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랑님이 올리신 Round Top & 4th of July Lake 산행 공지. 매년 겨울 Lake Tahoe에 너무 자주 가다보니 Tahoe 근처 산행은 항상 얼른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하지만 길동무가 야생화를 엄청 좋아하는데다가, 또 Kirkwood 에서 스키탈 때마다 바로 이웃에 멋있게 솟아있는 Round Top Peak에 언제 한 번 올라봐야지 했던 기억들이 결국 산행참가를 하게 했다.
산행에 참가하기를 정말 잘 했다. 1박 2일의 비교적 수월했던 발품에 비하면 참으로 과분하게 여러가지를 만끽하게 해 준 아주 멋진 산행. 이번에 처음으로 가 본 이 산행코스는 앞으로 길동무와 나의 연례산행지의 하나가 될 것이다. 아직 안 가 보신 횐님들께도 강추하면서 몇 마디 산행후기를 적어 본다.
(1) 이번 산행에 참가한 일곱 회원중 길동무와 나를 제외한 나머지 다섯 분은 금욜 새벽에 Bay Area를 출발, Woods Lake Campground (야생화계절에는 아주 인기 있는 캠프장이라 금요일 오전이면 Full이 된다고 한다) 에서 1박하고 토욜 아침 Carson Pass Visitor Center Trailhead 에서 Round Top Lake로 먼저 산행을 시작. 길동무와 나는 토욜 아침 10시경 도착해서 Round Top Lake Trail (토요일밤 캠프장인 Round Top Lake 로 직행할 수 있는 가장 짧은 trail, 2.5마일, trailhead: Wood Lake 캠프장)로 backpacking 시작. 집에서 출발하기 직전 최종 체크해 보았던 일기예보대로 산행하기에 최상의 날씨 (70 F, 맑음).
(2) 숲길을 반 마일쯤 오르니 Woods Lake와 주변의 모습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 조그맣지만 숲으로 둘러싸여 아주 호젓해 보이는 Woods Lake.
(3) trail의 경사가 꽤 급한 곳들이 간혹 있어 backpack을 짊어진 숨결이 때때로 가빠지지만 맑은 계곡물 소리와 더불어 펼쳐지는 야생화 꽃밭들이 힘을 북돋아 준다.
(4) trail을 1마일쯤 오르면 Lost Cabin Mine이라는 지점. 여기에도 오래된 wrecked car이 있다. 지난 주말 Portola SP에서 본 내버려진 자동차에서처럼 뭔가 심상찮은 behind story가 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누군가가 이래저래 차의 골격을 짜 맞추어 놓은 것이 재미있다.
(5) Treeline을 벗어나면 확 트이는 시야. Round Top (왼쪽)과 The Sisters (오른쪽) 뽕우리를 비롯해 여러 가슴 두근거리게 하는 원근의 경치들이 눈에 들어오고 목적지인 Round Top Lake도 점점 가까와 온다.
(6) 드뎌 Round Top Lake 캠프장에 도착. 먼저 도착하신 횐님들과 반갑게 만나 자연님이 만들어 놓은 나무 그늘 사랑방에 둘러 앉아 담소하며 휴식. 올라오시면서 이미 야생화에 흠뻑 취하신 한솔님은 여기서도 계속 꽃밭에 앉아 계신다. (근데 한 사람만 뺀 모두가 senior coffee 마실 자격을 갖춘 할미꽃들이라는…ㅎㅎ)
(7) 캠프장 건너편으로 보이는 Round Top Peak (10,382 ft).
보스톤님과 한솔님은 backpacking을 하지 않으시기로 하고 오셔서 오늘 오후까지dayhike만 하시고 Woods Lake에서 캠핑하신단다. 그래서 오늘 오후 산행지 선택권을 한솔님께 드렸다. 한솔님은 원래의 계획이던 4th of July Lake보다 Round Top Peak등정을 선호하신다. 정상에서 모든 것을 함 내려다 보고 싶다는 역시 사나이다운 선택. 오늘밤 여기서 캠프할 사람들은 내일 아침 4th of July Lake 에 갔다오기로 하고 한솔님을 따라 나선다.
(8) Round Top Peak으로 출발하며 Round Top Lake를 배경으로 기념사진 한 장. 여기서 정상까지 왕복 약 4마일. 자 모두들 즐겁고 무사히 잘 다녀옵시다!!
(9) 지금까지 짊어지고 왔던 backpack의 부담들이 이제 없어지다보니 모두들 한 달음에 정상에 오를 듯 몸이 가볍다. 그러나 그런 기분은 여기까지…
(10) 계속되는 오르막, 점점 거칠어 지는 trail. 무거운 짐없이 올라가기에도 그리 만만치는 않다. 천만다행으로 날씨는 맑디 맑지만 적당한 기온이 시원한 산바람과 더불어 땀도 별로 나지 않게 해 준다.
