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일– 9월6일: Waterton Lakes-Kootenay-Banff National Park
Glacier National Park를 떠나 바로 국경 너머에 있는 캐나다의 Waterton Lakes National Park 로 왔다. 이 캐나다 국립공원은 사실상 미국의 Glacier National Park와 같은 지역에 있지만 미-캐나다 국경이 나누어 놓은 것이다. 두 국립공원을 합쳐서 International Peace Park 라고 부르며 많은 joint program들을 공유하고 있다. 공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본 Middle Waterton Lake와 이 공원의 상징인 The Prince of Wales Hotel.
이 공원에서 가장 멋있는 view는 아마 Prince of Wales Hotel 앞에서 바라보는 Upper Waterton Lake와 양쪽 고산군들이 만들어 내는 이 한 폭의 정경일 것이다. 오른쪽으로 공원 경내에 있는 Waterton Park Townsite가 보인다.
Waterton Lakes NP에서는 trekking trail들보다 Akamina Parkway (왕복 약 19마일)와 Red Rock Parkway (왕복 약 17.5 마일) 라는 두 자동차 scenic drive 길이 더 잘 알려져 있다. 우리도 여기서는 산행대신 자동차로 이 두 길을 따라 구경하기로 하고 먼저 Akamina Parkway로.
Akamina Parkway의 끝은 Cameron Lake. 보기 좋은 setting 으로 되어 있는 호수다. 하지만 Glacier NP에서는 체감하지 못했던 Labor Day 연휴(캐나다도 미국과 같다) 인파가 여기는 굉장하다. 주차장을 빽빽하게 메운 자동차들의 번호판들 대부분이 Alberta인 것으로 보아 여기는 외지인들보다 가까이 사는 local들이 더 즐겨찾는 공원인 듯. 어쨌든 인파는 역시 번거롭다. 호숫가에 잠시 머물다 다음 목적지로.
Waterton Townsite로 다시 나와 Red Rock Parkway로. 여기는 내키는대로 도로변에 차를 세워가며 경치구경을 할 수 있을 만큼 한산하다.
도로를 따라 나름 아름다운 경치가 많다. 간간히 붉은 색을 띠는 암벽산들도 보이기는 하지만 Red Rock Parkway라는 이름은 어째 좀 걸맞지 않은 느낌. 유타의 국립공원들이나 아리조나의 Sedona 같은 곳을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럴 것 같다.
Waterton Lakes NP를 나와 본격적인 Canadian Rockies를 향해 북상. 지난번 여행때 Glacier NP에서 캘거리를 거쳐 Banff로 가던 길이 별로 재미없었던 것 같아 이번에는 Banff 서쪽에 있는 Kootenay National Park로 직행하기로. 흔히 “The Mountains Meet the Prairie”라 부르는 Alberta주의 서부. 그 평원에 쭉 뻗은 조용한 도로를 시원하게 달린다.
산과 평원이 어우러진 가운데 드문드문 나타나는 캐나다의 평화스러운 농촌 마을들.
그리고 눈을 즐겁게 해 주는 이런저런 풍경들이 연이어 진다.
중도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Canadian Rockies의 서쪽 valley를 따라 계속 북상하다가 Columbia Lake를 만난다.
와~ 이 호수가 바로 우리가 오레곤의 Columbia River Gorge에서 인상 깊게 만나서 I-84를 따라 계속 같이 했던 그 Columbia 강의 근원이구나. 괜히 엄청 반갑다. Columbia 강은 여기서부터 오레곤의 태평양을 만날 때까지 장장 1,200마일을 흘러 여행한단다.
드디어 Kootenay 국립공원에 인접한 Radium Hot Springs라는 resort town에 도착. 우리는 국립공원 경내에 있는 Radium Hot Springs 온천으로 바로 달려갔다.
캐나다 국립공원이 운영하는 온천중 이 온천의 규모가 가장 크다. 역시 나이가 드니 온천이 최고. 서너시간 정도를 뜨뜻한 온천물에 푹 빠져 있었던 것 같다. 그간의 여독이 온천물에 걍 다 녹아 버리는 듯.
다음날 Kootenay NP를 관통하는 93번 도로 (이 도로가 Jasper로 가는 Icefields Parkway가 된다)로 Banff로 향했다. Kootenay NP의 서쪽 입구. 높은 암벽 gorge가 이채롭다.
공원으로 들어서자 Kootenay NP의 수려한 고산경치가 우리 차를 자주 세운다.
고산들은 다시 물빛 예쁜 Kootenay강과 잘 어우러지고. 잠시 강변에 앉아 있노라니 아무런 티도 번거로움도 없는 대자연만 여기 있을 뿐이다. 나의 심신도 덩달아 맑아진다. 그리고 자유로움을 느낀다.
꼭지에 두터운 빙하를 얹고 있는 산들..
중턱에 빙하를 품고 치솟아 있는 산들.. Kootenay NP의 93번 도로도 단연 돋보이는 drive길이다.
우리는 Marble Canyon에 이르러 한 2마일 되는 trail을 산책삼아 걸으며 구경. 세차게 흐르는 빙하천이 깊은 석회암 gorge를 만들어 놓은 계곡이다.
내려다 뵈는 gorge 깊이가 4-50m쯤 된다고 하니 내가 지금까지 본 gorge중에서 가장 깊지 않나 싶다.
Kootenay NP의 동쪽끝에 이르자 Bow Valley의 Castle Mountain이 우리를 반긴다. 다시 만나니 반갑다.
