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타
2025.01.17 19:29

신년 산행은 왜 설레는가

profile
YC
조회 수 173 추천 수 1 댓글 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No Attached Image

내 별명은 "밥"이었다.

나는 일부 중산층과 대다수 서민이 사는 서울 변두리에 있는 고등학교를 다녔다.

그래서인지 그렇게 잘 나가지도, 그렇게 막 나가지도 않는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

 

다들 새로 고등학교에 입학해 서먹한 1학년 때였다.

유달리 시끄러운 친구 셋이 있었다.

중학교 때부터 친했다고 하는데 서로 부르는 별명이 가관이었다.

 

  • "". 친구가 그룹에 대표격이었는데 얼굴이 생겼다고 얻은 별명이었다. 워낙 유명한 별명이라 선생님들도 이름은 모르고 별명으로 친구를 부르곤 했다.

 

  • "ㄷ덕". 얼굴이 넓대대한 떡판이라 붙여진 별명이다. 이것이 콤플렉스였는지 항상 머리를 무스로 빳빳하게 세우고 다녔다. 당시 두발자율화라고 하지만, 허용이 안되는 헤어스타일이었다. 그런데도 녀석은 선도부 선생님께 자신의 외모 콤플렉스를 끊임없이 하소연하였고, 결국 머리를 하고 다니는 것을 허락 받았다.

 

  • "". 녀석은 키가 180cm 넘고, 체중은 비밀이나 100kg 넘는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어떻게 다른 별명이 가능하겠는가?

 

  • "똥". 별명의 사연은 그들 사이의 비밀이다. 본인은 별명을 매우 싫어하였으나 다음 등장하는 친구로 인해 그냥 받아 들이게 되었다.

 

  • "변". "", "ㄷ덕," "," "똥" 중학교부터 이미 알던 사이인데 "변" 다른 학교 출신이다. 그러나 이들은 서로가 같은 부류임을 알아 보고, 곧 어울리게 되었다. 녀석은 성이 "변"가이다. 생긴 것은 사실 말끔한데, 하는 짓이  변태스럽다고 하여 자연스럽게 "변" 되었다. 친구는 자신의 별명으로 "변" 자랑스럽게 받아들였다. "변" 당당한 자세는 "똥"에게도 영향을 미쳐, "똥" 본인의 별명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게끔 하였다.

 

  • "". 본인이다. 지금도 먹지만 고등학교 때는 정말 많이 먹었다. 배고플 때는 라면 4개와 그릇 정도는 말아 먹고 다니던 시절이었다. 고기 사준다고 맘껏 먹으라는 아버지 친구 말씀에 갈비 5인분과 냉면 사발을 먹어 치워 아버지를 난감하게 만든 적도 있다.

고등학교 때는 점심 저녁 도시락 2개를 싸 들고 다녔다. 도시락이 꽤 컸는데, 어머니가 어디서 구하셨는지 보통 도시락의 4배 크기는 되는 것이었다. 당시 점심 도시락은 2 교시 이후, 저녁 도시락은 점심 시간 때 먹는 것이 선생님들과의 신사 협정이었다. 저녁은 학교 매점에서 사먹었다. 그런데 2교시까지 배고파 기다리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아졌고 나를 포함한 많은 친구들이 1교시 이후에 도시락을 까먹기 시작하였다. 어느 날 2교시에 들어 온 깐깐한 선생님이 음식 냄새에 도시락 먹은 놈들이 누구인지 손을 들어 보라고 하였다. 꽤 많은 친구들이 손을 들고 나도 손을 같이 들었다. 선생님이 이 반은 반장이라는 놈도 "밥"을 못 참는다고 훈계를 하셨다. 당시 나는 부끄럽지만 반장 노릇을 하고 있었다.

이 때 이후 친구들은 나를 "밥반장"이라고 불렀다. 친하게 놀 때는 줄여서 "밥"으로, 선생님의 끄나풀로 아니꼽게 보일 때는 "밥반장"으로 불렀다. 처음에는 그 별명이 마음에 안 들었으나, "똥"처럼 결국 나도 나의 운명을 받아 들였다.

 

"막", "ㄷ덕", "뚱", "똥", "변"은 모범생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문제아는 아니었다. 나는 모범생처럼 보였지만 실제는 약간 노는 물이 들은 놈이었다. 별명 때문인지 성향 때문인지 우리는 잘 어울리며 지내게 되었다.