(11) 아래에서 쳐다볼 때는 오르는 사람들이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았는데 trail에서 꽤나 많은 hiker들을 만난다. 만나는 사람마다에게 말을 건네주는 채팅의 달인 한솔님과 두루님. 앞으로 남은 trail과 정상부쪽의 사정들도 꼬치꼬치 물어 보고… 와우~ 북쪽 저멀리로 드디어 Lake Tahoe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
(12) 정상부에 가까와 지면서 trail은 완죤 돌무더기 길로 변한다. Mt Dana, Mt Hoffmann, Mt Whitney 등의 정상부 돌무더기길에서 단련된 길동무의 산행실력이 여기서 단연 돋보인다. (ㅋㅋ 나는 여기서 팔불출이 되고…)
(13) 선명하지도 않은 돌무더기와 바윗길 trail을 모두들 한창 끙끙거리며 힘겹게 올라가고 있을 무렵 천사같은 미소를 머금은 6살짜리 꼬마 아가씨 하나가 짠~하고 나타났다. 헐~ 거기다가 등산화도 신지 않고 걍 sandal 바람으로…한솔님께서 참으로 존경하는 눈으로 이 꼬마 아가씨를 쳐다 보신다. 그리고 이 이후로는 아무도 힘들다는 말씀을 입밖으로 내지 않았다.
(14) 6살 짜리 꼬마 아가씨로부터 자극을 단단히 받은 한솔님을 비롯한 횐님들, 정상까지 마지막 남은 오르막을 이를 악물고 오르고 계신다. 근데 여기가 단순히 그냥 오르기만 하면 되는 곳이 아니다. 다음 사진 같은 아찔함도 수반되니까...
(15) 여기서 저 아래 나무숲까지는 족히 1,500 ft는 될 것 같고 여기서 미끄러지거나 헛디디면 저 아래 나무숲까지 직행한다는…후덜덜…
(16) 그러나 불굴의 우리 용사들도 드디어 Round Top 정상에 올랐다. 여기서는 발 아래 사방으로 펼쳐지는 파노라마를 이 두 분처럼 걍 넋놓고 앉아 쳐다보고 있을 수 밖에 없다. 이 멋진 경치는 정상에 오른 성취감과 더불어 그 과정의 모든 노고를 깨끗이 날려 버린다.
(17) Round Top Peak에서 본 북쪽 모습. 바로 앞으로 조그맣게 보이는 Woods Lake, 왼쪽의 Black Butte와 Caples Lake, 오른쪽 멀리의 Lake Tahoe와 Mt Rose, 그 왼쪽으로 보이는 Mt Tallac과 Pyramid Peak 등등..
(18) Round Top Peak에서 본 서쪽 모습. 앞쪽의 The Sisters, 그리고 뒤쪽 건너편으로 Kirkwood 스키장 슬로프들이 보이고 내가 좋아하는 The Wall도 보인다. 눈이 덮혀 있지 않은 이곳 모습은 처음이라 생소하게 느껴진다.
(19) Round Top Peak에서 남동쪽으로 본 모습. 전에 가 본 적이 있는 Upper/Lower Blue Lakes의 파란 물빛이 단연 돋보인다. 그 왼쪽 옆의 The Nipple과 Lost Lakes. 곁에서 보면 넓은 호수와 높은 산인데 여기서는 이렇게 아담해 보인다.
(20) Round Top Peak에서 북동쪽으로 본 모습. 내가 서 있는 이 Round Top의 눈 녹은 물이 그대로 흘러들어 가 만들어진 Winnemucca Lake, 그리고 멀리 뒤쪽으로 보이는 Carson Range의 최고봉 Freel Peak (10881 ft). Heavenly 스키장에서 늘 눈 덮인 모습만 보다가 여기서 이렇게 맨얼굴을 보니 사뭇 낯설다.
(21) 자~ 이제 내려 갑시다. semi-Xcontury를 해야하는 이 바윗길 구간은 내려올 때가 올라갈 때보다 더 조심스럽다. 발목이 편치 않으신 두루님이 좀 걱정되었지만 한발짝 한발짝 무난히 하강. 주황색과 노란색의 마른 이끼들로 수놓아진 이 구간은 Kings Canyon의 Painted Lady를 많이 생각나게 했다.
(22) 모두들 어려운 구간을 잘 내려왔다. The Sisters 아래 경사면을 아직 뒤덮고 있는 두꺼운 눈밭에서 무사하강기념 사진 한 장. 여기에서부터 눈미끄럼 (glissading)을 타고 내려가고 싶은 유혹이 모두에게 진하게 있었지만 경사면 마지막 부분이 거의 절벽수준의 낙하. 곤두박질이 분명한 만큼.. 포기!!
(23) 이제 우리가 출발했던 Round Top Lake도 점점 가까와져 온다. 호수 왼쪽편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우리들의 텐트들도 선명히 보이기 시작하고…
(24) Round Top Lake 사랑방으로 다시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한 후 Woods Lake 캠프장으로 내려가시는 보스톤님과 한솔님을 배웅. 내일까지 같이 산행하시면 좋을텐데... 내일은 산행대신 횐님들 점심식사를 준비해 놓으시겠단다. 아쉽고 고맙습니다. 그러나 오늘 산행의 즐거움을 만끽하신 것 같아 그나마 다행스럽다.
