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9일 – 9월1일: Glacier National Park, Montana
보다 본격적인 산행들을 앞두고 Spokane에서 이런저런 충전을 시킨 후 다시 차를 몰아 드디어 Glacier National Park에 도착. West Entrance에 있는 Apgar Village에서 Lake McDonald와 Glacier NP의 고산들이 만들어 내는 장관에 우선 넋을 잃다. 어떤 자연의 setting을 대하면서 인공이 전혀 가해지지 않은 그 자연만의 조화로움에 새삼 신기해 하고 놀라워 할 때가 많다. 그게 바로 자연의 모습이고 자연의 힘일진데…암튼, 이 자리는 우리를 한참동안이나 멍청하게 앉아 있게 만드는 그런 곳이었다.
다음날 아침, Glacier NP의 동서를 관통하는 Going-to-the-Sun Road를 따라 그 정점인 Logan Pass로 가다. 이번 여행의 본격적인 첫산행으로 Glacier NP가 자랑하는 Highline Trail을 걷기 위함이다.
Highline Trail을 semi-loop으로 돌기 위해 우리는 Going-to-the-Sun Road의 The Loop이라는 곳에 차를 두고 공원의 shuttle bus를 이용해 Logan Pass로 왔다. 8월말 shoulder season의 평일 아침인데도 주차장이 꽤 붐빈다. 하긴 지난번에 피크시즌에 왔다가 주차하느라 애먹었던 것에 비하면 널널하다.
Logan Pass에 있는 Highline Trail의 trailhead. 이 trail의 당일치기 코스는 두 가지가 있다. Granite Park Chalet까지 왕복하는 방법 (7.6 X 2 = 15.2마일) 또는 Granite Park Chalet까지 가서 The Loop으로 내려가는 방법 (11.6마일). 우리는 The Loop 코스에 Grinnell Glacier Overlook까지의 Garden Wall Trail (왕복 1.2 마일)을 포함시켜 모두 13마일 정도를 걷기로.
Logan Pass의 trail 초입부. 오른쪽으로 주욱 이어진 높은 암벽산들 (=The Garden Wall) 아래로 Highline Trail이 나 있다. 숨을 탁 트이게 하는 경치, 몬타나의 Big Sky, 쾌적한 날씨, 신선한 공기… 최상의 산행조건!
곧 시작되는 본격적인 Highline Trail. 왼쪽의 가파른 벼랑 아래로 우리가 자동차로 올라 온 Going-to-the-Sun Road가 구불구불 지나고 trail 오른쪽편 암벽에는 잡고 갈 수 있는 캐이블이 주욱 설치되어 있다. 조심을 요하는 꽤 아슬아슬한 trail임에도 우리는 펼쳐지는 자연 경관에 줄곧 시선을 빼앗기고 만다.
Glacier NP에서 Highline Trail이 인기를 끄는 주된 요인은 물론 확트인 trail을 따라 전개되는 이런 대자연의 경관일 것이다.
더불어 이 trail 자체의 성격도 아주 독특하다. Highline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 trail은 높은 고도에서 시작해서 끝까지 큰 고도의 변화없이 진행된다. 때문에 trail 아래를 쳐다보면 아찔하지만 시종 편하게 걸으면서 view들을 하나하나 감상할 수 있다. 당일치기 산행으로는 거리가 좀 긴 편이기는 해도 내동생의 표현처럼 “경치보느라 바빠서 힘들 틈이 없다.”
가다가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본다. 중앙의 우뚝 솟은 봉우리 아래가 Logan Pass, 왼쪽 사면으로 Going-to-the-Sun Road가 올라가고 있고, 그 위로 Highline Trail이 가느다랗게 보인다. 오른쪽에 있는 깎아지른 산이 Mt Oberlin. 산꼭지에서 아래쪽 계곡까지가 수직으로 1 Km쯤 된단다.
빙하가 오랜 세월동안 만들어 놓은 건너편 산의 여러 이채로운 모습도 보인다.
