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웰빙

A blessing in disguise in Portland, Oregon

by 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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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살이 빠졌습니다.
직장과 주변에서 이런 저를 보고 어찌 살을 뺐는지 물어 보았습니다.
반복되는 질문에 답하다 좀 귀찮아져 그동안 있었던 일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시작은 몸무게를 잴 이 저울을 구입하면서 입니다.

https://a.co/d/0MjSNx0

 

이것도 회사에서 복지 혜택으로 운동이나 건강 용품을 지원하는 소소한 비용이 작년말 남았는데,
빨리 사용하라고 닦달을 받게 되어 구입하게 된 것입니다.
귀차니즘으로 뜯지도 않고 처박아 두다 신년이 되어 들여다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 저울이 신통하게도 체중뿐만 아니라 체지방, 근육량 등 체성분 분석까지 하고

그 data를 휴대폰으로 전송하여 app으로 관리하는 기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체성분 분석은 전문 기기보다는 정확도가 떨어지지만 변화의 추이를 보는데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1월 초에 저울로 몸무게를 처음 재 보았습니다. 185 lb!
많이 먹어서 그런가 생각하고 다음날 아침 공복에 측정해지만 별로 차이가 없었습니다.
저울이 불량인가 아니면 이 불편한 진실을 인정해야하는 것인가하는 내적 갈등에 휩싸이게 되었습니다.
좀 먹는 것 줄여가며 몸무게의 재현성 실험을 해 보기로 하고 그날부터 매일 측정을 하였습니다.

이것이 지난 9개월간의 기록입니다.

A1.jpg

1월 15일 ~ 2월20일
좀 무게가 많이 나가는 날은 여러 번 측정하여 최소치를 기록하는 engineer의 data cheating 기법을 이용하였지만 별 변화가 없었습니다.

긴 머리를 깎으면 0.2 파운드는 줄지 않을까 잡생각을 하면 이 기간을 보냈습니다.

 

2월20일 ~ 2월25일
이 기간 중에는 학회 참석을 하였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학회는 학문 연구 기술 교류는 표면상 이유이고, 파티하며 인맥 쌓는 것이 숨은 목적입니다.

잘 먹고 마시고 돌아 다녔더니 몸에 살이 디룩디룩 차 올랐습니다.

 

2월25일 ~ 3월2일
오레곤에 있는 회사 HQ로 출장을 갔습니다. 여기서도 부어라 마셔라를 하게 되어 다이어트는 출장 끝나면 하자고 마음 편히 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출장 끝날 때쯤 독감이 걸렸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코비드에 걸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출장 후 집에서 아무것도 못 먹고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있다 몸무게를 측정하였습니다.
OMG! 5 파운드 가량이 하루 사이에 빠진 것입니다.
이렇게 하루만 더 앓아 누우면 5 파운드 더 빠지겠다고 생각하고 기쁨 마음으로 그러나 아픈 몸으로 침대로 돌아 갔습니다.
그러나 이 튼튼한 몸은 다음 날 바로 감기 기운이 사라지고, 식욕을 되찾는 것이었습니다.

 

3월 2일 ~ 3월12일
다시 오레곤으로 출장을 가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고객 회사 방문객과 피곤한 회의 일정이 잡혀 있는 여정이었습니다.

피곤한 회의 덕인지 잘 먹었음에도 몸무게가 추가로 더 빠져 172파운드라는 최근 5년 사이 최저 기록 갱신을 기록하게 됩니다.

 

3월12일 ~ 5월20일
잠시의 최저 몸무게에서 다시 살이 올랐지만 1, 2월 평균 183파운드에서 177 파운드 정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아이들이 방학과 휴가를 맞아 집으로 왔습니다.

왕성한 20대를 먹이다 보니 하루 5000kcal 정도 같이 먹으며 다시 몸무게가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A2.jpg

5월20일 ~ 6월20일
이번에는 가족들이 모두 한국으로 가게 되어 저만 혼자 지내게 되었습니다.

귀차니즘이 식욕을 압도하게 되어 대충 하루 한두끼만 먹으며 지내게 되었습니다.

특히 one pan 조리와 최소한의 식기 사용하기 등등의 신공으로 설거지를 최소한하는데 중점을 두다 보니 더욱더 먹는 빈도가 줄었습니다.

사실 식사의 질은 나쁘고 양은 줄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살은 계속 쭉쭉 빠지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소위 그 간헐적 단식이라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부를 해 보니 간헐적 단식은 혈당 수치를 장시간 낮게 유지해 체지방 분해를 촉진하는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농경시대 인류는 식량을 구하지 못하면 몇날몇칠 불가피하게 간헐적 단식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인류에게는 끼니 거르지 않고 먹는 것이 건강에 더 안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 세끼를 먹는 생활 습관도 최근 100년 사이 생긴 것이고 그 이전 대부분의 농경 사회는 하루 2끼가 기본이었습니다.

특히 6시 정도 저녁 먹고 해지면 자서  그 다음날 해 뜨고 식사할 때까지 12시간 이상 공복이 일반적이었겠지요.

그래서 간헐적 단식을 더 유지해 보기를 하였습니다.

 

6월20일 ~ 9월11일
간헐적 단식을 유지하려 했지만 가족이 돌아 오고 식사는 다시 풍족해졌습니다.

특히 작은 놈이 한 밤중에 야식을 먹어 대느라 저의 굳은 결의는 끊임 없는 유혹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체중은 꾸준히 줄어 어느덧 165 파운드 미만을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9월11일 ~ 현재
한번 운동을 하면 어떨까 했습니다. 달리기를 오랜만에 처음 해 보았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동네에서 달리다 돌뿌리에 걸려 넘어져 무르팍이 까질 때는 아픔보다 창피함에 달리기를 그만 둘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동네 운동장에서 페트라님을 만나 조언 격려 잔소리 압력을 들어 가면 좀 더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계속하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제 달리기도 좀 익숙해졌는데 살은 더 이상 안 빠진다는 것입니다.


이상의 체중 변화 기록을 돌이켜 보고 다음 교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혹시 살을 빼고자 하시는 분들이 있으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오레곤의 구름 낀 안 좋은 날씨를 즐겨라.
    - 가족과 친구와 떨어져 얻는 외로움과 굶주림은 기회일 수 있다.
    - 고객과의 회의는 정신 건강에 안 좋을 수 있으나 육체적 건강에는 좋을 수 있다.
    - 운동의 효과는 미심쩍다.

마지막으로 제 before and after 사진을 올립니다.

배둘레햄 또는 muffin top이 30대 후반 이후로 처음 사라진 것 같습니다. :-)

A3.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