(25) 낮동안 제법 불던 바람소리 조차 잦아든 고요한 Round Top Lake 캠프장의 밤. 맑은 밤하늘을 가득 메운 수많은 별들과 선명한 은하수가 동심이 된 마음들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단잠들을 자고 일요일 아침 일찍 4th of July Lake 로 향한다. 어제의 Round Top등정과는 달리 여기는 1,000 ft 정도를 내리 내려가야 한다. 4th of July Lake 에서 캠프하고 올라오는 backpacker들과 아침 인사들을 나누고…
(26) 4th of July Lake로 내려가는 언덕 사면은 한마디로 들꽃의 천지. 어제 지나온 trail 주변의 들꽃들도 장난이 아니었지만 여기는 판이 완전히 다르다. 전에 몬타나주 국경 근처에서 만났던 끝없는 들꽃밭, 작년 알프스 산록에서 누렸던 그 들꽃길들, 그리고 여기…평생토록 기억될 들꽃들의 향연이다. 횐님들의 감탄은 그림처럼 자리하고 있는 4th of July Lake에 이르도록 끊임이 없다.
(27) 4th of July Lake에 이를 무렵 trail은 짙은 ponderosa 소나무숲으로 들어간다. 횐님들의 끊임없던 들꽃 감상과 들꽃 이야기들도 여기서부터 잠시 휴식.
(28) 4th of July Lake 호변. 여기까지 내려오면서 들꽃에 취해버린 탓인지 횐님들의 mood가 차분하면서도 상당히 up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모두들 계속 하는 말 “참 잘 왔어요!”
(29) Round Top Lake에서 4th of July Lake까지는 왕복 4마일 남짓의 거리. 그러나 돌아오는 길은 줄곧 오르막이다. 어쩌면 빡센 길일텐데 들꽃 감상하면서 오다보니 오르막이란 것도 잊어버리고 숨가쁜지도 모르고 올라왔다. 거의 다 올라왔을 무렵 Kirkwood 스키장의 전라(全裸)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인다. Lake Tahoe 지역의 스키장중 Kirkwood의 적설량이 가장 많다. 이곳의 풍요로운 들꽃도 아마 이 지역의 풍성한 적설량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30) 캠프장으로 돌아와 하산하기 전 Round Top Lake를 배경으로 한 컷. 풍요로운 들꽃에서 전해 받은 풍요로움이 모두의 마음에 가득하다. Well, it’s time to leave…
(31) 아지랑님, 두루님, 자연님은 어제 우리가 올라왔던 Round Top Lake Trail로 해서 보스톤님과 한솔님이 기다리고 있는 Woods Lake 캠프장으로 내려가고, 길동무와 나는 어제 놓친 Winnemucca Lake를 거쳐 캠프장으로 합류하기로 했다. Trail을 내려오다 어제 우리가 등정했던 Round Top Peak을 올려다 보며 작별인사를 한다. 내년 들꽃철에 꼭 다시 오마…
(32) Winnemucca Lake에 접근하며. 이 호수도 참 예쁜 호수이고 캠프장도 호변의 아름다운 곳에 자리들 하고 있었다 .
(33) Winnemucca Lake 에서 Woods Lake 캠프장으로 내려가는 trail (Winnemucca Lake Trail) 도 들꽃이 장난 아니다. Woods Lake로 흘러가는 싱그러운 계곡을 따라가는 trail의 경사도 Round Top Lake Trail보다 훨씬 완만한 편이다. Dayhiking을 원하시는 분들께는 Woods Lake--Winnemucca Lake--Round Top Lake--Woods Lake 의 loop도 권해 보고 싶다.
(34) Trail이 Woods Lake 숲속으로 접어드는데 길동무가 얼마나 남았냐고 자꾸 보챈다. 갑자기 몸에 이상이 생겼나 염려되어 물어보니 이런! 배가 고파서 그렇단다. 보스톤님과 한솔님이 준비해 주시는 점심을 맛있게 먹으려고 모두들 trail food는 지금껏 삼가하고 있었다는…
(35) 산행도중에 시시한 것 안 먹고 배 고픈 것 참으면서 온 보람이 여기에 확실히 있었다. 보스톤님의 우거지국, (70%는 한솔님 작품이라고 한솔님 본인이 박박 우기셨지만) Oh My God!! 시장이 반찬이라서가 아니라 정말 정말 맛있었다. 꽃구경하느라 늦게 도착한 우리 기다리느라고 아직 식사도 안 하고 계셨던 횐님들. 죄송 그리고 감사. 산행하고 돌아오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점심까지 챙겨 주신 보스톤님과 한솔님께 특별히 감사. 이런 멋진 산행을 위해 두번씩이나 사전현지답사까지 해 주신 아지랑님과 두루님께도 심심한 감사. 항상 산행길을 즐겁게 해 주시는 사랑방 안주인 자연님께도 무한한 감사…
참으로 알차고 즐겁고 따뜻한 산행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