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칼 34> 평소에 근테크를 얼마나 하시나요?
노화를 늦추는 방법에 요즘처럼 관심이 많았던 적이 있었나 싶다. 그만큼 방송, 신문, 유툽, 출판물 등에서 노화 예방에 대한 정보들이 넘쳐난다. 모든 게 과하면 독이라고 이럴 때일 수록 가장 중요한 정보에 집중하는 게 유리하다.
이런 맥락에서 안정된 노후 생활뿐만 아니라 노화 예방 차원에서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것으로 금테크보다 근테크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노후 생활에서 근육을 길러 두는 게 웬만한 돈의 보유보다도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단적으로 근육이 없으면 몸이 급속도로 나빠져서 많은 노후 병들이 일찍 찾아오고, 또 생각보다 일찍 요양 시설에 들어가야 한다. 거기에 드는 경비는 20억원을 들여도 10년도 못 버틸 정도로 돈이 바가지 새듯 새어나간다. 차라리, 근육을 키워서 시설에 안 가고 20억원을 아끼는 게 더 큰 이득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노화 전문의 정희원 교수에 따르면, 요즘 젊은 세대들은 나이 든 사람들보다 더 빨리 늙어가는 최초의 세대들이 될 거라고 전망한다. 과도한 휴대폰 사용,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 가공 식품의 과다 섭취, 운동 부족 등이 겹쳐, 노화가 가속도로 빨리 진행된다고 한다. 숫자 나이보다 생물학적 나이가 많은 것이 ‘가속 노화’인데, 정 교수에 따른면 현대인 대부분이 ‘가속 노화’에 빠져 있다고 진단하면서 나이는 젊지만 정작 몸과 마음은 노쇠한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가속 노화”와 ‘감속 노화”는 개인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몸에 있는 노화 시계는 사람마다 다르게 흘러가기 때문인데, 같은 1초라도 누군가의 노화 시계는 2초씩 빠르게 (=가속 노화), 혹은 0.5초씩 느리게 (=감속 노화) 흘러갈 수도 있다는 뜻이다. 가속 노화가 쌓이면 마흔 살에도 60세의 몸을 가질 수 있고 반대로 60대라도 40대의 몸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이를 결정하는 인자들이 평소에 먹고, 움직이고, 마시고, 즐기고, 쉬는 것들이지만 무엇보다도 노화 속도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이 또 근육의 양과 질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여러 보건과 의학 전문가들의 주장이 잘 나이 들기의 기술, 즉 감속 노화의 기술로서 근육 지키기가 가장 우선 순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근육은 움직이고 힘을 쓰는 운동 근육과 바른 신체 자세를 유지하는 골결근 (Skeletal Muscle), 두 종류가 있어서 움직임과 신체 보호에 절대적인 기능을 한다. 하지만 이외에도, 관절 보호, 각종 장기의 대사 작용, 체온 조절 기능, 혈당 조절, 혈액 순환 기능, 면역 기능, 호르몬 조절 등을 효율적으로 하는 기능도 근육의 절대적인 기능이다. 거꾸로 얘기하자면, 근육이 빈약하다면 앞에서 열거한 모든 문제들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고 최악의 경우는 치명적으로 생명을 단축시킨다. 한마디로 근육은 ‘내분비 장기’로서 몸의 거의 모든 기능과 대사에 관여하므로 중요 장기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평소에 근육 관리를 안 했을 때 60대 이후에 가장 사람을 난처하게 하는 것이 근감소증이다. 이것은 그야말로 쓰나미처럼 다가오는 막을 수 없는 현상이다. 근육이 줄면 앞에서 지적한 다른 신체 기능들이 같이 망가져 가게 되니, 근육을 지키고 관리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하게 된다. 그런데, 생각 외로 많은 사람들은 이에 대한 인식이 약해 근육 관리에 제대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이렇게 중요한 근육을 살리고 유지하는 방법에 관해, 미국 최고의 전문가이자 근육중심 의학 (Muscle-centric Medicine)을 주장하는 가블리엘 라이언(Dr. Garbrielle Lyon) 박사와 단백질만 평생 연구한 돈 레이먼(Don Layman) 박사가 책과 미디어에서 설파하는 요점을 간단히 정리해 본다.
