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저래 왠종일 바빴던 오늘 일요일.
이제사 집에 돌아와 어제 다녀왔던 Portola Redwoods State Park의 Peters Creek Loop 까지의 즐겁고 행복했던 번개산행을 반추해 봅니다.
아침 Portola로 향하는 35번 Skyline길에 안개가 제법 자욱했지만 참가회원님들이 집결시간보다 꽤 이르게 속속 도착.
다른 산행때와는 사뭇 다르게 "빡센산행에 함 멋있게 도전해 보겠다"는 뭔가 결기 비슷한 기운이 출발전 횐님들로부터 많이 느껴졌습니다.
이 정도의 긴장감이면 오늘 산행은 아주 괜찮겠다는 직감이 바로 왔지요.
O.K. 출발합시다요.
(01) Park Visitor Center로 부터 아스팔트길인 Service Rd를 피해 두어개 짧은 trail (0.5 마일)을 통하여 Summit Trail 초입에 들어섰습니다.
가을 낙엽길처럼 나름 정취있는 오르막길(0.8 마일) 입니다.
(02) Summit Trail의 정점을 지나면 곧 Slate Creek Trail을 만나 경사가 완만한 이 trail로 Slate Creek Trail Camp 까지 (1.3 마일) 가게 됩니다.
Summit Trail을 오르면서 자연스레 다듬어진 이런 대오가 이번산행 끝까지 흐트러짐없이 정연하게 유지됨을 보고 저 혼자 속으로 많이 놀랐습니다. 와우~
(03) 오거리인 Slate Creek Trail Camp 에서 Bear Creek Trail (2.6 마일)로 들어서면 이런 경고판이 턱 버티고 있습니다. 그러나 횐님들의 표정은 "뭐 별 웃기는 걸 다 세워놓았네!" 였습니다. 제대로 발동걸린 횐님들의 컨디션은 이즈음 말그대로 "최고조"...
(04) Water Break at Bear Creek Trail. 배낭들 다 벗어놓고 recharge 충분히 한 번 시킨 후 고고싱~
(05) Bear Creek Trail 옆 사면에 내팽겨쳐져 있는 a wrecked classic car. 횐님들간에 "저 차가 어쩌다 이 깊은 산중에서 저렇게 되었을까?" 를 알아맞추는 개임이 한동안 진행되었습니다. 각양각색의 추론이 제기되었지만 (그중에서 좀 유력했던 것은: 옛날에 어느 돈 많은 이와 그 ex-여동생이 저 차에 타고 있었다....) 승자는 아직 못 뽑았네요. 조금전에 재미로 인터넷을 슬쩍 검색해 보니 이 차가 "40년대말에서 50년대초 vintage"라는 정도만 나와 있는데, 왜 이차가 여기에 있는지는 다음에 Portola SP에 가서 Ranger한테 물어보는 것이 제일 빠를 것 같네요.
(06) 오늘 참가하신 횐님들 모두가 이 차를 좋아했습니다. 흠~ 오늘 산행참가 횐님들의 연령으로 보면 이 classic 차가 편하게 느껴질 법도...암튼 오늘 산행기념촬영은 이 차 앞이 최고라는 중론으로 한 커트.
(07) 다시 목적지를 향해 고고. 이 지점으로부터의 Bear Creek Trail은 자주 overgrown이 되는 곳이지만 trail crew들이 나름 정리를 잘 해 놓아 이번 산행에는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연도에 새파란 poison oak이 무성하고 가끔 엉겅퀴 바늘들이 살을 살짝살짝 찌르기도 했지요.
(08) 드뎌 Peters Creek Loop Trail (1.0 마일) 에 도착했습니다. Grove의 짙은 수목들이 原初的인 정취를 물씬 풍깁니다. 더불어 "시장하다"는 횐님들의 原初的인 외침도 들리기 시작합니다.