굽이가 바뀔때마다 새롭게 나타나는 장관에 새로운 탄성이 더해지고..
드디어 Trail옆 벼랑의 경사가 조금씩 완만해 지는가 싶더니..
이제 trail 옆으로 걸터 앉을 만한 공간도 나온다.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대충 여기가 점심 먹으며 좀 쉬어가는 곳인 모양이다. 여러 사람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trail옆 여기저기 바위에 걸터앉아 요기를 한다.
다시 계속되는 Highline Trail. 그러나 이제는 가파른 긴 벼랑길을 벗어나 경사가 완만한 산록으로 들어서서 한결 안심하고 걸을 수 있다. 뒤돌아 본 The Garden Wall. 와~ 지금까지 우리가 저 거대한 암벽산 사면을 그대로 가로질러 왔단 말인가..
살이 통통한 bighorn sheep 들도 이즈음 여기저기서 우리를 반기고..
이윽고 Highline Trail에서 급경사의 산등성이로 꺽어서 올라가는 trail하나가 나타난다. Grinnell Glacier Overlook으로 가는 Garden Wall Trail이다. 지금까지 나름 평탄하게 걸어오던 터라 이 갑작스런 경사가 우리에게 적지않은 부담이 되어 보인다. 그러나 아무도 포기 않고 Let’s Go!
왕복 1.2 마일의 짧은 trail이지만 역시 급경사길은 많은 체력을 요구했다. 그러나 산너머에 있던 이 장관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우리 모두의 탄성과 함께 그 모든 피로감은 온데간데 없다. 거대한 Grinnell Glacier, 그 빙하가 만든 예쁜 빛갈의 빙하호, 깊고 그윽한 계곡, 그리고 그들이 가져다 주었던 감흥. 아직 기억속에 또렷이 남아 있다.
Granite Park Chalet에 도착해 The Loop으로 내려가기전 다시 한 번 우리가 걸어 온 Highline Trail을 되돌아 본다. 그야말로 대단한 스케일을 가진 참 멋진 trail이다.
Highline Trail 산행 다음날, 우리는 Going-to-the-Sun Road를 따라 그 주변을 구경하기로. 50마일 길인 Going-to-the-Sun Road 자체가 “most scenic mountain drive in the US”라고 알려져 있듯 이 길을 운전하면서 감상할 수 있는 산간 경치는 대단하다. 여기는 The Triple Arches.
Logan Pass 동쪽에 있는 암벽 터널.
눈이 거의 다 녹아버린 지금도 폭포같은 물줄기들이 여기저기에서 Going-to-the-Sun Road로 떨어진다. 지난번 이른 시즌에 왔을 때는 수없는 이런 계절성 폭포들이 산록에서 그리고 도로변에서 떨어지는 것이 참으로 볼 만 했다.
두 봉우리가 절묘한 대칭을 이루기도 하고..
Going-to-the-Sun Road가 동쪽의 St Mary Lake에 가까와 질 무렵 간단한 하이킹 (왕복 2.5마일)으로 St Mary Falls 와 Virginia Falls를 방문. St Mary Falls는 낙차가 크지는 않지만 물줄기에 엄청난 에너지가 있어 무지 큰 소리를 내며 세차게 떨어진다.
trail을 따라 좀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골짜기에 감춰져 있는 Virginia Falls.
꼴랑 50마일인 Going-to-the-Sun Road를 따라 이곳 저곳 둘러보는데도 하루해가 걸린다. 아침에 서쪽에 있는 Lake McDonald를 떠나 동쪽의 St Mary Lake 옆에 있는 Sun Point에 이를 무렵 해는 어느듯 서쪽으로 기울어 가고..
Sun Point에서 보는 해지는 경치가 좋아 우리는 내친 김에 일출까지 보려고 다음날 이른 아침 Sun Point로 다시 왔다. 동쪽하늘에 깔린 구름이 온전한 해의 모습을 좀 가리기는 하지만 고요한 St May Lake의 일출은 멋있다.
