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트레일들 #4
9월 6일 – 9월 9일: Yoho National Park-Lake Louise
1번 고속도로를 타고 Banff에서 자동차로 1시간쯤 걸리는 Yoho National Park로 향했다. 오늘은 좀 여유만만한 산행을 하기 위해 먼저 Emerald Lake로. 이름 그대로 고운 Emerald 같은 물빛. 산들이 호수 한바퀴를 빙돌며 감싸고 있는 아주 아늑한 분위기. 어느새 하늘의 구름도 모두 걷히고 비내린 뒤의 청명함이 그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호변을 따라 호수를 일주 할 수 있는 3 마일 좀 더 되는 호젓한 trail을 한가롭게 걷는다. 잘 만들어진 trail 을 따라 보기 좋은 주변 산들과 맑고 고요한 호수가 만들어 내는 아기자기한 경치가 이어지고.
울창한 숲의 푸른 산록, 가파르게 치솟은 암벽산, 그리고 하얀 빙하들…이 모두가 에메랄드속에 녹아 있다.
오후 햇살을 받는 호수가 또다른 신묘스러운 물빛을 띤다. 여기저기 눈사태로 쓸려 내려간 산록에 새 생명들이 자라나는 모습도 이채롭고. 이 모든 것은 그저 자연의 섭리…
Emerald Lake를 돌아 나오다 Natural Bridge라는 곳에 잠시 들르다. Yoho NP를 가로지르는 Kicking Horse 강이 거대한 암벽을 뚫어 재미있게 만들어 놓은 곳. 깊게 패인 gorge 위로 남은 암벽의 일부가 아치형 다리처럼 gorge 양면을 이어주고 있다.
Natural Bridge 아래로 세차게 빨려 들어가는 시원한 강물 줄기.
아직 해가 많이 남아 있어 우리는 Yoho Valley에 있는 Takakkaw Falls를 구경하기로. 지난번 왔을 때보다 수량이 많이 줄어 있다. 그래도 이번 여행 떠나기 일주일전에 가서 봤던 Yosemite Falls 에 비하면 물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Yosemite Upper Falls가 Takakkaw Falls 보다 조금 더 높긴 하지만 두 폭포의 setting은 좀 닮은 데가 있다.
우리가 내일 산행할 Iceline Trail에서도 이 폭포를 관망할 수 있다. 그러나 다시 이처럼 가까이 올 수는 없을 것 같아 기념사진 한 장 찍어두고.
다음날 아침 Yoho NP의 자랑 Iceline Trail을 걷기 위해 다시 Yoho Valley로 들어왔다. 우리는 Yoho Valley, Little Yoho Valley, 그리고 Iceline 을 묶는 14마일 가량의 loop trail을 돌기로. 먼저 Yoho River을 따라 한적한 산책길 같은 trail로 들어선다. Yoho Valley를 에워싸고 있는 여러 빙하들로부터 흘러 내려오는 강물이 마치 연한 파란색을 띤 우유같다.
Yoho River을 떠난 trail은 곧 서서히 올라가는 숲길이 된다. 싱그러운 햇살과 더불어 아침 공기가 더없이 신선하다.
산행객들을 위해 숲길가에 마련되어 있는 휴식 공간. 언뜻 보기에는 큰 통나무를 아무렇게나 잘라 만들어 놓은 것 같은데 앉아 있다 보니 나름 세심한 손길이 많다. 팔걸이하며, 발 놓는 곳에 미끄럽지 않도록 이리저리 홈을 내어 놓은 것까지 고마운 마음이 들게 한다.
Little Yoho Valley로 들어설 무렵 나타나는 Laughing Falls. 이름이 재미있어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궁금해 진다. 얼마동안 폭포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니 웃음소리처럼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ㅋㅋㅋ
어라, Mt Whitney Trail 하고 비슷하게 생긴 곳도 나온다. 여기도 눈녹을 무렵에는 물이 막 넘치는 모양이다.
Trail은 다시 Little Yoho River을 따라 오르기 시작.