(09) 네, 불변의 원칙은 "금강산도 식후경"이지요. 분명 조그만 backpack 하나씩 짊어지고 오셨는데 어딘가로부터 한도 끝도 없이 나오는 먹거리들. 오늘따라 건강식품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산소리님께서 왜 건강유지에 탁월하신지 오늘 횐님들이 그 진짜 비결을 알게 되었지요. 히말라야소금? 다 소용없습니다. 정답은 건강식 꼬박꼬박 챙겨주는 ex-여동생이 많아야 합니다. ㅎㅎ
(10) 산소리님은 New Jersey에 가셨다가 거기서도 짬내어 산행하시고 산행전날 밤 12시 넘어 귀가하신 후에 잠도 제대로 못 주무시고 아침도 안 드신 채로 이 산행에 참가하셨다네요. 그런데 오늘 확실한 "The Man of Portola Hiking" 이셨습니다. 다른 횐님들이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로 막강한 에너지를 보여주셨지요. 산소리님께서 New Jersey에서 특별히 공수해 오셨다는 NJ Blueberry! 저는 속으로 "산소리님 저 에너지가 혹시 여기서 나오는 게 아닐까"하고 이 blueberry를 슬금슬금 제가 거의 다 먹어버렸습니다. (길동무도 남몰래 은근슬쩍 한움큼 집어다가 제 입으로 콱 밀어넣어주기도 했습니다만...왜 그랬는지는 저도 몰러유...)
(11) Peters Creek Loop에서는 1세대 redwood를 꽤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Peters Creek Crossing 근처에서 멋있게 뻗어나 있는 Big Tree와 그 뿌리를 감상하고 계신 횐님들..
(12) 점심 식사후 다시 본격적으로 시작된 산행. 아침을 쫄쫄 굶으셨다가 점심 드신 후부터는 원기가 말도 못하게 왕성해지신 산소리님.
Big Tree가 넘어져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하더라도 그냥 맨몸으로 이처럼 뚫고 지나셨을 듯... 가장 힘든 오르막에서는 다른 횐님들이 pace 감당이 안 될 정도로 혼자서 넘 앞으로 나가시기도...그 에너지!! 정말 연구대상!!
(13) 벌레만 봐도 기겁을 하는 사람이 이런 데만 나타나면 요런 간 큰 행동을 하지요. 왜 멀쩡한 trail 놔 두고 남의 애간장을 태우게 하는지..
이런 사람 우리 산악회에 한 분 더 계십니다. 그분 닉네임이 "수지"님이라고 하지 아마...
(14) 우리라고 뭐 밋밋한 trail만 걸을 수 있나...동심의 세계에서 두번째 Peters Creek Crossing을 이처럼 shortcut으로 도강합니다.
(15) Peters Creek Loop을 벗어나면 다시 Bear Creek Trail 오르막. 전 코스중에서 가장 힘든 구간입니다. 특히 이 구간때문에 제가 산행안내에다 "힘듬"이라고 썼었는데 횐님들의 가쁜한 이 구간 산행이 나를 정말 무안하게 만들었습니다. 마땅히 "쉬움"이라고 썼어야 했었나? 무심님께서 선두에서 힘차게 대오를 이끌고 계십니다. 와우~
(16) 오르막 구간을 끝내고 잠시 쉬는 동안 내가 쪼금 걱정이 되어 여쭈어 봅니다: "힘들지들 않으세요? 그 대답은 "참 어처구니 없는 질문같다"는 이분들 표정입니다. 헉, 죄송합니당~
(17) 오르막을 지나 돌아오는 산행은 한결 여유로와 집니다. 이제 힘든 구간도 별로 없지만 설사 있다하더라도 전혀 염려가 되지 않습니다. 횐님들의 산행실력에 확실한 믿음이 갔기 때문이지요. 햇볕이 잔잔하게 뿌려지는 푸르고 짙은 숲사이로 온종일 산들바람이 기분좋게 불어줍니다.
(18)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있는 수많은 젊은 redwood들. 한마디로 "싱그럽다." 입니다.
(19) trail 연도에 많이 자라고 있는 산딸기들. 아직 맛이 시지만 좀 있으면 hiker들의 입을 한결 즐겁게 해 줄 것 같습니다.
(20) 거의 7시간의 산행후 드디어 차들을 주차해 놓은 Tan Oak Picnic Area 로 돌아왔습니다. 길동무님이 정성스레 준비해 온 시원한 수박으로 마지막 열기를 식히며 담소.
(21) 참가 회원 전원을 찍은 유일한 사진. 같이 산행하신 횐님들 여기가 어딘지 아시죠? 저의 미천한 사진기술 때문에 주제가 완죤 사라졌네요. 그러나 여러모로 정말 행복했던 산행이었습니다. 산행하면서 번개공지를 잘 올렸다는 생각을 몇번이나 했었지요. 건강하고, 오붓한 즐거움을 시종 느꼈습니다. 산소리님, 무심님, 호반님, 아지랑님, 자연님, 그리고 길동무님...행복한 즐거움 많이 나누어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