Sun Point 일출을 관망한 후 우리는 Going-to-the-Sun Road를 빠져나와 Glacier NP의 또 하나의 지역인 동쪽의Many Glacier Valley로 가다. 오늘은 이 valley에서 유명한 Iceberg Lake로 산행을 한다. Many Glacier Valley입구에 있는 Lake Sherbrune에서 잠시 먼 경치를 감상.
Many Glacier Hotel. 이 호텔앞 Swiftcurrent 호수가에서 보는 Many Glacier Valley의 경치는 정말 아름답다. 또 다른 자연의 놀라운 조화.
아름다운 valley의 전체 모습을 걍 한 폭의 사진으로 담을 수가 없어 몹시 아쉽다. 하는 수 없이 반쪽씩이라도. Swiftcurrent Lake의 남쪽면.
Swiftcurrent Lake의 북쪽면. 오늘 우리가 산행할 Iceberg Lake는 오른쪽 끝으로 주욱 솟아 있는 암벽산 아래에 자리하고 있다. 중앙에 치솟아 있는 산은 Mt Wilbur. 산꼭지 모양이 요세미티의 Mt Clark을 연상시킨다.
Iceberg Lake Trail (왕복 약 10마일)의 초입부는 확 트여 있어 걸으며 끊임없이 사방의 산간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게다가 이 trail은 디자인을 정말 잘 한 것 같다. Elevation gain이 1200 ft나 되지만 아주 서서히 고도변화를 주어 처음부터 끝까지 마치 평지를 걷는 것처럼 경사가 완만하고 편하다.
Trail의 중앙부는 숲길. 여기저기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있어 물씬 정취도 더해주고 땀 식히기에도 좋다.
숲길을 벗어나면 Iceberg Lake를 둘러 싸고 있는 거대한 암벽 병풍이 눈 앞에 성큼 다가오며 호수의 위치도 대충 가늠할 수 있게 한다. 이 지점에서는 웬지 High Sierra에 있는 Lundy Canyon을 많이 떠 올렸다. Lundy Canyon의 뒷배경이나 그 규모는 여기에 비할 바가 못 되지만..
Iceberg Lake를 향해 마지막 한 걸음 한 걸음. 호수를 사진에서는 많이 봤지만 실물이 몹시 궁금..
와~ 드디어 Iceberg Lake가 멀찌감치 시야에 들어온다. 높이가 1 Km에 달하는 거대한 바위 절벽들이 병풍처럼 싸고 있는 빙하호. 파란색 호수 물빛이 참 예쁘다. 벌써 9월이라 눈과 얼음이 많이 녹았지만 아직 호수위로 그 이름처럼 iceberg들이 둥둥 떠 다니고 있다.
헐~ 지금 9월 맞나? 때아닌 들꽃천지. 여러가지 들꽃들이 호숫가 풀밭을 꽉 메우고 있다.
몬타나가 들꽃으로 유명하긴 하지만 아직 이렇게 풍성한 들꽃을 여기서 볼 수 있으리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암튼 반갑고 좋다.
호변까지 가는 Iceberg Trail의 마지막 부분. 이 멋진 곳으로 편안하게 데려다 준 이 trail이 참 고맙다.
호변에 이르자 추운 것에 무척 예민한 길동무가 후다닥 등산화를 벗어 제쳐 놓고 발을 담근다.호숫물은 무지 차갑지만 그만큼 정겨움을 느낀다는 것이겠지. 호숫가에 앉아 구름따라 변하는 호수물빛을 재미있게 구경하며 점심도 먹고 휴식.
돌아나오는 길. 녹는 눈들이 오랜간 반듯하게 만들어 놓은 거대한 산록이 보기 좋다. 30-40마리의 한 무리 산양떼가 그 가파른 산록을 가로질러 행진하고 있다. 여기서는 단지 점들로 보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