저만치로 암벽설산이 가까와지면서 trail의 경사도 한층 급해지고 Little Yoho River의 물살도 한결 세차진다.
와~ 암벽설산 (The President, 3139m)의 아래쪽 빙하도 시야에 성큼 들어 온다. 이제 Iceline Trail 가까운 곳까지 올라온 것이다.
캐나다의 Alpine Club에서 만든 Stanley Mitchell Hut. 여기서부터 Iceline Trail이 시작된다. Trailhead까지 7 마일정도 가야하니 지금까지 한 7마일쯤 걸어온 모양이다. 내내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 왔지만 모두들 피로한 기색이 전혀 없다.
Little Yoho Valley의 시작 지점. 지금까지 급하고 세차게 흘러 내리던 Little Yoho강이 널찍한 산중 meadow를 유유히 휘감으며 흐른다.
Iceline Trail로 들어서자 treeline도 완전히 벗어나 환상적인 건너편 산악경치들이 눈앞에 좌악 펼쳐진다.
구불구불한 trail이 차츰 고도를 높이면서 가려져 있던 주변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우리의 탄성이 더해지고..
Emerald Glacier의 장관도 손끝에 닿을 듯하다. 빙하가 만드는 수많은 작은 폭포들이 곳곳에서 떨어져 이름없는 빙하호들을 이루고 호수들은 다시 개울이 되어 Yoho Valley를 향해 끊임없이 내려간다.
아래쪽에서는 숲사이로 드문드문 모습을 보여주던 The President도 이제 바로 우리 코앞에서 그 멋있는 전모를 드러내 놓는다. 자연현상에 대해 호기심이 많은 길동무가 나한테 이것저것 질문을 한다. 나는 나름 꼬박꼬박 설명은 해 주지만 사실은 모두 뻥이다.
와우! 이제 건너편 저 멀리로 Takakkaw Falls의 모습이 보인다. 여기서 보니 이 폭포의 발원과 진행 과정이 한 눈에 들어온다. 산상의 거대한 빙원 (Waputic Icefield) 에서 녹은 물이 긴 협곡을 거쳐 다시 폭포가 되어 떨어지는 것이다.
이무렵 우리의 산행 mood는 최고조. 산간의 웅장한 경치들에 도취되어 기분이 걍 하늘을 나를 듯. 공중부양… 그러나, 잠시후 사고가 생긴다. 경치에만 눈이 꽂혀 전혀 아래를 보지 않고 신나게 걸어가던 길동무가 trail 위의 돌부리에 탁 걸려 그만 길바닥에 나동그라진 것이다. 가슴이 철렁! 한참만에 길동무가 일어나서 걸음걸이를 해 본다. 발목에 심한 통증. 그러나 완전히 걸을 수 없는 지경은 아니라서 천만다행이다.
어느듯 Takakkaw Falls 가 오후의 마지막 햇살을 받고 있다. Iceline Trail의 하강은 Takakkaw Falls의 거의 정면으로 내려간다. 우리의 눈높이도 폭포를 따라 점점 아래로..
가파른 내리막길을 한걸음 한걸음씩 절뚝거리며 어렵사리 다 내려왔다. 해는 이미 서산 너머로 기울었다. 길동무의 발목 통증은 호전되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염려가 많이 되지만 암튼 오늘밤을 지내 봐야 좀 더 정확한 상태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Yoho NP를 떠나 Lake Louise로 왔다. 길동무의 발목 부상이 더 악화되지는 않는 것 같다. 발목을 심하게 삔 것 같지는 않은데 돌에 걸려 넘어지면서 신경들이 많이 놀랐나 보다. 산행없이 하루를 그냥 푹 쉬었다. 다음날 아침 통증이 많이 호전되어 다시 산행을 해도 괜찮을 것 같단다. 좀 걱정스럽기는 하지만 Lake Louise 에 있는 Beehive Circuit 산행을 하러 나선다.
