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시작하는 맹자이야기 2
맹자집주를 보아가면서 진행하려니 본문이 상당히 길어집니다. 주희의 해석이 절대적이라고는 할수 없겠지만, 조선을 디자인한 정도전 선생으로 시작한 조선 성리학이 주희본을 텍스트로 선택하여 그것이 거의 바이블처럼 되어 있다보니 자연히 주희본을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저같은 범부가 더 좋은 선택을 찾아볼 정도의 실력은 되지 못함을 아쉽게 생각하며 두번째 글을 올립니다.
萬乘之國弑其君者, 必千乘之家(만승지국시기군자 필천승지가); 千乘之國弑其君者, 必百乘之家.(천승지국시기군자 필백승지가) 萬取千焉, 千取百焉, 不爲不多矣, 苟爲後義而先利, 不奪不饜.(만취천언 천취백언 불위불다의 구위후의이선리 불탈불렴)
만승지국에서(萬乘之國) 그 임금을 시해하는 것은(弑其君者), 반드시(必), 필경, 천승지가이고(千乘之家); 천승지국에서(千乘之國) 그 임금을 시해하는 것은(弑其君者), 반드시(必), 필경, 백승지가입니다(百乘之家). 만에서 천을 취하고(萬取千焉), 천에서 백을 취하는 것은(千取百焉), 많지 않다고 할 수 없지만(不爲不多矣), (꽤 많다고 볼 수 있지만) 진실로(苟) 의를 뒤로 하고(爲後義而) 이익을 앞세운다면(先利), 빼앗지 않으면(不奪) 만족하지 못합니다(不饜).
토막 한자상식
者 : 크게 두가지 뜻을 가집니다. 1. 사람을 칭하는 대명사 2. 사물을 칭하는 대명사로서 "~~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됩니다. 그러므로, "시기군자"는 그 임금을 시해한다는 것 혹은 그 임금을 시해하는 사람 등 두가지로 모두 해석이 됩니다.
之 : ~의 (갈 지는 몇가지 다른 의미가 있는데 그때 그때 추가로 각주하겠습니다.)
而 : ~해서 그리고 (~ 하지만 그러나 라는 용례도 있습니다.)
* 주희의 해설
○ 이것은(此) 이익을 구하는 해로움을 말해서(言求利之害, 以) 윗글에 있는(上文) 하필왈리의 뜻을 밝혔습니다.(明何必曰利之意也). 정은(征), 싸워서취하는 것이니(取也). 윗사람이(上) 아랫사람에게 취하고(取乎下), 아랫사람이(下) 윗사람에게 취하고(取乎上), 그러므로 말하길(故曰): ‘서로 빼앗는다고(交征)’ 하였습니다. 나라의 위태로움이란(國危), 장차(將) 임금을 시해하는 화기 있음을(有弑奪之禍) 말하는 것입니다(謂). 승은(乘), 전차 대수를 칭합니다.(車數也). 만승지국이란(萬乘之國者), 천자의(天子) 기내에서(畿內) 땅이 사방 천리이고(地方千里), 전차 만 대를 낼 수 있는 규모를 말합니다.(出車萬乘). 천승지가란(千乘之家者), 천자의(天子之) 공경 중에서(公卿) 채지(푸성귀밭)가 사방 백 리이고(采地方百里), 전차 천 대를 낼 수 있는 나라입니다.(出車千乘也). 천승지국은(千乘之國), 제후의 나라이고(諸侯之國), 백승지가는(百乘之家), 제후의 대부를 말합니다.(諸侯之大夫也). 시란(弑), 아랫사람이(下) 윗사람을 죽이는 것이고(殺上也). 렴은(饜), 만족함을 뜻합니다.(足也). 신하가 임금에게(臣之於君), 늘(每) 열 등분해서(十分而) 그 하나를 취하니(取其一分), 또한(亦) 이미 많다는(已多) 뜻입니다.(言矣). 만약(若) 또(又) 의를 뒤로 여기고(以義爲後而) 리를 앞세우면(以利爲先, 則) 그 임금을 죽여(弑其君而) 모두 빼앗지 않으면(不盡奪之), 그 마음이(其心) 아직(未) 만족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肯以爲足也). 즉, 돈이 결부된 사안이라면 임금이라도 죽이고, 모두 빼앗아야만 비로소 직성이 풀리게 된다는 사람의 욕심을 표현하였습니다.
(此言求利之害, 以明上文何必曰利之意也. 征, 取也. 上取乎下, 下取乎上, 故曰: ‘交征’. 國危, 謂將有弑奪之禍. 乘, 車數也. 萬乘之國者, 天子畿內地方千里, 出車萬乘. 千乘之家者, 天子之公卿采地方百里, 出車千乘也. 千乘之國, 諸侯之國, 百乘之家, 諸侯之大夫也. 弑, 下殺上也. 饜, 足也. 言臣之於君, 每十分而取其一分, 亦已多矣. 若又以義爲後而以利爲先, 則不弑其君而盡奪之, 其心未肯以爲足也.)
