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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2024.06.08 22:34

사카모토 류이치: ARS LONGA VITA BREV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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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C
조회 수 146 추천 수 0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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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우연히 사카모토 류이치가 죽었다는 소식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한 영화 음악가로 영화 음악 외에도 80년대 Japanese electronic music으로도 세계적으로 활동했었죠.

사카모토가 영화음악가로 활동하게 된 것은 영화 "감각의 제국"의 감독 오시마 나기사의 "전장의 크리스마스"라는 영화에 출연하게 된 것이 계기라고 합니다.
이 영화에서 그는 포로수용소의 일본군 장교로 나오는데 포로인 영국군 장교와 사랑에 빠진다는 다소 충격적인 스토리입니다.

과연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영화답습니다.
그리고 영국군 장교로 분한 배우는 데이비드 보위입니다.

네 바로 그 데이비드 보위입니다.
사카모토와 보위의 키스신도 있습니다.

 

사실 영화는 본 적이 없습니다.

다만 사카모토의 영화음악 재능을 알리게 된 이 음악만을 들었을 뿐입니다.

Merry Christmas Mr. Lawrence / Ryuichi Sakamoto - From Ryuichi Sakamoto: Playing the Piano 2022

 

사카모토는 이 영화에서 출연 뿐만 아니라 음악까지 맡아 하게 된 계기는 좀 엉뚱합니다.

오시마 감독에게 영화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평소 오시마 감독의 작품을 좋아하던 사카모토는 주저하지 않고 승낙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영화음악도 해보면 안될까라고 감독에게 별 생각 없이 제의했는데 오시마가 그럼 하던가라고 했답니다.

 

사카모토에게 아카데미 영화음악상을 안긴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마지막 황제"와 관련된 에피소드도 흥미롭습니다.

사카모토는 이 영화에서도 배우로 출연합니다.

촬영이 끝나고 베르톨루치 감독이 사카모토에게 갑자기 영화음악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그런데 베르톨루치는 일주일 안에 음악을 만들어 달라고 무리한 요청을 했습니다.

사카모토는 이주일은 필요하다고 하고 결국 이주일 만에 음악을 완성하였다고 합니다.

당시 베르톨루치는 말도 안되는 납기와 더불어 추가한  요청 조건이 또한 이러했습니다.

이것은 19세기 중국 이야기이지만 20세기에 사는 서양인인 자신이 만든 영화이니 이 모든 장소 시간을 아우르는 음악을 만들어 달라고 하였답니다.

이런 말하기는 쉽지만, 말도 되지 않는 요구에 대한 사카모토의 답이 음악 "Rain"입니다.

 

The Last Emperor 1987 | OST RAIN Ryuichi Sakamoto Live 2013 Mixed with the Movie Cuts

 

푸이의 후궁 문수가 푸이에게 이혼을 요구하는 장면의 음악이죠.
빗줄기가 쏟아지는 화면과 더불어 나오는 음악을 듣고 베르톨루치 감독과 staff들이 박수를 치며 "Bellissimo (아름답다는 이탈리아어)"를 외쳤다고 합니다.

사카모토는 영화음악의 어려움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한적이 있습니다.
영화음악은 영화 줄거리, 배우, 장면, 편집점 등, 다른 음악을 만들 때에 비해 제약이 많다.

그러나 그 제약과 한계는 다른 가능성을 여는 열쇠가 된다.

 

제약과 한계를 방해 요소로 보지 않고 그것을 승화하여 멋진 예술을 만들어 내 사카모토를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아 오며 제 자신을 둘러 싼 환경에 대해 아쉬움을 가진 적이 종종 있었습니다.
외국에 나와 살게 되면서 한국이란 작은 사회에서 좁은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있었다는 것에 아쉬어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또 미국에 온 지 얼마 안되어 판데믹으로 집에 갖혀, 2000 마일 크기의 나라에서 고작 20인치 스크린을 보며 세상과 접하고 있다고 한숨 쉬고 있을 때입니다.

사실 사카모토는 제한으로 자신의 창작 활동이 어렵다고 얘기했다기 보다는,

그 제한으로 자신의 작품이 더욱 풍성해졌다는 얘기를 한 것입니다.

사카모토 같은 천재는 아니지만 저도 제 주변의 제한이 제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 보고 싶습니다.


사카모토가 좋아했다는 유명한 로마 철학자 세네카의 말입니다.

ARS LONGA VITA BREVIS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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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C 2024.06.08 22:42

    학창 시절 어줍쟎게 음악 취미 활동을 하다 음악을 전공하는 친구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 친구들의 인상적인 천재성에 놀란 적이 많았습니다.

    그런 친구들도 탄복한 사람이 사카모토 류이치였습니다.

  • profile
    FAB 2024.06.09 00:09

     덕분에.류이치 사카모토 음악을 아주 오랜만에 들었습니다..와인 한잔을 앞에 놓고 듣는 그의 피아노와 첼로는 도쿄 교외 닛꼬로 가는 기찻간에 앉아있는.기분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천천히 하나하나 누르는 건반으로부터 점점 긴장감있게 전개되는 첼로의 지르릉 소리.... 때로는 조 히사이시의 음악같은 정감도 느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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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rganic 2024.06.09 07:24

    재미있는 글입니다. 특히, "또 미국에 온 지 얼마 안되어 판데믹으로 집에 갖혀, 2000 마일 크기의 나라에서 고작 20인치 스크린을 보며 세상과 접하고 있다고 한숨 쉬고 있을 때입니다. 그러나 그 제약과 한계는 다른 가능성을 여는 열쇠가 됩니다." - YC

  • ?
    산천 2024.06.10 12:35

    YC님의 지식과 관심의 지평은 실로 놀랐습니다. 덕분에 전혀 몰랐던 세상으로 저를 잠깐이나마 이끌어 주어 점심시간 막간을 이용해 일하다 말고 세삼 이 음악들을 들어봅니다. 베이산악회엔 정말 다양한 식견을 가지신 분들이 많아 너무 좋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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