이외에도 항상 시끄러운 "박" 씨 성을 가진 세 녀석과 약간 양아치 같지만  밉지 않은 "고" 씨 성을 가진 두 녀석이 있었다. 이 놈들이 소소한 사고를 자주 일으켰는데 어느 날 담임 선생님이 이렇게 한탄을 하셨다.

"우리 반은 "막", "ㄷ덕", "뚱", "똥", ""도 시끄러운데 쓰리 "박"에 투 "고"도 만만치 않으니… 반장이라는 놈도 그렇고". 과연 고스톱에 일가견이 있다고 들은 담임 선생님다운 일갈이었다.

 

30대 중반까지만 해도 고등학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식사량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점차 나이와 같이 그 양이 줄어 들어 지금은 그 때보다 1/3정도만 먹는 것 같다. 특히 저탄고지로 살을 빼다 보니 예전 "밥"이라는 별명은 이제 아득한 옛이야기가 되었다.

참조: A blessing in disguise in Portland, Oregon https://www.bayalpineclub.net/member_story/870723

 

신년에 떡국 산행을 한다.

그때 "밥"처럼 먹을 수 있을까?

"막", "ㄷ덕", "뚱", "똥", "변", 그리고 쓰리 "박" 투 "고"와 미군 담요 위에서 고스톱 한 판 치고 싶은 날이다.

  • profile
    파피 2025.01.17 20:29

    혹시 YC님의 영문 이름은 Bob? 갑자기 곱슬 머리 밥 아저씨가 떠오르네요 ㅋ 

  • ?
    양파 2025.01.18 13:20

    너무 재미 있네요.  우리 시대의 까까머이 검은색 교복의 남학생들의 학교 생활을 눈앞에서 보는듯 맛깔 스럽습니다. 

  • profile
    FAB 2025.01.18 19:46

    Why see님의 글은 감칠맛이 뿜뿜입니다..... 이대로 쭈~~~욱 부탁헙니다. 오늘 fifry fifty 를 알게되어 떡국먹고 한 살 젊어진 느낌입니다. 

  • ?
    몽우 2025.01.19 10:23

    YC 님은 글을 참 재밌게 쓰시네요. 그때 도시락 까먹던 시절을 생각나게 하네요...ㅎ.

  • profile
    보해 2025.01.19 21:21

     고교시절 추억을 떠올려 볼수 있는 글이네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전 영도 육봉알이라 불리던 놈의 도시락 밥 밑쪽에 숨긴 계란 후라이를 주로 색출해 뺏어먹었던 기억이.

     

     

  • profile
    YC 2025.01.20 20:42

    재미있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학생 시절을 썰을 풀다 보니 21세기에 살고 있는 현실을 미국 대통령 취임식으로 불현듯 깨달았습니다.

    21세기는 미국령 그린란드 항로를 지나 대서양 아메리카 만에서 미국령 파나마 운하로 향하는 유람선에서 미국령 화성으로 향하는 머스크의 로켓을 보는 세상이 현실이 될지 망상이될지 모를 시절인 것 같습니다.


  1. No Image

    신년 산행은 왜 설레는가

    내 별명은 "밥"이었다. 나는 일부 중산층과 대다수 서민이 사는 서울 변두리에 있는 고등학교를 다녔다. 그래서인지 그렇게 잘 나가지도, 그렇게 막 나가지도 않는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 다들 새로 고등학교에 입학해 서먹한 1학년 때였다. 유달리 시끄러운...
    Date2025.01.17 Category기타 ByYC Reply6 Views173 Votes1
    Read More
  2. 서부여행 지도 만들었습니다.

    그림쟁이 딸내미의 주리를 틀어서 서부여행 지도 하나 만들었습니다. 허접하지만 필요하신 분들은 퍼가세요 ~~~.
    Date2024.12.16 Category기타 ByFAB Reply3 Views214 Votes4 file
    Read More
  3. OPUS-I & II

    흔한 내 사무실 풍경이다. Whiteboard를 종횡부진 누비며 머리 속에 생각을 끄적이다 보면 실마리가 잡힐 때가 있다. 이 날은 새로 구한 marker도 시험해 볼 겸 총 천연색으로 휘갈기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때와 달리 실마리는 잡히지 않고 점점 엉키고 있었...
    Date2024.11.22 Category기타 ByYC Reply5 Views212 Votes3 file
    Read More
  4. 오늘은 슬프지만 그래도 희망의 내일을 꿈꿔 봅니다

