梁惠王曰: “寡人願安承敎.”(양혜왕왈 과인원안승교)
양혜왕이 말하길(梁惠王曰): “과인이(寡人) 원컨대(願) 편안히(安) 가르침 받기를 바랍니다(承敎)."
* 왕의 이상정치 실현은 인구증가로 이룰 수 있다고하자, 맹자에게 그 구체적 방안을 묻고 있습니다.
孟子對曰: “殺人以梃與刃, 有以異乎?”(살인이정여인 유이호) 曰: “無以異也.”(무이이야)
맹자가 대답하여 말하길(孟子對曰): “몽둥이나 칼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殺人以梃與刃), 그것과(以) 다른 점이 있습니까(有異乎)?”
<양혜왕이> 말하길(曰): “다른 점이 없습니다(無以異也).”라고 했다.
* 몽둥이로 죽이나 칼로 죽이나 죽이는 방법상 차이는 의미가 없으니, 이런 말머리를 꺼내는 것은 이어지는 질문 속에 양혜왕이 자신의 논리에 빠기게 하는 의도적 장치인거 같습니다.
“以刃與政, 有以異乎?”(이인여정 유이이호) 曰: “無以異也.”(무이이야)
<맹자가 말하길> “칼로 <죽이는 것과>(以刃與) 정치로 <죽이는 것이>(政), 다른 점이 있습니까(有以異乎)?”라고 했다.
<양혜왕이> 말하길(曰): “다른 점이 없습니다(無以異也).”
* 논리를 발전시켜 정치로써 사람을 죽이는 사안으로 확대하였습니다. 사람을 죽인다는 결론으로 귀결되는 연장선에 정치를 올려놓은 느낌입니다.
曰: “庖有肥肉, 廐有肥馬, 民有飢色, 野有餓莩, 此率獸而食人也.(포유비육 구유비마 민유기색 야유아표 차솔수이식인야)
<맹자가> 말하길(曰): “푸줏간에(庖) 살찐 고기가 있고(有肥肉), 마구간에(廐) 살찐 말이 있는데(有肥馬), 백성 중에(民) 굶은 기색이 있고(有飢色), 들판에(野) 굶어 죽은 사람이 있으니(有餓莩), 이것은(此) 짐승을 몰아(率獸而) 사람을 잡아먹도록 한 것입니다(食人也).
* 왕실의 푸줏간에는 살찐 고기가 널려있고, 마굿간에는 살진 말이 있음에도 백성들이 기아에 허덕인다면 바로 정치로 백성을 죽이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맹자는 양혜왕의 실정에 대해 예리한 비유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獸相食, 且人惡之. 爲民父母, 行政不免於率獸而食人, 惡在其爲民父母也?(수상식 차인오지 위민부모 행정불면어솔수이식인 오재기위민부모야)
짐승이(獸) 서로 잡아먹는 것은(相食), 또한(且) 사람들이 싫어합니다(人惡之). 백성의 부모 되어(爲民父母), 정치를 하는 것이(行政) 짐승을 몰아 사람을 잡아먹게 하는 것을(於率獸而食人) 벗어나지 못한다면(不免), 백성의 부모 된 도리가(其爲民父母) 어디에 있습니까(惡在也)?
* 짐승들이 서로 잡아먹는 것을 사람들이 혐오하는 법인데 백성의 부모가 되는 군왕이 되어 정치하는데 왕의 호사스러운 생활로 백성의 삶이 피폐해진 것은 위정자의 도덕성이 결여된 것이라고 설파하고 있습니다.
仲尼曰: ‘始作俑者, 其無後乎!’ 爲其象人而用之也.(시작용자 기무후호 위기상인이용지야) 如之何其使斯民飢而死也?”(여지하기사사민기이사야)
공자가 말하길(仲尼曰): ‘처음(始) 용(순장에 쓰는 나무 인형)을 만든 사람은(作俑者), 아마도(其) 후손이 없을 것이다(無後乎)!’라고 했으니, 그 사람을 본떠 만들어서(爲其象人而) 썼기 때문입니다(用之也). 어찌(如之何) 이 백성으로 하여금(其使斯民) 굶어서 죽도록 할 수 있습니까(飢而死也)?”