Beehive Circuit은 Lake Louise 에 있는 몇몇 trail들 (Little Beehive + Lake Agnes + Big Beehive + Plain of Six Glaciers: )을 loop 형태로 이어놓은 훌륭한 산행코스이다. 모두 약 12 마일정도가 되지만 길동무의 상태가 허락하는 만큼 가 보기로 하고 출발. Little Beehive에서 보이는 Lake Louise의 모습.
Little Beehive에서 동쪽 건너편으로 바라보는 경치들도 볼 만하다.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는 없었지만 구름이 모여드는 것이 심상치가 않다.
Little Beehive에서 서쪽으로 보이는 한 폭의 수려한 경치. 왼쪽 아래로 Lake Louise의 끄트머리가 보이고 오른쪽 바위산들 사이로 Lake Agnes가 보인다. Lake Agnes 왼쪽옆으로 동그스럼하게 볼록 솟아 있는 봉우리가 Big Beehive. 그 꼭대기의 전망대 지붕이 하얀 점처럼 보인다. 우리가 곧 여기로부터 Lake Agnes를 거쳐 올라갈 곳이다. 뒷편의 Victoria Glacier 쪽으로 낮은 구름 안개가 점점 짙게 깔리고 있다 .
아담한 산간호수 Lake Agnes. Trail은 이 호수를 휘감아 Big Beehive로 올라간다. 건너편 호변으로 Tea House가 보이고..
Big Beehive에 올라 Lake Louise를 배경으로. 한폭 한폭 펼쳐지는 절경에 길동무는 발목 아픈 것도 잊은 듯 계속 산행하자고 한다. 오케바리~
Big Beehive를 내려와 Planin of Six Glaciers로 향할 즈음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래도 이제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Trail이 Glacier 쪽으로 향하면서 비가 본격적으로 내린다. 살짝 보이다 감추기를 반복하는 거대한 빙하들. 빗속에서 보아도 멋있다.
또 하나의 Tea House에 이른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세찬 빗줄기를 피하고 있다. 우리도 잠시 숨을 돌린 후 trail의 끝이 되는 빙하 앞까지 계속 전진. 고지가 바로 저기다.
빙하에 가까와질수록 trail이 분명하지 않다. 온통 돌무더기 길이라 X-country를 해서 마음대로 가는 곳이다. Trail의 전구간중 여기가 가장 힘들고 어렵지만 길동무는 이미 깡으로 버티면서 걷고 있는 듯하다. 마침내 Victoria Glacier가 바로 코에 닿는 곳까지 이르렀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나름 성취감을 만끽하다.
비를 뚫고 trail을 부지런히 내려와 Lake Louise에 이르렀다. 산상에서 보다는 구름이 많이 걷혀 있다. 호수 건너편으로 바라다 뵈는 빗속의 Fairmont Hotel (The Fairmont Chateau Lake Louise).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대는 저곳이 오늘은 어찌 이토록 차분하고 운치있어 보이는지.. What a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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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즐감 했슴다. 저는 2박3일 요세미티 갔다와서 감기몸살로 고생중인데 참 대단들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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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때마다 사람들이 많이가는 Banff 나 Jasper 는 가도 Yoho National Park 는 시간이 모자란다는 핑계로 생략했었는데,
Yoho NP 도 정말 경치가 좋으네요. (요호 !!!!... 다음엔 꼭 들려야지).
멋진사진 많이많이 퍼 갑니다. 땡큐. 그나저나 길동무님, 삔 발목이 다 나아지셨는지요. 침맞으면 잘낫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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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너무 멋져요.
훌륭한 사진에 자세한 설명까지 있어서 내가 여행을 한 것 같은느낌이 드네요.
길동무님 발목은 어떠신지요.
저는 10월23일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많은 좋은 추억 가지고 .
한국 오실때 뵐 수 있으면 좋겠네요
건강하시고 다음 여행소식 기대할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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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남카라님, 작년에 몇번보고 통 만날 기회가 없었네요. 한국에 돌아가셔도 좋은 추억거리 많이 만드시기 바람니다.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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