    3년전쯤으로 기억합니다. 이스트 시에라의 McGee Pass 로 들어가 JMT 를 타고 남행하여 Mono Pass 로 나오는 45마일 정도의 백팩킹 계획이었습니다. 둘째날 McGee Pass (12, 300ft) 를 넘는데 6월중이라 그런지 패스 부근에 제법 많은양의 눈이 있었고 눈을 헤...
    Date2024.10.13 Category기타 By보해 Reply14 Views467 Votes3 file
    Read More
  5. <창칼 38> 내 안의 야만성을 찾아서

    <창칼 38> 내 안의 야만성을 찾아서 (부제: 일상 속 야만 타파를 위한 코드) 최근에 “야만의 시대(링크)"라는 책을 접하게 됐다. 교회 조직의 힘을 빌려 인권 유린과 착취가 성행하던 중세의 참혹한 실상을 담은 한 프랑스 농노의 회고록이다. 이 회고록에서 ...
    Date2024.07.09 Category기타 By창공 Reply4 Views473 Votes0 file
    Read More
  6. 소주 마시고 가출해 여행을 해야하는 이유.

    이른 아침을 먹고 장거리 운전에 나선다. 며느리의 유일한 자매 여동생의 결혼식이 July 4th 연휴에 LA에서 열린다. 곧 태어날 손주를 위해 며느리도 좀 챙겨야 할거 같고 LA 사는 오랜 지인도 이번에 만나 회포도 좀 풀어야 할거 같아 좀 일찍 출발해 LA에 일...
    Date2024.06.29 Category기타 By보해 Reply10 Views334 Votes0 file
    Read More
  7. <창칼 36> 참을 수 없는 존재의 얄팍함

    <창칼 36> 참을 수 없는 존재의 얄팍함 그리고 무게감 남자는 가벼운 연애를 좋아해서 한 여자말고도 또 다른 여자와도 만나 연애를 즐기고, 그를 좋아하는 여자는 그 남자만 바라보며 지고지순한 사랑을 펼친다. 또 다른 남자는 한 여자에 대한 순수한 이상적...
    Date2024.06.20 Category기타 By창공 Reply9 Views275 Votes0 file
    Read More
  8. 단오와 히레사케

    목표는 북악산 팔각정이었다. 화창한 주말 봄 날씨에 어두운 집에서 뒹굴 수는 없었다. 아침 일찍 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선글라스와 선크림으로 얼굴을, UV 차단 토시로 노출된 팔을 완벽하게 가렸다. 물안개가 피어오른 양재천에서 새소리를 들으며 속도를 ...
    Date2024.06.02 Category기타 ByYC Reply7 Views199 Votes3 file
    Read More
  9. <창칼 33> 어쩌면 악한 사람은 아주 가까이에 있을지 모른다

    <창칼 33> 어쩌면 악한 사람은 아주 가까이에 있을지 모른다 (부제: ‘악’에 대한 두 개의 시선) 살아가다 보면 평범하고 정상적으로 보이는 사람한테서 예기치 않게 가혹한 화를 당하는 경우가 있다. 그게 배신이든 억울한 누명이든. 이와는 좀 다르지만, 주어...
    Date2024.04.29 Category기타 By창공 Reply5 Views317 Votes1 file
    Read More
  10. 개기 일식과 달

    이번 개기일식을 관측하신 오가닉님 일행을 멀리서 축하하며 예전 달에 대해 잡설을 푼 것을 다음 link에 소개합니다. 달에 대한 단상 이 중에서 개기 일식과 관련된 것은 이 부분입니다. 지구에서 해와 달의 크기는 같아 보입니다. 이는 지구로부터 해까지 거...
    Date2024.04.08 Category기타 ByYC Reply3 Views173 Votes0
    Read More
  11. <창칼 30> 30회 특집 인터뷰

    <창칼 30> 30회 특집 인터뷰 2023년 상반기 때 시작된 창공칼럼(창칼)이 벌써 30회를 맞았습니다. 30회를 기념하는 의미에서 특별 인터뷰를 진행해 봤습니다. 호기심녀: 지난번 <창칼 18>에 이어 아주 특별한 인터뷰를 제가 다시 맡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간 <...
    Date2024.03.29 Category기타 By창공 Reply7 Views274 Votes0 file
    Read More
  12. <창칼 27> 제 눈에 안경과 정신 승리

    <창공칼럼 27> 제 눈에 안경과 정신 승리 하루 전에 국민 가수 이효리가 국민대 졸업식에서 연설을 해서 많은 이목을 끌었다. 그의 단촐한 연설에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대학 졸업생들에게 던진 한 마디는 “살면서 누구의 말도 듣지도 믿지도 말고, 자신만을...
    Date2024.02.14 Category기타 By창공 Reply3 Views281 Votes1 file
    Read More
  13. <창칼 23> 물 흐르듯 거침없이

