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2009.05.27 13:44

Half Dome 올라가기 첫번째

조회 수 3051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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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4일,
밤새 옆 사이트 소란에다 간간이 코고는 소리, 누구라고 굳이 꼬집어 쓰지는 않겠지만 알 사람은 다 아는 새벽녘 소곤소곤...
더군다나 밤새 추울줄 알았는데, 침낭을 너무 좋은 걸 샀는지... 덥다. 
겉옷도 좀 벗고 침낭 지퍼도 내려 서늘한 공기를 피부로 느끼니 좀 살 것 같다.
어쨌건 바뀐 잠자리가 편할 수는 없고, 이틀째 내리 엉성하게 잠을 잔다.

4시에 기상, 간단한 아침요기를 하고 5시전에 캠프사이트를 떠나기로 했지만,
대부분 그 전에 일어난 듯 싶다.
전날 싸서 음식보관함에 넣어 놓은 솔바람님표 샌드위치랑 물, 간식등을 챙겨 넣고 봉우리님이 만들어 오신 갈비탕에 즉석에서 만들어 주신 주문형 달걀 후라이도 하나 먹는다. - 솔바람님 & 봉우리님 감사합니다.

Half Dome 등반을 하기로 한 12명 (솔바람, 봉우리, Sting, 나그네, 보리수, 매튜, 크리스, 산버찌, Iron, Pika &CJ) 은 차 3대에 나누어 타고 길을 나선다. 5시가 채 못 된 시간인데 이미 숲속에도 희미한 빛이 들어온다.

앗~, Ranger station 을 떠나면서 앞자리 봉우리님이 선글래스를 꺼내는 게 보이고... 내 껀?
새벽에 선글래스 꺼내서 텐트 지붕위에 올려 놓았는데, 배낭에 넣은 기억이 없다.
선글래스 없이 하프돔을 오르려니 순간적으로 끔찍하다. 
기꺼이 차를 돌려 주신 우리팀과, 기다려주신 다른 분들에게 정말 면목없고 또 감사합니다.
그놈의 선글래스는, 텐트 지붕에서 굴러 떨어져 주인에게 짓밟혔던 듯... 다리 골절 부상으로 하루 종일 하얀 밴드에이드를 붙이고 있어야 했다.

5시 40분경, Curry Village에 이미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는 Pines팀을 만났다.
강토 등반대장님을 비롯, 일래잼님, 초발심님, 그리고 소나무님과 자녀분 이렇게 6명이 Half Dome 등반팀에 합류한다.
자, 이제 Happy Isles 를 향해 출발~~
그런데 강토님, 이상한 데로 간다. 저건 Curry Village 건물 쪽으로 가는 길인데... 왼쪽으로 꺽어야 한다구요!!! 
어디선가 본건지 들은적이 있었는데... 강토님이 길치라는 게 산행시작 불과 1분만에 뽀록나는 순간이었다. ㅎㅎㅎ
물론 약간 어둑해서 혹은 잠이 덜 깨서 그랬을 거라고 믿는다.  이 후로는 일사천리.
이 자리를 빌어 우리 산악회 18명을 무사히 Half Dome까지 이끌어 주신 강토님께 무한의 감사를 드립니다.emoticon 
- 감사 인사가 넘 찐한가...?


6시 15분. Happy Isles 에서 최종 인원점검을 하고,  Half Dome 에 오르지 않고서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다.
다리를 건너 오른쪽 숲으로 들어가면... 이제 죽어라 오르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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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쯤 올라가니, 첫 이정표가 나온다.  앞으로 8.2 마일...  아자아자!!!
뭐, Mt. Whitney 에 가는 거에 비하면 새발의 피죠 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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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시간 동안 햇볕을 쬐면 피부트러블이 생기는 걸 뻔히 알면서도 이런 공기는 폐뿐만 아니라 피부도 느껴야 할 것 같아 반팔티만 남기고 모두 배낭속에 집어 넣는다.  (예상대로 지금 양팔과 얼굴, 목에 난 rash 땜에 고생중 ㅠㅠ, 모자도 안써서 정수리 부분도 빨갛게 부풀어 올랐다.)
하여튼 공기 좋고, 물소리 우렁차고... 아직은 기운도 펄펄하고,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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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은 편 (오른쪽) 계곡에 서서히 햇살이 비치기 시작한다.
- 저 신록은 가을이 되면 노랗게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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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nal Falls Bridge 부근 일까, 멀리 폭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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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t Trail,  Vernal Fall 에서 날린 물방울로 비온 직후 풍경처럼 상쾌하다.
이번 캠핑- 미스트 트레일 대비, 판쵸랑 배낭커버를 구입하긴 했지만, 전날 밸리를 둘러본 후 예년만큼 수량이 많지 않고 날씨가 좋아 젖어도 금방 마를거라고 혼자 판단, 모두 텐트에 두고 온 나...  머리를 한대 콰악 쥐어 박았다.
그래도 가벼운 바람막이 자켓에 왠만큼 방수되는 바지를 입은 탓에 입수한 정도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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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nal Fall top.  여기까진 전에도 오른 적이 있어서 아직 설레임이 덜하다. 
하지만 누가 이런 자연속에서 섰을때 미소짓는 것을 잊어버릴 수 있을까....