* 공자는 사람의 모형을 만들어 장사지내는 데 사용한 사람을 후손이 없을 것이라고 저주했습니다. 맹자는 공자가 사람의 모형을 장례에 사용하여 모의 죽음을 겪는 것도 용납하지 않았음을 인용하여 실제로 사람들이 죽음에 이르도록 하는 양혜왕의 실정에 대하여 쓴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 리더의 덕목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케하는 문단입니다.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타인에게는 관대해야 한다는 자세를 생각하며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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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 이야기 11
오늘은 오랜만에 한국 방문을 하는 날입니다. 약 2주 간은 자리를 비우게 되니 안그래도 요즘 이래저래 글 올리는게 뜸해서 이건 꼭하고 가리라 마음먹고 올립니다. 맹자가 고서이다보니 원문 해석본조차 이해가 어렵다는 민원이 들어와서 원문을 올리되 쉽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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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산행은 왜 설레는가
내 별명은 "밥"이었다. 나는 일부 중산층과 대다수 서민이 사는 서울 변두리에 있는 고등학교를 다녔다. 그래서인지 그렇게 잘 나가지도, 그렇게 막 나가지도 않는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 다들 새로 고등학교에 입학해 서먹한 1학년 때였다. 유달리 시끄러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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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이야기 10
梁惠王曰: “寡人願安承敎.”(양혜왕왈 과인원안승교) 양혜왕이 말하길(梁惠王曰): “과인이(寡人) 원컨대(願) 편안히(安) 가르침 받기를 바랍니다(承敎)." * 왕의 이상정치 실현은 인구증가로 이룰 수 있다고하자, 맹자에게 그 구체적 방안을 묻고 있습니다. 孟...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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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 이야기 9
어느새 2024년도 마지막날입니다. 뜻하지 않은 큰 사고로 인하여 연말 분위기가 많이 무겁습니다. 저도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오늘은 아홉번째 글로서 이민이속장(移民移粟章)이라는 별명을 가진 문단의 마지막 부분입니다. 七十者衣帛食肉, 黎民不飢不寒, 然... -
서부여행 지도 만들었습니다.
그림쟁이 딸내미의 주리를 틀어서 서부여행 지도 하나 만들었습니다. 허접하지만 필요하신 분들은 퍼가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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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이야기 8
不違農時, 穀不可勝食也;(불위농시 곡불가승식야) 數罟不入洿池, 魚鼈不可勝食也;(촉고불입오지 어별불가승식야) 斧斤以時入山林, 材木不可勝用也.(부근이시입산림 임목불가승용야) 穀與魚鼈不可勝食, 材木不可勝用, 是使民養生喪死無憾也.(곡여어별불가승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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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 이야기 7
孟子對曰: “王好戰, 請以戰喩. 塡然鼓之, 兵刃旣接, 棄甲曳兵而走.(왕호전 청이전유 전연고지 병인기접 기갑예병이주) 或百步而後止, 或五十步而後止, 以五十步笑百步, 則何如?”(혹백보이후지 혹오십보이후지 이오십보소백보 즉하여) 맹자가 대답하여 말하길(... -
OPUS-I & II
흔한 내 사무실 풍경이다. Whiteboard를 종횡부진 누비며 머리 속에 생각을 끄적이다 보면 실마리가 잡힐 때가 있다. 이 날은 새로 구한 marker도 시험해 볼 겸 총 천연색으로 휘갈기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때와 달리 실마리는 잡히지 않고 점점 엉키고 있었... -
감상문: 한강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설렘으로 읽었다. 그 소설을 읽을 때 인상적인 것은 연민으로 사람을 대하는 작가의 섬세한 태도와 그것을 담아내려는 문학적 표현방식이다. 작가의 태도는 화자로 등장하는 경하라는 인물을 통해서 드러나는데, 소설을 읽는 ... -
<칼럼 43>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만나다
<주의> 이 칼럼은 산행과 무관한 내용으로써 한 개인의 생각을 공유하기 위해 제공하는 글입니다. 이 점을 주지하셔서 주제에 관심이 없는 분들은 부담없이 패스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칼럼 43>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만나다 초등학교 5학년으로 기억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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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이야기 6
梁惠王曰: “寡人之於國也, 盡心焉耳矣.(과인지어국야 진심언이의) 河內凶, 則移其民於河東, 移其粟於河內.(하내흉 즉사민이어하동 사기속어하내) 河東凶亦然. 察鄰國之政, 無如寡人之用心者.(하도흉역연 찰인국지정 무여과인지용심자) 양혜왕이 말하길(梁惠王... -
<칼럼 41> 한강은 되고, 왜 하루키는 안 됐을까?
<주의> 이 칼럼은 산행과 무관한 내용으로써 한 개인의 생각을 공유하기 위해 제공하는 글입니다. 이 점을 주지하셔서 주제에 관심이 없는 분들은 부담없이 패스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칼럼 41> 한강은 되고, 왜 하루키는 안 됐을까? 한강 작가의 노벨 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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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 이야기 5
이제부터는 제목을 맹자 이야기로 변경해서 올립니다. 내용이 어렵다는 민원이 들어와서 좀더 현대적인 표현으로 해석하고, 주희의 해석 부분은 필요하지 않으면 생략해서 내용을 간단하게 작성하겠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주셔서 감읍할 따름입니다... -
A blessing in disguise in Portland, Oregon
어쩌다 보니 살이 빠졌습니다. 직장과 주변에서 이런 저를 보고 어찌 살을 뺐는지 물어 보았습니다. 반복되는 질문에 답하다 좀 귀찮아져 그동안 있었던 일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시작은 몸무게를 잴 이 저울을 구입하면서 입니다. https://a.co/d/0MjSNx0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