    <창칼 23> 물 흐르듯 거침없이 모든 과정이 착오없이 물 흐르듯이 진행된 10일 간의 차박 로드 여행, 그 여행의 마지막 날에 차 안에서 우연히 류시화 시인의 페이스북 글을 보게 됐다. 시기적절하게도 그 글에는 이번 여행과 관련 내 심정을 대변하는 내용이 ...
    Date2024.01.02 Category기타 By창공 Reply9 Views308 Votes0 file
    Read More
  14. <창칼 22> 로드와 여섯 친구들과의 만남

    <창칼 22> 로드와 여섯 친구들과의 만남 12월 23일, 캘리포니아 Monterey에서 출발하여 10일간의 홀로 차박 로드 트립을 시작한다. 이번 여행은 데쓰 밸리(Death Valley), 후버 댐(Hoover Dam), 밸리 어브 파이어(Valley of Fire), 글렌 캐년(Glen Canyon), 호...
    Date2023.12.22 Category기타 By창공 Reply31 Views497 Votes0 file
    Read More
  15. <창칼 20> 발바닥 사랑과 별과 팔레스타인

    <창칼 20> "발바닥 사랑"과 "별"과 "팔레스타인" 산악인들에게 발은 생명이다. 산을 오를 때 머리가 몸을 인도하고 마음이 또 따라줘야 하겠지만, 결국 오르는 주체는 머리나 마음이 아니라 나의 발과 다리인 것이다. 아무리 머리로 생각하는 산행 계획이나 목...
    Date2023.12.01 Category기타 By창공 Reply8 Views230 Votes1 file
    Read More
  16. <창칼 19> 짜라퉁은 이제 짐 싸고 물러가라!

    <창칼 19> 짜라퉁은 이제 짐 싸고 물러가라! 부제: 지혜완성의 핵심 매뉴얼(= 반야심경)과 자연과학의 만남 (반야바라밀다심경(般若波羅蜜多心經) : 반야 = 지혜; 바라밀 =완성; 심 = 핵심; 경 = 메뉴얼) 최근에 양자 물리학, 상대성 이론, 우주과학, 그리고 ...
    Date2023.11.14 Category기타 By창공 Reply5 Views252 Votes0
    Read More
  17. <창칼 16> 별(別)얘기 아닌 별 이야기

    <창칼 16> 별(別)얘기 아닌 "별" 이야기 때는 지난 주 금요일 밤 9시, 장소는 집에서 230마일(=370 km) 떨어지고, 해발 6천피트(=1900m) 이상 올라간 세코야 국립 공원(Sequoia National Park) 내의 어느 한 지점. 차박을 같이 하기로 한 동료 산악인의 차는 ...
    Date2023.10.21 Category기타 By창공 Reply14 Views331 Votes0 file
    Read More
  18. (가상현실) 분쟁조정 위원회 회의

    분쟁 조정 위원회가 열렸습니다. 언제?: 예수탄생으로부터 2023년이 되는해 9월말 스산한 바람이 부는 초가을 저녁 어디서?: 사노제, 캘리포니아 분쟁 당사자 거주지 자택 무엇을?: 사기결혼 어떻게?: 과학적, 논리적 근거없이 무조건 까발려 주장하기 왜?: 조...
    Date2023.10.18 Category기타 By보해 Reply6 Views238 Votes0 file
    Read More
  19. <창칼 15> 길들여지길 거부하고 거친 야성으로 사는 자여, 그대는 누구인가?

    <창칼 15> 길들여지길 거부하고 거친 야성으로 사는 자여, 그대는 누구인가? <부제>: 꼰대와 초인의 경계에 서서 < 밤에는 태양을 보고 낮에는 별들을 품으며, 한 겨울의 눈을 뚫고 거친 바위 위에서 꽃을 틔우는 이름모를 풀꽃이여, 그 거친 숨결을 내가 흠모...
    Date2023.10.13 Category기타 By창공 Reply7 Views408 Votes0 file
    Read More
  20. Bay 12景

    어제 못 본 Mission Peak 보름달을 아쉬워하다 bay 지역의 그 외 아름다운 풍경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제 맘대로 화투에 비견하여 Bay 12경을 선정해 보았습니다. 명절인데 화투너머로 가족과 함께 오고 가는 금전 속에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1월 제가 좋...
    Date2023.10.01 Category기타 ByYC Reply6 Views274 Votes0 file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Next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