길은 거기 있는 자체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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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13분, 한시간 정도 걸었다.  Half Dome까지 이제 6.7마일.
Vernal Fall 탑에서 경치를 감상하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하지만 매번 뒤꽁무니에서 가는지라 휴식 장소에 도착하면 앞 사람은 이미 다시 걸을 준비를 한다. ㅠㅠ
지다님이 작년 산행후기에서 누누히 말한, '산행에선 주로 선발, 중간, 후미로 나뉘고 후미팀은 정상을 밟기가 어렵다고 봐야한다.' 가 조금은 스트레스로 나가온다. (지다님, 나빠요 - -;;)   그래도 내 끈기를 믿기에, 누군가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인데 내가 못간다고는 생각하질 않았다.


다시 걸음을 추스려 Vernal Fall, Emerald Pool 을 뒤로 하고 다리를 건너 Nevada Fall 로 향한다.

yosemite 141.JPG


아직 반도 못 왔는데,  휴우~ 넘 길어요.emoticon
내일부터 출근이라 오늘 다 마쳐야 할텐데.... 좀 어렵겠죠?

Mysong.
  • profile
    지다 2009.05.27 16:13

    아하하~  두 개의 미스테리가 풀렸습니다.

    1) 새벽에 차가 떠났는데, 잠시 후에 한 대가 돌아 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우리 텐트 싸이트 인 줄은 알았지만, 누가? 왜? 돌아 왔는지 궁금했습니다...ㅋㅋㅋ
    2) 일래잼님의 산행 Data를 보고 좀 의아했습니다.  Curry Village 과 Happy Isles 사이의 궤적이 좀 이해가 안 갔습니다...ㅎㅎ
    참고로, 저는 강토님이 길치라고 한 적이 절대로 없습니다. emoticon

    사실 한두명은 못 올라 갈 줄 알았는데, 모두들 대단합니다.  대체로, 한 사람이 뒤쳐지면 길동무 해 주느라고 후미 그룹이 형성되는데, 이번 하프돔 팀에는 뒤쳐지는 한 사람도 없었던 듯 합니다.

    잘라가기 신공은 어디서 배우셨나요???
  • ?
    초발심 2009.05.27 19:18

    좋은 감사히 읽었습니다.

    이제 입회한 새내기 회원으로서

    기존 회원님들의 높은 참여의식과 성의에 감동을 받고있는 입니다.


    Half Dome
    등반하신 분들께서는 아시겠지만

    저는 처음부터 줄곧 뒤쳐져서 따라갔었지요.

    제가 무릎이 부실하다보니 도저히 회원님들과 보조를 맞추기가 힘든상황이었는데, 

    마침 Nevada Fall 에서 강토 등반대장님의 각자 능력껏 개별등반하시라 말씀에 힘을 얻어

    쉬엄쉬엄 Half Dome 정상에 오를 있었습니다.
    비록 다른 분들보다 한시간 정도 걸렸지만요 (왕복 13시간 10).


    산악회
    덕에 오래 전부터 한번 가고 싶었던 곳에 오를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물론, 엄청 힘들기도 했지만요).

    회장님을 비롯, 준비하고 운영해주신 회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진을 여러장 찍어주신 Sting님께도 감사드리고요.

    Pines Campground 팀장이신 구름총무님께도 신세 많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 ?
    mysong 2009.05.27 20:23
    그렇잖아도 캐이블에서 엇갈린 뒤에 내려오시는 걸 기다리지 못해 많이 궁금했어요.
    무사히 오셔서 감사합니다.
    스팅님 카메라에 초발심님 사진 몇장 있네요. 회원전용사진방에 올리고 있으니 좀 있다가 찾아 가세요.
    다음 산행때 또 뵈요.
  • ?
    솔바람 2009.05.27 23:38
    이자리를 빌어서 지다님과 강토님께 많은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맛있는것을 많이 먹여주신 보리수님, 세상에서 제일맛있는 쟈니/펜시표 전복죽, 둘이마시다 한사람 없어져도 모를만큼 맛이 좋았던
    피카님 커피, 봉우리님 북어국과 스팅님 고기, 그리고 수지표 된장찌게, CJ 표 주먹밥 그외에 많은 음식들 무지하게 맛있게
    잘먹엇습니다.  오랜시간 먼길을 운전해주신 Sting 님게 감사드리며 이렇게 좋은 인연들을 만날수 있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