전편의 후반부의 스토리는 이러했습니다. 왕이 말하길, ‘우리나라를 무엇으로 이롭게 할까?’라고 합니다. 대부가 말하길, ‘우리 집안을 무엇으로 이롭게 할까?’라고 합니다. 사와 서인이 말하길, ‘내 몸을 무엇으로 이롭게 할까?’라고 합니다.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이익을 빼앗는다면 나라가 위태롭습니다.
이익만을 앞세운다면 제후가 천자를 시해하는 하극상 내지는 쿠데타도 있을 수 있다는 경종을 나타내는 문장입니다. 절대 왕조시대에 돈에 결부된(후의선리) 경제적 하극상(쿠데타)를 언급하는 맹자의 시각이 남다름을 느낍니다. 하극상(쿠데타)에 대한 맹자의 견해는 정치적 쿠데타를 내용으로하여 좀더 과감한 내용으로 한번 더 소개가 있을 예정입니다.
* 초장부터 하극상이 기술되는 연고로 맹자는 실상 일종의 금서 비스름한 취급을 받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 몇 달 후에 소개하게 될 제후와 왕도정치에 대한 내용에 가서는 4000년 전에 이런 생각을 글로 써서 책으로 발표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할 정도로 과감한 내용이 소개될 것입니다. 프랑스 부르봉 왕가에서 모찰트의 피가로의 결혼을 프랑스에서 공연금지시켰던 사실을 떠오르게 하는 맹자의 엄청난 사상을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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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 이야기 11
오늘은 오랜만에 한국 방문을 하는 날입니다. 약 2주 간은 자리를 비우게 되니 안그래도 요즘 이래저래 글 올리는게 뜸해서 이건 꼭하고 가리라 마음먹고 올립니다. 맹자가 고서이다보니 원문 해석본조차 이해가 어렵다는 민원이 들어와서 원문을 올리되 쉽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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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이야기 10
梁惠王曰: “寡人願安承敎.”(양혜왕왈 과인원안승교) 양혜왕이 말하길(梁惠王曰): “과인이(寡人) 원컨대(願) 편안히(安) 가르침 받기를 바랍니다(承敎)." * 왕의 이상정치 실현은 인구증가로 이룰 수 있다고하자, 맹자에게 그 구체적 방안을 묻고 있습니다. 孟...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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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 이야기 9
어느새 2024년도 마지막날입니다. 뜻하지 않은 큰 사고로 인하여 연말 분위기가 많이 무겁습니다. 저도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오늘은 아홉번째 글로서 이민이속장(移民移粟章)이라는 별명을 가진 문단의 마지막 부분입니다. 七十者衣帛食肉, 黎民不飢不寒, 然...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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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이야기 8
不違農時, 穀不可勝食也;(불위농시 곡불가승식야) 數罟不入洿池, 魚鼈不可勝食也;(촉고불입오지 어별불가승식야) 斧斤以時入山林, 材木不可勝用也.(부근이시입산림 임목불가승용야) 穀與魚鼈不可勝食, 材木不可勝用, 是使民養生喪死無憾也.(곡여어별불가승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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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 이야기 7
孟子對曰: “王好戰, 請以戰喩. 塡然鼓之, 兵刃旣接, 棄甲曳兵而走.(왕호전 청이전유 전연고지 병인기접 기갑예병이주) 或百步而後止, 或五十步而後止, 以五十步笑百步, 則何如?”(혹백보이후지 혹오십보이후지 이오십보소백보 즉하여) 맹자가 대답하여 말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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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이야기 6
梁惠王曰: “寡人之於國也, 盡心焉耳矣.(과인지어국야 진심언이의) 河內凶, 則移其民於河東, 移其粟於河內.(하내흉 즉사민이어하동 사기속어하내) 河東凶亦然. 察鄰國之政, 無如寡人之用心者.(하도흉역연 찰인국지정 무여과인지용심자) 양혜왕이 말하길(梁惠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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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 이야기 5
이제부터는 제목을 맹자 이야기로 변경해서 올립니다. 내용이 어렵다는 민원이 들어와서 좀더 현대적인 표현으로 해석하고, 주희의 해석 부분은 필요하지 않으면 생략해서 내용을 간단하게 작성하겠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주셔서 감읍할 따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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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시작하는 맹자이야기 4
3편의 조회수가 줄어든 걸로 보아 맹자이야기의 관심도가 점차 정상으로 가는 거 같습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끝까지 가봐야겠습니다. 5 년 이상 걸릴 겁니다. 이제부터는 제후와 백성이 함께 즐기는 것에 대하여 양혜왕과 맹자간의 연못가에서 대화가 전개됩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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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시작하는 맹자이야기 3
未有仁而遺其親者也, 未有義而後其君者也.(미유인이유기친자야 미유의이후기군자야) 인하면서도(仁而) 그 부모를 버린 사람은(遺其親者) 아직 있지 않고(未有也), 의로우면서도(義而) 그 임금을 뒤로한 사람은(後其君者) 아직 있지 않습니다(未有也). 한자 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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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시작하는 맹자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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