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킹장에서 차문을 열고 느끼는 싸늘한 첫 느낌…
겉옷이 부실(?)한 아싸는 베어님의 임시 자켓이 없었으면 아예 산행을 시작 할수도 없었을 것이다.
산악회 기록상 처음 가는곳이라는 [Morgan Territory Regional Preserve]
발 수술을 했었던 마눌과 새끼덜 둘이 함께 하기에 구굴 3D 까지 보면서 미리 길들을 살폈었다.
고도는 심하지 않아 보였고, 몇일전 비들로 인해서 진흙은 예상할 수 있었다.
마눌과 애들은 방수 신발을 가지고 있는데, 정작 내가 걱정이었다.
아버님의 등산화가 순간 머리에 스친다. “하루 빌려 신어야지…”
통가죽으로 만들어서 멀쩡해 보였던 그 등산화는 오늘 고행의 시작이고 또한 감사의 마침이었다.
밑창이 통째로 떨어져 나간것도 모르고 “이상하다… 왜 왼발이 축축하지?” 하면서 열심히 카메라 셔터만 눌렀었다.
오르막을 오르며 계속 미끄러 지면서 그제서야 왼발의 실상을 보게 되었다.
붕대를 감아주시던 새딕님께 감사하면서도 이것이 과연 나머지길들을 버틸 수 있을까? 반신반의.
그러나 그것이 없었다면 …. 상상도 할 수 없는 산행이었다.
아직 반도 못 왔기에 열심히 식사 장소를 향한 한걸음 한걸음 그러나 이건 또 뭔일???
내 뒤를 챙겨 주시던 이른비님 왈 “오른쪽 밑창도 덜거덕 거리네요?”
“허걱, 이제는 붕대도 없는데… 어쩌란 말인가?” 이른비님은 한참 앞서 가시던 베어님을 호출.
베어님 전선(?) 다루는 솜씨는 그야말로 전투적^^. 오른발은 든든했다.
그때부터 점심식사 장소까지 어떻게 갔는지… 그 황홀했던 경치가 아니었으면 주저 않았으리라.
신발안의 살들이 까져서 한발짝 한발짝이 고통이다.
배는 고픈데 밥먹을 정신도 없다.그냥 어떻게든 고통없이 산을 내려갈 수만 있다면…
점심후에 본격적인(?) 수술이 시작 되었다.
맥가이버 본드님의 돗자리와 한솔님의 따뜻한 양말 베어님의 비상약통 그리고
새딕님의 능숙한 솜씨는 하나로 어우러져서 양쪽발의 수술을 마쳤다.
고통이 훨씬 덜 해졌다. 그러나 밑창이 없으니 미끄럽기는 마찮가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게 어디야… “
역시 손오공을 교육시키는 방법은 간단하다. [현재의 감사를 알려면 더 큰 고통을 맛보게 하라!]
하산길… 요번에는 둘째넘이 발이 아프다고 징징거린다. 신발이 너무 커서 발이 신발안에서 노는가 보다.
요번에는 수지님의 팔뚝 보호천이 붕대 역할을 한다. 역시 시술은 새딕님.
금새 좋아져서 삼순이 찾아가는 둘째넘의 뒷모습에 만감이 교차한다.
두팀으로 갈라졌지만, 내가 속한팀은 산속의 또 하나의 다른산을 본다.
파랗게 펼쳐진 하늘만 있는줄 알았는데, 개울을 끼고 도는 초록의 나무들과 바위들도 있었다.
출발지로 돌아오고 나서야 같은 파킹 장소인줄 알았다.
“안개가 이렇게 사람눈을 다르게 만드는구나….”
산행중 잊었던 추위는 도착지에서 되살아 났다.
그러나 요번에는 봉우리님의 400개가 넘는 만두가 기다리고 있었다. 베어님의 국물을 포함해서…
비록 차디찬 바람이 우리 사이를 갈라 놓으려 해도 뜨끈한 국물과 음식이 있으니 더욱 들러붙는 [베이 산악회].
이렇게 해서 ‘고생의 시작’이었던 밑창 사건은 ‘감사를 발견’하는 귀중한 이벤트로 마무리 된다.
마지막으로 신발 때문에 뒤쳐져 있었기에 봉우리님을 비롯한 몇분들의 사진을 많이 찍어 드리지 못해서 죄송한 마음이든다.
PS) 사진들은 정회원방에 올립니다. 준회원님들은 열심히 산행하셔서 나중에 꼭 정회원방에들리세요…