1) 라이언 박사는 운동 근육과 골격근은 거대한 장기이며 특별히 내분비 장기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근육을 쓸 때마다 ‘마이오카인(Myokine)’이라는 호르몬 물질이 나오는데 이는 뇌세포 재생, 혈관 재생, 뼈의 강화, 면역 증강 등의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특별히, 마이오카인은 혈관에 돌아다니는 염증을 낮추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2) 근육중심 의학의 관점에서 보면, 인슐린 저항이나 당뇨 같은 대사 질환의 시작은 당을 1차적으로 제거하는 건강한 근육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건강한 근육이 많으면 혈당 관리가 잘 돼서 당뇨병을 예방하고 심지어 혈류를 잘 흐르게 해서 심혈관 질환도 예방을 하는 막대한 기능을 갖는다. 그만큼 근육은 대사 질환의 1차 책임을 지고 있을 정도로 몸의 건강에 막중하게 중요하다.
3) 다이어트 한다고 몸의 지방을 뺄 것이 아니라 근육을 기르는데 집중해야 한다. 즉, 다이어트를 위해 칼로리를 줄이면 살만 빠지는 게 아니라 근육도 같이 빠지기 때문에 종국에는 건강에 치명적인 해를 끼친다.
4) 건강하게 나이를 들기 위해서는 근육 보존을 위해 충분한 단백질 섭취가 필수다. 이중 50%이상은 동물성 단백질이아야 한다. 식물성 단백질만 가지고는 중요 9개의 아미노산을 충분히 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 동물성 고기가 염증이나 비만을 일으킨다는 것은 완전히 잘못 알려진 신화이다. 오히려 동물성 단백질을 통해 길러진 근육을 통해 염증을 줄이고 비만 문제도 해결한다.) 만약, 채식주의자라면 반드시 단백질 보충제를 통해 충분한 단백질을 보충해 줘야 한다. (Dr. Lyon; Dr. Layman, 아래 댓글 참조)
5) 요즘에 미국인들한테 권장되는 하루 평균 단백질 섭취량은 미정부 USDA 가이드라인 기준, 1kg 당 0.8그람 (예, 성인 70 Kg인 사람은 56그람)이다. 이는 질병 예방을 위한 최소한 양에 불과하다. 원활한 신진대사와 근육을 보다 잘 유지하기 위해 평균 체중 1kg당 1.2에서 1.5그람까지 늘릴 필요가 있다 (예, 체중 70kg > 85그람 ~ 100그람). 특히, 식욕이 떨어지는 노인들의 단백질 섭취가 절대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나이들 수록 단백질 섭취를 늘려야 한다. (Dr. Lyon; Dr. Layman, 아래 참조)
6) 긴 공복 후의 처음 식사때 (주로 아침 식사때) 40그람에서 50그람의 충분한 단백질을 먹는 것이 중요하다. 즉, 첫 식사 때는 탄수화물을 낮추고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는 이유로, 단백질은 포만감을 주고 인슐린 올리는 걸 방지하는 장점도 있고 긴 공복 후 근육이 파괴되는 걸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의: 특히, 한식을 하는 한국인들은 아침에 충분한 단백질을 못 먹고 있다.) 하루 섭취 목표량이 100그람이라면 아침, 점심, 저녁을 50g, 25g, 25g으로 나눠서 섭취할 것을 권한다.
7) 노년에 근육이 부족하면 쉽게 넘어지고 또 쉽게 고관절 골절을 입는데, 이는 짧은 시간 내로 사망하는 지름길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낙상에 의한 뼈 골절로 사망하는 연평균 수가 30만이라고 하는데 이는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하는 숫자와 같다.
8) 나이들어서 건강한 근육을 유지하기 위해 저항 운동을 꾸준하게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근육을 크게 늘리지 않는 유산소 운동만으로는 절대 부족하다. 근육 중에서도 장딴지 근육 같이 면적이 큰 근육들을 집중 늘려주는 게 큰 도움이 된다. 50세 이상인 사람들은 가능하면 2일에 한 번은 꼭 근육을 위한 저항 운동을 한다. (이상적으로는 매일 하되, 상체 반, 하체 반으로 나눠서 이틀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최소 30분 쯤 하면 좋다.)
결론적으로, 근육이 생명 유지에 차지하는 역할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고 중요하다. 60대 이후에 급격한 근감소를 막기 위해서 50대부터 충분한 단백질을 매일 잘 섭취하고 꾸준한 저항 운동을 해서 근육을 강화 해야 한다. 근육이 잘 작동하는 사람이 신진대사 효율도 좋고, 장기도 건강하며 면역력도 향상된다. 더 나아가 몸의 염증을 낮추고 인지 저하와 치매를 예방하는 것까지도 근육이 하기에 근육 생성과 유지에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
이제 근육중심의 보건 파라다임이 열린 것 같다. 이제 근육은 피트니스를 넘어서 생명을 지키는 필수요소이자 장수에도 근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