마스때 너희둘 올라와 연말까지 함께하고 가겠다고 전화 왔더구나. 지난 ... -
베이백수련합 (One Hundred Water Organization) 탈퇴를 앞두고 ..
Withdrawal from One Hundred Water Organization 百水聯合 脫退 宣言書 昨年末 我는 百水의 恒久如一한 自由發展을 爲하야 百水人임과 베이百水聯合의 創設과 我의 百水聯合의 領導者임을 宣言했노라. 此는 天의 明命이며 時代의 大勢이며 全人類 共存同生權... -
No Image
매일 한줄 감사 일기를 써 봅시다
작년 땡스기빙때 매일 한줄씩 감사 일기를 써보자고 아이들과 결심을 했었습니다 큰거 감사할것 말고 아주 사소한것 찾아서 감사일기 써보자 저도 매일 매일 한줄씩 감사 일기를 썻지만 빠진날이 많습니다 막내 삼돌이가 그런대로 꾸준히 감사일기를 썼습니다.... -
지촌님 글모음 (5)
바람, 꽃, 빙하 그리고 그 자연을 닮은 사람들 기자명 이병로 미국 주재기자 입력 2022.08.05 08:00 댓글 0 바로가기 복사하기 본문 글씨 줄이기 본문 글씨 키우기 SNS 기사보내기 페이스북(으)로 기사보내기 트위터(으)로 기사보내기 카카오스토리(으)로 기사... -
No Image
EB님 장가 갑니다.
Triple Crown이지만 아직은 준회원이신 EB님께서 6월 25일에 장가 갑니다. 참석하실 분들이 계셔서 아래와 같이 알립니다. 1. 일시 : 6월 25일 오후 4시 (Bar 3:30 Open) 2. 주소 : 201 Barcelona Street, Vallejo 오랜만에 맞는 결혼식이니 시간되시는 분들의... -
No Image
FAB/ 지촌 함께 쓴 요세미티 연가
지촌님이 미국 주재기자로 일하시는 "사람과 산" 잡지의 지난 12월호에 게재한 요세미티 산행기를 올립니다. 인터넷 판에는 올라오지 않아서 전문을 올리는 대신 PDF 판을 링크로 걸었습니다. 졸고지만 즐감하세요. (152-159)이병로백패킹-요세미티 국립공원 (... -
지촌님 글모음 4
화백의 붓끝이 그려낸 달 항아리 기자명 이병로 미국 주재기자 입력 2021.09.20 08:00 수정 2021.11.01 21: 이병로의 백패킹 연가 _ 시에라 네바다中 화백의 붓끝이 그려낸 달 항아리 세실과 나눈 이심전심(以心傳心). 말이나 글이 아니라, 세실이 전해주는 마... -
지촌님 글모음 2
원문 링크 http://www.sansa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666 이병로의 백패킹 연가 _ 그레이트 샌드 듄즈 국립공원 모래바람이 부르는 밤의 노래 글 사진 · 이병로 미국 주재기자 빼어난 풍경을 자랑하는 록키 마운틴 국립공원(Rocky Mountain Nati... -
지촌님 글 모음 1
올 초에 워싱턴 DC로 이주하신 지촌님께서 "사람과 산" 잡지의 미주 주재기자로 활동을 하고 계시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본 잡지에 기고하신 글들이 몇편 보여서 시리즈로 올립니다. 심심풀이로 보시기 아주 좋을꺼 같습니다. 원문 링크 : http://www.sansan.c...
유치한 형광별과 악어에 속깊은 아버지의 사랑이 묻어나는 글입니다.
멀리서 찾아온 아들들이 아버지의 사랑을 기억하고 있군요.
아버지는 위대한 이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