Banff로 들어가기전 우리는 Old Highway (1A)를 따라 Johnston Canyon에 먼저 들렀다. 왕복 3마일의 계곡 trail을 따라 Johnston Falls를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여기는 험준한 암벽 협곡으로 인해 trail 조성을 할 수 없는 곳이 군데군데 있다. 그런 곳에는 이런 인공 철난간 trail로 연결을 잘 시켜 놓았다. 내려다 보는 아찔한 재미도 있지만 이런 노고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멋있는 폭포를 구경할 수 있도록 해 준 것이 고마울 따름.
Johnston Canyon Lower Falls. 다리를 건너 터널을 빠져 나가면 엄청난 에너지의 폭포가 바로 코앞으로 쏟아지고 그 아래로 대단한 소용돌이가 휘몰아 친다.
Lower Falls에서 부지런히 1 마일쯤 더 올라가면 올라오시느라고 수고하셨다는 팻말과 함께 Johnston Canyon Upper Falls가 나온다. 길게 길이로 낙하하는 이 폭포는 아랫 폭포와 전혀 다른 멋과 맛을 준다.
Johnston Canyon에는 Lower & Upper Falls 이외에도 trail 연변에 크고 작은 폭포와 재미있는 gorge가 많다. 또한 travertine algae가 만든 물이 줄줄 흐르는 travertine limestone벽도 곳곳에 보인다. 2000년전 로마의 콜로세움을 만든 바로 그런 암석이다.
Johnston Canyon을 내려와 다시 길을 간다. 도로변 Bow River의 물빛이 참으로 곱다. 이 강으로 인해 더욱 또렷해 보이는 Bow Valley의 정경은 그냥 한폭의 그림. Banff도 이제 지척이다.
Banff 도착. 시내 여기저기를 기웃기웃하며 오후 시간을 보내다. 전에 왔을 때보다 한결 한적해서 좋다. Canada Place에서 Banff Avenue를 바라보며..
Canada Place의 후원인 Cascade Gardens. 잘 조성되어 관리되고 있는 여기의 꽃밭들을 유유자적 거닐어 보는 것도 여행의 피로를 많이 해소해 준다.
다음날 아침, 지금까지 괜찮던 날씨가 흐려지면서 비가 올 것으로 예보되고 있다. 비내리기전 우선 Lake Minnewanka로 가서 좀 걷기로…
아직 인적이 드문 아침 호숫가의 trail. 날씨는 흐리지만 고요한 정경이 보기에 좋아 예정보다 긴 아침 산책을 하고..
Lake Minnewanka 인근에 있는 Johnson Lake에도 들러보다. 호수면에 비친 아름다운 반영이 말해 주듯 참으로 고요하고 아늑한 호수.
다음은 Sulphur Mountain 하이킹. Sulphur Mountain은 유명한 Banff Gondola가 올라가는 산이다. 지난번에 와서 Gondola를 타고 훌쩍 오르내렸을 때의 그 싱거움과 허전함. 이번에는 기필코 발품을 팔기로 하고 trailhead로 왔다. 아직 비는 내리지 않지만 날씨는 잔뜩 찌푸러져 있다. 그러나 산행중 비를 만난다 해도 든든하다. 바로 여기에도 캐나다 국립공원이 운영하는 Banff Upper Hot Springs라는 온천이 있으니까. 온천의 주차장이 곧 Sulphur Mountain Trailhead이다. 비나 눈이 내릴 때의 온천은 맛이 한결 더 나지... 거기다가 산행직후의 온천이라… 벌써 우리의 마음은 산행보다 내려와서의 온천이라는 콩밭에 가 있다.
왕복 8 마일 남짓 되는 trail이지만 switchback이 많고 때때로 가파르다. 그러나 천천히 오르면서 관망하는 view 들은 힘들다는 것을 잊게 한다. Gondola들이 trail 위로 빠르게 지나가고 짙은 구름이 건너편 Mt Rundle을 점점 더 가리고 있다.
Sulphur Mountain Trail에서 내려다 뵈는 Banff 의 전경. Banff 시내와 Tunnel Mountain을 휘감아 흐르고 있는 Bow River의 새파란 물색깔이 특히 아름답다. 반대편 멀리로 아침에 걸었던 Lake Minnewanka도 보이고..
Gondola Terminal 그리고 건너편의 Sanson’s Peak까지 올라왔다. 드디어 하늘에서 비를 뿌리기 시작한다. Terminal Lounge에서 점심을 먹으며 비 그치기를 기다려 보지만 비는 더욱 세차지고 낮게 깔리는 구름안개로 주변 마저 가려 버린다. 뜨끈한 온천이 절로 기다려지는 축축한 날씨. Rain gear를 꺼내 입고 하산시작.
부지런히 걸어 내려와 온천으로. 유황 냄새가 물씬 나는 원천수와 누런 유황 응고물들이 온천의 분위기를 더해준다.
비오는 날 온천을 찾은 사람들이 꽤 많다. 그중 한국에서 온 사람들도 여럿이다. 비가 내리면서 기온마저 뚝 떨어지다보니 모두들 꿈쩍않고 온천을 즐긴다.
다음날 아침 Tunnel Mountain 기슭에 있는 Hoodoos (Crater Lake NP의 The Pinnacles와 비슷한 rock formation이 있는 곳) 와 Bow Falls를 둘러본 후 우리는 다음 행선지인 Yoho National Park로 향했다. Banff를 떠날 무렵 지금까지 흐리던 날씨가 살짝 개이며 파란 하늘을 드러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